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데탕트' 이끈 키신저…김일성 '방북' 초청 받기도

1984년 CIA 기밀보고서 "김일성, 닉슨·키신저에 초청장 보내"
키신저 만나 중국처럼 대미 관계 개선 설득 의도

1976년 8월10일 헨리 키신저 미국 전 국무장관이 프랑스 휴식기를 보낼 당시 모습. ⓒ AFP=뉴스1 ⓒ News1 정지윤 기자

(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 = 30일 타계한 전설적인 외교관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은 1970년대 미국과 중국의 데탕트를 이끌면서 김일성 주석으로부터 방북 초청을 받는 등 북한과도 인연이 있는 행보를 보duT다.

지난 2017년 기밀해제된 미 중앙정보국(CIA)의 1984년 11월 '김일성이 저명한 미국인들을 북한에 초청했다'(Kim Il-Song invited prominent Americans to visit DPRK)라는 제목의 기밀 보고서에는 김 주석이 키신저 전 장관의 방북을 요청했다는 내용이 확인된다.

초청장은 1984년 11월15일 노로돔 시아누크 전 캄보디아 국왕이 닉슨 전 대통령과 키신저 전 장관 등에 전달한 것으로 나타난다.

김 주석이 이들을 초청하려는 이유는 닉슨 전 대통령과 키신저 전 장관이 미국의 대중 정책을 변화시켰기 때문이라고, CIA는 시아누크 전 국왕의 말을 인용해 기록했다. 김 주석도 중국처럼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두 사람을 만나 설득하려고 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닉슨 전 대통령은 1971년 '핑퐁 외교'를 통해 키신저 전 장관이 극비리에 중국을 방문하도록 했고, 1972년 2월 본인이 직접 중국을 방문해 미중 수교의 토대를 닦았다.

반면 북한은 닉슨 전 대통령과 키신저 전 장관으로부터 답변을 받지 못했다.

북한은 2008년에도 미국을 방문한 리근 외무성 미국국장을 통해 키신저 전 장관의 방북을 요청했지만, 그는 북한이 핵무기를 해체하겠다는 입장을 정리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세워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1년에도 키신저 전 장관의 방북을 추진했으나 이뤄지지 않았다.

키신저 전 장관은 북한을 방문하진 않았지만 남북한의 유엔 동시 가입, 남북미중 4자회담 제안 등 한반도 외교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는 국무장관 시절인 1975년 유엔 총회에서 북한과 그 동맹국이 대(對)한국 관계 개선 조치를 취하면 한국과 미국도 상응 조치를 취할 수 있다며 남북한 '교차승인' 구상과 함께 유엔 동시가입을 제안했다. 남북한은 데탕트 속에서 1991년 유엔에 동시 가입했다.

그는 또 공직에서 물러난 뒤였던 1985년 11월 중국에서 최고지도자 덩샤오핑을 만나 남북한의 양자회담, 군사안보 관련 남북미중의 4자회담을 함께 진행하는 '투트랙 구상'을 제시하기도 했다.

kuko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