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인사이트] 김정은의 건강은 정말 '이상한가'

최고지도자의 과로도 '치적'으로 선전하는 북한…의도적 '노출'에 주의해야
북한이 공개하는 모습이 '현상 그 자체'가 아니라는 사실도 중요

편집자주 ...2018년부터 북한을 중심으로 한 한반도, 동북아시아 정세는 급변했다. '평양 인사이트(insight)'는 따라가기조차 쉽지 않은 빠른 변화의 흐름을 진단하고 '생각할 거리'를 제안한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은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지난 16~18일에 열린 당 중앙위원회 8기 8차 전원회의에 참석한 모습.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서울=뉴스1) 서재준 북한전문기자 = 북한의 최고지도자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건강 문제는 북한을 취재 혹은 연구하는 이들에게는 주요 관심사다. '1호' 건강의 중대한 이상은 곧 정세의 변화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의 건강 문제를 알 수 있는 방법은 뭘까. 기자의 입장에서 '1번 소스'는 북한 관영매체의 보도사진 및 영상이다. 북한 매체들은 그의 행동을 미화하지만 그의 외모를 실제와 다르게 '포샵'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최근 노동당의 중요한 회의에 참석한 김 총비서의 모습을 두고 그가 '꽤 아플 것이다'라는 분석이 언론 보도를 통해 제기됐다. 체중이 계속 늘어나는 것처럼 보이고, 붓기도 상당하고, 얼굴에 큰 뾰루지도 났다는 것이 주장의 근거였다.

일단 뾰루지는 생긴 지 좀 됐다. 며칠, 몇 달도 아니고 몇 년 됐다. 그러니 '새로 생겼다고' 판단되는 뾰루지를 근거로 드는 것은 아마도 그간 북한 분석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던 사람들이 남의 말에 부화뇌동하는 것일 테니 크게 염두에 둘 일이 아니다.

체중은 계속 늘고 있는 것이 사실인 듯하다. 김 총비서는 2년 전에 측근들의 조언을 수용해 다이어트를 한 모습이 포착된 바 있는데, 요즘 그의 모습은 2년 전과는 상당히 많이 다르다. 우리 정보 당국은 그의 몸무게가 140kg에 육박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데, 이는 그의 신체를 3D 스캔 방식으로 분석한 것이라 상당한 신빙성이 있는 판단이다.

부은 얼굴은 그 자체로 건강 이상의 신호라기보다 요즘 김 총비서의 '심기'를 보여 주는 하나의 지표라고 생각한다. 그는 역점 사업으로 추진한 군사정찰위성이 모두의 주목을 받는 상황에서 맥없이 추락하며 실패한 것에 격노한 것으로 보인다. 체면이 서지 않을 일이기 때문이다.

위성 발사의 실패가 지난달 31일의 일이고, 이와 관련한 논의를 한 중요한 당 회의가 지난 16일에 열렸으니 그 사이 그는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이다. 밤 잠이 오지 않는 나날들을 보냈을 정도로.

그런데 이러한 김 총비서의 건강을 추정하는 여러 분석과 글을 보니 한 가지 간과한 것이 있어 보인다. 북한이 가장 약점이 될 수도 있는 최고지도자의 '비정상적' 상태를 왜 굳이 대내외에 노출했느냐에 대한 답이 제시되지 않았다.

여기에 대해 한 가지 가설과 근거를 제시하고 싶다. 기자는 아마도 북한이 의도적으로 최고지도자의 피곤한, 스트레스받은 모습을 노출했을 것으로 본다.

김 총비서의 건강은 북한이 그 누구보다 더 중요시하는 문제다. 그런데 북한은 그의 '건강 이상'을 외부에 노출하는 행동을 꽤 자주 해왔다.

2014년 김 총비서가 발목 수술을 받고 40여 일간 잠적한 뒤, 북한은 그의 치적을 선전하는 기록영화에서 '불편하신 몸'이라는 언급을 내놓으며 그의 수술 사실을 간접 시인했다. 김정은 본인은 아예 지팡이를 짚고 공개석상에 나타나기도 했다.

재작년 그의 다이어트가 큰 주목을 받았을 때, 많은 사람들이 그가 성인병으로 인해 건강에 큰 위기를 맞아 불가피하게 다이어트를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의 조선중앙TV는 김 총비서에 대해 "수척하신 모습을 보니 가슴이 아팠다"라고 발언한 주민의 인터뷰를 그대로 내보냈다. 평범한 주민이 최고지도자의 건강 문제를 카메라 앞에서 언급하고 이를 그대로 방송하는 것. 이는 짜인 각본이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다.

이뿐 아니라 북한은 김 총비서가 밤에 잠을 자지 않고 업무에 몰입하고 있다는 점을 '치적'으로 자주 부각하기도 한다.

이러한 북한이 피곤하고 스트레스를 받은 최고지도자의 모습을 또 공개한 것을 보니 지금 북한이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짐작이 간다. 결속 또 결속, 이를 통한 발전 동력을 얻는 것. 이를 위해 최고지도자의 건강 마저도 '소재'로 삼을 수 있는 선전까지.

우리가 상대해야 할 것은 북한의 복잡한 셈법이다. 단순히 눈에 보이는 현상을 진실로 치부하고 싶은 희망적 사고로는 전략을 치밀하게 분석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또는 북한은 모든 것이 '이상하고 괴이한 체제'이며 그곳에 있는 사람들마저 모두 이상할 뿐이라는 논리로 전개하는 주장은 '통쾌' 할 수는 있어도 북한을 상대하는 전략에 큰 도움을 주진 못할 것이 자명하다.

seojiba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