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1뷰] 2017년과 같고 다른 북한의 행보…미사일 도발은 핵실험 포석?

한미 연합훈련 계기로 재개된 미사일 도발…수위는 지속적으로 상승
2017년 강경행보 닮은꼴…핵무력·투발 수단 성능은 더 심화

편집자주 ...기자(記者)는 말 그대로 기록하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기자란 업의 본질은 ‘대신 질문하는 사람’에 가깝습니다. ‘뉴스1뷰’는 이슈에 대한 독자들의 궁금증이 더 이상 남지 않도록 심층취재한 기사입니다. 기록을 넘어 진실을 볼 수 있는 시각(view)을 전해드리겠습니다.

지난 4일 서울 중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북한의 중거리탄도미사일 발사 소식을 TV를 통해 지켜보고 있다. 2022.10.4/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서울=뉴스1) 김서연 기자 = 북한이 한미 연합해상훈련을 계기로 군사 도발 행보를 재개했다. 올해 초와 같은 잇따른 미사일 시험발사에 이어 일본 영공을 통과하는 중거리탄도미사일(IRBM)로 도발 수위도 고조시켰다.

각종 비난전을 펼쳐도 군사적으론 '잠잠'했다가 단기간 집중적 미사일 시험발사로 바뀐 북한의 태세 전환은 올해 초부터 제기된 7차 핵실험 강행으로 이어지리란 관측에 무게를 싣는다.

이는 '핵무력' 운영을 위한 핵심 탄도미사일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연속적 시험발사에 나섰던 지난 2017년 상황을 상기시킨다. '같으면서도 다른' 2017년과 올해 북한의 행보는 변화된 상황에 대응하는 북한의 셈법 또한 달라졌음을 시사한다.

◇ '핵보유국' 또 선포, 남한 겨냥한 전술핵능력 강화는 차이

국방백서에 따르면 북한은 '국가핵무력 완성'을 선포한 지난 2017년 총 15회에 걸쳐 미사일을 시험발사했다.

북한은 당시 거듭된 실패에도 불구하고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인 화성-12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4형을 반복 시험발사했고 그해 9월엔 제6차 핵실험을 단행했다.

6차 핵실험 단행 후인 11월29일에는 평양 교외 지역에서 화성-15형 ICBM을 발사한 뒤 '국가핵무력 완성'을 선포했다. '각이한' 핵 투발 수단의 완성과 함께 이에 실을 수 있는 핵탄두 기술력까지 갖췄음을 과시하려는 일종의 '계산된 행보'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후 북미 간 '핵단추' 논쟁으로까지 이어지는 등 초강경 행보를 보인 북한의 '위협적인 이미지'는 북한이 국가핵무력 완성 선언 후 불과 반 년도 안 돼 '비핵화 협상' 테이블로 나오면서 삽시간에 흐려졌다.

그러나 북미 정상회담의 결렬 이후 대외 전략을 전면 수정한 북한은 지난해 당 제8차 대회에서 '군사력 강화' 기조를 천명하면서 다시 강경 모드가 됐다.

올해 초부터 무차별적 탄도미사일 도발을 단행한 북한은 김정은 당 총비서가 올해 4월 군 열병식에서 공세적인 '핵 독트린'을 천명하면서 중단했던 핵개발을 재개했다. 지난달에는 전술핵 선제 사용을 공식화한 '핵무력 정책'을 법제화하면서 '핵보유국'임을 재차 선언하기도 했다.

과거의 북핵이 미국을 주요 '타격 대상'으로 삼아 대미 억제력과 협상력을 동시에 높이는 데 중점을 두고 개발됐다면 최근 북한의 행보는 과거와 확연한 차이가 있다. 바로 '대남용' 전술핵무기의 개발이 그것이다.

북한은 지난해부터 소위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탄도미사일인 KN-23과 '북한판 에이태큼스'로 불리는 KN-24 계열의 탄도미사일을 부지런히 개량해왔다.

이들 탄도미사일은 미국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남한의 전역을 타깃으로 삼고 있다. 북한은 이 계열의 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하면서 우리 측 주요 군사시설이 자리한 곳을 겨냥한 듯한 비행거리를 선보이곤 했다.

◇ 같고 또 다른 2017년 강경행보…'7차 핵실험'까지?

스스로 선언했던 핵·ICBM 시험 모라토리엄(유예)을 깨며 레드라인을 넘은 뒤 이어지는 북한의 강경한 대외 행보는 주요 탄도미사일의 발사와 6차 핵실험이 뒤섞였던 2017년과 닮은 구석이 있다.

북한은 최근 열흘 사이 다섯 번, 8발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면서 도발의 강도를 높였다. 지난 4일 발사된 중거리탄도미사일은 5년 만에 일본 열도 상공을 통과하면서 국제사회의 반발을 샀다.

높아지는 도발의 강도 때문인지, 북한이 연내 7차 핵실험을 진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지는 모양새다. 그러나 북한의 연속된 탄도미사일 시험발사가 곧 7차 핵실험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지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은 나뉘고 있다.

군사적으로 '속도전'과 '강 대 강 전력질주'를 이어가면서 고강도 도발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과 이번 탄도미사일 도발은 법제화된 '핵무력 정책'의 이행 차원에서 동해상에서의 한미, 한미일 연합훈련에 대해 억지력을 선보이는 면이 우세하다는 관측이 동시에 나온다.

연이은 미사일 발사가 결국 '국가핵무력'의 능력을 높이는 것이 주요 목표일 것이라는 관점을 가진 쪽에서는 이번 북한의 도발 행보가 결국 제7차 핵실험까지 이어질 것으로 본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7차 핵실험에는 정치, 군사적 목표가 다 있다"면서 "특히 정치적 목적이 크다. 핵보유국임을 세계에 각인시키고 내부로도 핵실험을 통해 완벽한 핵보유국을 선포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북한이 한미 연합 해상훈련 중에 도발을 감행한 데 대해 "훈련 중 도발은 굉장히 큰 차이가 있다"라며 "북한이 자신감이 있고, 공격적인 행동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에서는 최근의 미사일 시험발사는 미국의 핵추진 항공모함 전개에 따른 불만의 표출과 대응 차원일뿐이라는 시선도 있다. IRBM을 일본 상공 위로 쏘아 올린 결정 또한 한미일 3자협력에 대한 압박 의도가 담겼다는 것이다.

다만 두 관점 모두 북한이 ICBM과 IRBM 모두 2017년에 비교해 능력을 크게 개량했고, 대남용 핵 투발 수단도 다각적으로 개발했다는 판단에 기반을 둔다. 북한의 행보를 100% 예측할 수는 없어도, 북한이 핵능력을 지속적으로 향상시키고 있다는 점은 분명한 셈이다.

◇ 핵실험 단행 가능성 최고조…김정은 '결단' 달렸다

북한의 최근 강도 높은 도발의 진의와 무관하게, 북한의 새 핵실험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것은 사실이다. 이미 북한은 추가 핵실험을 위한 기술적 준비를 수개월 전부터 마친 상태기도 하다.

군사기술적으로는 북한이 2017년에 비해 개량된 미사일에 실을 핵탄두 개발을 위해서라도 핵실험을 하지 않을 수 없다는 '시나리오'를 세울 수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김 총비서가 이 같은 결단을 내릴 시기인데, 이 '결단'에는 미국과 중국의 주요 정치 행사와 내부의 경제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국가정보원은 국회 정보위원회 보고에서 '만일 북한이 핵실험을 한다면'을 전제로 그 시점은 오는 16일 개막하는 중국 공산당 제20차 당 대회 이후나 내달 미국의 중간선거 사이일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북한의 입장에서는 현재 가장 든든한 뒷배인 중국의 '축제'를 망칠 수는 없고, 미국의 내부 상황이 자신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면밀히 계산해야 한다는 뜻이다.

북한이 현재 고조된 긴장된 정세를 의도적으로 길게 끌고 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정은 총비서 집권 후 가장 강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는 북중러 3각 밀착이 핵실험을 통해 깨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이수석·안제노 한반도전략연구실 연구위원은 북한이 북중러 3각 밀착을 통해 실질적으로는 대북제재 완화 혹은 해제의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그리고 북중러의 '경제 밀착'이 이제 막 시작 단계라는 점에서, 북한이 판을 빠르게 흔들 이유가 없어 보이기도 한다.

만일 그러한 상황으로 전개가 된다면, 내년 1월1일에 나올 북한의 '신년 메시지'는 국제사회의 집중적인 주목을 받을 것이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3연임을 통해 '더 든든해진' 중국을 뒷배로 삼고, 중간선거 이후 새 외교 전략을 구사해야 할지도 모르는 미국을 상대할 북한의 '진짜 국면 전환 시도'의 메시지가 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s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