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은 지시로 표식비 없애고 도로 만들어"…우상화 속 '애민' 부각

작년 7월 신포양식사업소 건설장 방문 기념한 표식비 철거
"언제나 자신 위에 인민 놓으시는 어버이" 선전

(평양 노동신문=뉴스1) = 지난해 7월16일 김정은 당 총비서가 함경남도 신포시 바닷가 양식사업소 건설준비 사업을 현지에서 지도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서울=뉴스1) 양은하 기자 = 북한이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지시로 그의 행적을 기린 혁명사적표식비를 철거하고 그 자리에 도로를 냈다는 일화를 뒤늦게 소개해 눈길을 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3일 '조선노동당의 정책은 과학이며 승리이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우리의 (김정은) 총비서 동지께서 지방발전의 숙원을 가슴깊이 간절히 품으시고 얼마나 남모르는 고생을 많이도 하셨다"면서 지난해 그의 지방 현지지도 행적을 되짚었다.

신문은 특히 지난해 7월 김 총비서가 신포시바닷가양식사업소 건설 현장을 찾아 천막에서 지방경제발전 관련 협의회를 지도한 사실을 거론하며 "우리 혁명사에 오늘의 '창성연석회의'로 기록된 의의깊은 협의회가 진행된 장소이건만 뜻깊은 사적을 전하는 표식비 하나 세워진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

김 총비서가 지난해 11월 다시 건설 현장을 찾았을 때만 해도 이 회의를 기념한 혁명사적표식비가 세워져 있었지만 김 총비서가 "더 훌륭히 변모될 사업소의 내일을 위해 혁명사적표식비가 세워진 방향으로 도로를 곧추 내라"고 지시해 표식비를 철거하고 도로를 새로 냈다는 것이다.

신문은 '역사적 의의를 가지는' 회의장도 이제 없으며 그 자리에 현대적인 사업소가 세워졌다면서 "이것이야말로 언제나 자신 위에 인민을 놓으시는 우리 어버이의 한없이 고결한 인생관, 인민에 대한 복무관이 그대로 응축된 감동깊은 화폭"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혁명사적표식비는 최고지도자의 우상화 차원에서 현지지도 장소에 그의 행적을 남긴 것이다.

북한은 몇 년 전부터 김 총비서의 모습을 형상화한 모자이크벽화를 곳곳에 세우고 그의 얼굴이 단독으로 새겨진 배지 착용도 시작하는 등 김 총비서에 대한 우상화를 본격화하고 있는데 이번 일화는 김 총비서가 이같은 우상화 작업보다 주민들을 우선하고 있다는 '애민'을 부각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으로 북한은 김 총비서에 대한 우상화를 주민들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속도를 조절하는 동향도 보이고 있는데 이번 표식비 철거 사연도 같은 맥락일 수도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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