전사자 시신 앞에서 침통한 김정은…北, 파병군 모습 첫 공개(종합)
김정은·김여정, 관에 담긴 전사자 시신 인수…'공격작전' 명령서도 공개
북러 밀착에 '파병 정당화'…'선전·선동' 콘텐츠 늘어날 듯
- 최소망 기자
(서울=뉴스1) 최소망 기자 = 북한이 러시아에 파병한 군인들의 모습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백두혈통' 동생인 김여정 당 부부장과 함께 전사자의 시신을 인수하는 장면도 포착됐다. 북한이 내부적으로 파병의 정당성을 부각하기 위한 선전전을 강화한 것으로 분석된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30일 김 총비서가 방북한 올가 류비모바 러시아 문화장관을 접견하고 함께 예술공연을 관람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이 보도한 사진을 보면, 무대에 설치된 스크린에 공연 도중 쿠르스크 파병 북한군 관련 사진이 여러 장 나온 것이 확인됐다.
특히 김 총비서가 인공기가 덮인 관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침통한 표정을 짓는 사진도 공개됐는데, 이는 파병 후 전사해 본국으로 송환된 시신이 담긴 관으로 보인다. 김 총비서 남매 외에도 최선희 외무상 등 고위간부들이 직접 나서 시신을 인수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또 공연 중 김 총비서가 특수작전부대원들에게 '공격작전'을 명령했다는 내용도 처음으로 공개됐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22일, 12월 12일, 12월 22일에 김 총비서가 쿠르스크 '해방'을 위한 작전계획을 비준하고 특수작전부대들에 '공격작전' 명령을 하달했다고 한다.
다른 사진에서는 무장한 인민군들이 파병 지역인 쿠르스크 전장에서 인공기를 들고 환호하거나, 국가에 대한 충성심을 부각하듯 인공기에 경의를 표하는 모습의 사진 등이 공개됐다. "우리의 마음속에 꺼질 줄 모르는 내 조국의 별들이여"라는 글을 통해 전사한 파병군을 추모하는 듯한 문구도 등장했다. 북러 밀착을 강조하듯, 러시아 국기와 인공기 앞에 양측의 병사가 모여 함께 찍은 사진도 확인할 수 있었다.
실제 전투 장면인지, 훈련 장면인지는 불확실하지만, 파병 북한군들이 적진 돌파나 사격하는 장면들도 대형 스크린을 통해 공개됐다.
북한 매체가 러시아에 파병된 군인들의 모습을 공개한 것은 처음이다. 북한은 지난해 10월부터 러시아에 군대를 파병했지만, 이를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은 지난 4월이 처음이다.
북한이 전 주민이 보는 매체를 통해 파병군의 모습을 공개한 이유는 대외적으로는 북러 관계 밀착을 부각하면서, 이번 참전의 '정당성'과 '합법성'을 과시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또 예술공연에서 처음으로 사진 등이 공개됐다는 점에서, 향후 기록영화 등 선전·선동용 콘텐츠 제작이 확대될 것으로도 예상된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은 지속해서 파병의 정당성을 강조하고, 내부적으론 정당한 전쟁에 영웅주의적으로 나서서 성과를 냈다는 프레임을 강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추가 파병을 위한 정당성을 확보하고 참전 군인들을 '영웅'으로 대접하면서 체제의 결속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북러 관계가 '동맹' 또는 '혈맹'임을 주민들에게 환기하면서 다양한 문화적 요소를 가미해 참전을 부각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해 10월 1만 1000여 명의 전투 병력을 파병하고, 올해 초 3000여 명을 추가로 파병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달 중순엔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의 방북을 통해 공병 1000명과 건설 인력 5000명으로 구성된 쿠르스크 재건 병력의 파견을 결정했다. 우리 정보당국은 북한이 7~8월 중 추가 파병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somangcho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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