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절모에 검은 코트…'김일성 오마주' 한 김정은의 '열병 패션'
집권 이후 꾸준히 할아버지와 비슷한 복장 연출…작년 열병식서는 '원수복'
- 최소망 기자
(서울=뉴스1) 최소망 기자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75주년 인민군 창설일(건군절) 기념 열병식에 중절모에 검은색 롱코트를 착용하고 등장했다. 군을 창설한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의 이미지를 차용한 '이미지 정치'의 일환으로 읽힌다.
9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보도에 따르면 전날인 8일 저녁 평양 김일성광장 일대에서 개최된 건군절 75주년 기념 열병식에 김 총비서가 딸 김주애와 부인 리설주 여사와 함께 참석했다.
김 총비서는 검은색 중절모에 역시 검은색 겨울용 코트를 착용했다. 이는 할아버지인 김 주석이 생전에 자주 하던 복장이라 눈길을 끌었다.
건군절 75주년을 맞아 할아버지 이미지를 따라한 이유는 1948년 정규군인 인민군을 창설한 김 주석에 대한 그리움 또는 동경을 가지고 있는 북한 주민들의 민심에 다가가기 위한 의도로 해석된다. 아울러 북한의 통치자로서의 권위와 정통성을 부각하는 전략으로도 읽힌다.
김 총비서는 2012년 집권 이후 꾸준히 할아버지의 이미지를 차용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는 열병식에서도 두드러졌는데, 지난해 4월 항일빨치산을 상징하는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주년 기념 열병식 때는 집권 이후 처음으로 '원수복'을 입고 등장해 주목받았다.
원수복은 김 주석이 1953년 7월 휴전협정 직후 평양에서 '전승 열병식'을 열었을 때 처음 입은 것으로 최고통수권자의 이미지를 부각하는 옷이다. 당시 김 총비서는 '대원수' 계급장을 어깨에 견장 형식으로 달고 나타났는데, 대원수는 북한에서 최고지도자만이 달 수 있는 계급장이기도 하다.
또 김 총비서는 2019년 12월 '연말 전원회의'에서도 뿔테 안경을 쓰고 여러 대의 마이크가 놓인 단상에서 회의를 주재했다. 이 모습 북한 매체가 자주 보도하는 과거 김 주석의 회의 주재 모습과 유사하다.
이런 모습은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과는 180도 다른 모습이다. '선군정치'를 주창하며 국가를 '국방위원회' 중심으로 운영한 김정일 위원장은 점퍼 형태의 옷을 주로 입고 공개석상에 등장했다.
김 총비서가 할아버지인 김 주석 따라하기를 지속하는 이유는 당 중심의 통치라는 북한 고유의 통치방식을 되살리는 것과 동시에 장기화된 제재 및 식량난으로 내부 경제 상황이 어려워짐에 따라 주민들에게 비교적 살림살이가 나쁘지 않았던 김 주석 시절을 회상하게 함으로써 결속을 유도해 성과를 내보겠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somangcho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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