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화려한 리조트·명품으로 北이 말하고 싶은 것

'강해지고 있는' 국력 과시…대화 열려 있지만, '위상 재정립' 시도

(평양 노동신문=뉴스1) = 지난 25일 개최된 북한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준공식.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서울=뉴스1) 최소망 기자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부인 리설주 여사, 딸 주애와 함께 북한의 최대 규모의 리조트인 강원도 원산 갈마해안관광지구 준공식에 참석했다.

초호화 리조트와 명품으로 치장한 '퍼스트레이디', 그리고 백두혈통을 통해 북한이 말하고자 했던 것은 무엇일까. 이번 준공식을 통해 던진 메시지는 결코 단순하지 않았다.

첫째, 미국을 향한 메시지일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이 해안가에 대규모 리조트를 조성할 역량이 있다는 언급을 한 바 있다. 이 발언은 지난 2018년 첫 북미 정상회담 때부터 나왔던 이야기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대한 투자에 관심이 있다는 뜻으로 해석되기도 했다. 원산의 명소 명사십리 해안 일대에 조성된 갈마해안관광지구가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모델과 거의 정확하게 부합한다.

둘째, 평양에서 멀리 떨어진, 그러나 러시아 극동과는 가까운 원산으로 러시아 외교관을 초청해 준공식을 열었다는 점에서 여전히 북한의 최고 동맹은 러시아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에 누가 관광을 갈까'라는 질문에 답을 하는 측면도 있다. 실제 준공식이 열리자마자 러시아는 7월에 관광객을 보내겠다는 발표로 화답했다.

셋째, 대북제재는 더 이상 아무런 효력이 없음을 과시하는 차원으로 보인다. 최고급 자재로 완성된 대규모 시설, 구찌와 까르띠에 명품을 착용한 리 여사와 주애의 모습은 북한과의 무역을 막은 대북제재를 이겨냈다는, 그러니 제재를 폐지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느냐는 과시로 해석된다. 내부적으로는 외부의 견제와 압박에도 체제는 굳건하다는 메시지를 주는 효과도 있다.

종합하면 북한은 외부에 문을 열고 정치적 대화도 할 준비는 하고 있지만, 자신들의 위상과 가치를 더 높게 매겨달라는 요구를 하는 것일 수 있다.

이재명 정부는 대북전단 살포를 통제하고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는 등 유화적 조치를 이어가고 있다. 평화적 남북관계를 위한 유연한 태도는 분명 의미가 있지만, '일단 대화만 시작하면 된다'라는 맹목적 접근은 지양해야 한다는 우려와 지적도 여전하다. 바뀐 북한의 상황과 전략을 읽고, 우리의 국익의 지점이 어디인지 명확하게 짚어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북한의 갈마관광지구 준공식은 단순한 '치적 선전'이 아니다. 북한이 바깥세상을 향해 '무엇을 추구하는지'를 보여 주기 위해 내민 카드다. 초호화 리조트와 명품 뒤에 깔린 의도를 읽어내는 것,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통찰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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