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협력부, 남북관계부?…통일부 명칭 변경 추진에 논란 예상
정동영 통일장관 후보자, 통일부 명칭 변경 검토
"실용주의적 정책" vs "북한의 '남북 두 국가' 주장 용인"
- 유민주 기자
(서울=뉴스1) 유민주 기자 = 정동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통일부의 명칭 변경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남북의 현실에 맞는 이름을 쓰는 방안을 논의하겠다는 것인데, 학계를 중심으로 찬반 논란이 불거질 것으로 25일 예상된다.
정 후보자는 전날인 24일 인사청문회 준비를 위해 서울 삼청동 남북관계관리단으로 출근하는 길에 기자들과 만나 "평화와 안정을 구축한 토대 위에서 통일도 모색할 수 있기 때문에 통일부의 명칭 변경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통일부의 명칭 변경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은 비핵화 협상의 실패와 북핵의 고도화로 남북관계가 악화된 지난 2020년쯤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다. 교류·협력에서 북핵 대응으로 대북 사안의 영역이 옮겨가면서 통일을 추구한다는 취지의 이름이 적절하지 않다는 차원에서다. 일각에서는 통일부의 폐지 및 외교부로의 흡수를 주장하기도 한다.
다만 이같은 주장은 주로 보수 정당이나 학자들이 주로 제기해 온 것이다. 정 후보자의 발언은 현재의 남북관계에선 긴장 완화와 관계 개선이 더 급선무라는 이재명 정부의 인식에 따라 명칭 변경을 통해 업무의 본질을 현실에 맞춰야 한다는 '실용주의'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보수 진영의 주장과 정 후보자의 인식은 결이 다르지만, 민주당 정부에서 통일부의 명칭 변경 필요성이 제기된 것을 두고 이채롭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한다. 문재인 정부 때 이인영 전 통일부 장관은 통일부의 이름을 바꾸거나 폐지하라는 주장이 "부족한 역사의식과 사회 인식에 대한 과시"라며 통일부라는 이름이 '본질적, 현실적 명칭'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새로운 명칭으로는 '남북관계부' 혹은 '남북협력부'가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흡수통일론'을 기피하는 북한에게 새로운 메시지를 주고, 부처의 목표를 재설정해 현실에 맞는 정책 수립을 위한 차원으로 보인다.
정 후보자는 과거 독일의 사례를 들기도 했다. 그는 "서독은 동독과 외교 관계를 맺은 나라와 수교하지 않는다는 '할슈타인 원칙'을 1969년에 폐기했고, '괴뢰'로 규정했던 동독의 국가성을 인정하면서 '연방전(全)독일문제부'(전독부)의 이름을 동·서독의 관계를 관리한다는 '연방양독일관계부'(내독부)로 바꿨다"라고 말했다.
이같은 정 후보자의 설명은 '통일을 지향한다'는 개념을 흐리고, 남북관계 전반을 관리하고 협력을 중점에 둔 정책을 이행한다는 개념을 강화하는 것이 현실에 맞는다는 취지로 보인다.
일부 학자들은 북한이 작년부터 대남사업의 방식과 조직을 전면 개편했기 때문에 우리 측의 구조적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보기도 한다. 단기적 과제로 통일을 직접 추구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기에, 당장은 평화체제, 즉 '사실상의 통일 상태'를 만드는 것이 헌법에서 추구하는 통일과 가까워진다는 논리다.
북한은 지난 2023년 12월 말 개최한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남북관계를 '교전 중인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한 이후 대대적으로 대남사업의 개편을 단행했다. 대남 정책·선전을 총괄하던 노동당의 통일전선부의 이름이 '당 10국'으로 바뀌고 민간 채널을 담당해 온 외곽조직인 민족화해협의회, 6·15공동선언실천 북측위원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민족경제협력국, 조국통일민주주의전선 등이 폐지된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이같은 방식이 자칫 북한의 전략과 논리에 휘말리는 것이라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북한이 우리 헌법상 '국가'가 아닌데, 북한의 '남북 두 국가' 주장을 받아들이는 듯한 모습이 연출될 수 있고, 북한도 오히려 '두 국가' 정책을 더 심화하면서 우리 측의 호응을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그간 정부는 국제사회에서 북한을 '한민족'으로 대하는 방식의 외교를 펼쳐왔는데, 통일부가 사라지면 국제사회에 정부의 통일 의지가 약화됐다는 인식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익명을 요청한 통일·안보 분야 전문가는 "부처 이름을 바꾸기보다 국제 정세 변화에 따른 대북 정책 내실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헌법 4조에 '평화적 통일'을 국가적 과제로 명시하고 있기에 섣부른 명칭 변경은 불필요한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youm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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