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식 정보체계' 개발한다더니 '불법복제' 엑셀 사용하는 北 간부들

컴퓨터 화면에 MS엑셀 프로그램 노출

7일 조선중앙TV에 따르면 지난달 특집으로 방영된 '세계와 경쟁하라' 영상물에 미국 문서 작성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조중TV 갈무리)

(서울=뉴스1) 유민주 기자 = 북한이 '자력갱생'을 구호로 외치며 외부 문물 유입을 단속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최우수 정보기술기업으로 선정된 '푸른하늘' 전자제품공장 직원들이 무단복제한 것으로 추정되는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MS)사의 문서 작성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있는 모습이 7일 포착됐다.

조선중앙TV가 지난달 특집으로 방영한 '세계와 경쟁하라' 영상물에는 북한 전자공업성의 '푸른하늘' 전자제품공장의 성과가 담겼다. TV는 이들이 작은 규모와 짧은 연혁에도 불구하고 성과를 낼 수 있게 만든 경영관리 체계를 집중 조명했다.

공장의 창립 멤버인 리청건 과장은 "최고의 경영관리 방식을 도입하기 위해 애썼다"며 "공장의 현실에 맞게 자체 급수 종류 10여 개를 만들어 모든 사람이 급수를 맞춰야 하고 그것이 곧 인재를 양성하는 과정이 된다"라고 설명했다.

영상은 "과학기술의 갱신 주기가 부단히 짧아지는 오늘의 세계에서 이상과 포부를 높이 세우고 패권을 지향하지 않으면 퇴보한다"며 "일부 나라들의 독점물이 돼 있는 정보체계를 완전히 우리의 것, '조선식'으로 개발할 수 있는 눈부신 성과를 이룩할 수 있었다"라고 선전했다.

7일 조선중앙TV에 따르면 지난달 특집으로 방영된 '세계와 경쟁하라' 영상물에 미국 문서 작성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조중TV 갈무리)

하지만 정작 회의를 경청하는 직원들의 컴퓨터 화면엔 MS 엑셀 프로그램이 사용되는 모습이 등장했다. '조선식' 프로그램과 제품을 만드는 회사의 실무진들은 정작 미국의 문서작성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역설적인 상황인 셈이다.

미국 정부는 북한에 대한 소프트웨어(SW) 수출을 통제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윈도우 운영체제(OS)도 공식 수출이 불가능하다. 북한이 불법으로 복제한 엑셀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 정황이다.

화면에 흐릿하게 나오는 해당 공장 벽면의 디지털 화면과 게시물 등에는 '공무용 콤퓨터(컴퓨터)', '제품 정보를 국가자료통신망이나 이동통신망을 통해 열람·확인할 수 있게 하는 제품 정보전달매체', '인쇄기 인증 기술', '정보은닉 인쇄에 의한 위조' 등의 문구가 적혀 있는데, 이곳 직원들은 제품 생산뿐만 아니라 정보 기술 개발도 참여하는 것으로 추측된다.

지난해 6월에는 당 핵심 간부를 양성하는 중앙간부학교의 컴퓨터에서도 미국 소프트웨어인 '윈도우'와 '구글 크롬'이 설치돼 있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노동신문은 김정은 총비서가 중앙간부학교 개교식에 참석한 소식을 전하며 전자도서 열람실에 있는 컴퓨터를 살펴보는 사진도 함께 실렸는데, 여기서 윈도우가 설치된 모습이 담겼다. 윈도우 버전은 지난 2016년 단종됐던 '윈도우 7'으로 추정된다.

앞서 북한은 지난 2020년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채택하는 등 외부 사상이 주입될 수 있는 경로를 차단하는 데 주력해 왔다. 다만 발전된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일정 부분은 감내 혹은 묵인하는 것으로 추측된다.

이날 영상에서도 이들은 자신들의 성공 비결을 "남들의 우점(장점)을 우리의 목표에 부합되게 받아들이고 거기에 우리 독특함을 추가할 때 최고가 될 수 있는 길이 열린다"라고 설명해 아직은 외부의 문물을 베끼는 것을 '발전을 위한 방법'으로 택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youm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