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막말 담화'로 새 정부 대북정책 겨냥… '경고 후 도발' 가능성

'겉으론 서욱 국방장관 겨냥, 속으론 尹당선인 견제 의도' 분석
차기 정부와의 '기싸움' 시동… 물리적 행동 가능성 배제 못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와 김여정 당 부부장.ⓒ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서울=뉴스1) 서재준 기자 = 북한이 약 6개월 만에 발표한 강도 높은 '대남 비난' 담화엔 우리 차기 정부와의 본격적인 기 싸움을 개시하면서 대북정책에 영향을 주기 위한 의도가 담겨 있단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북한은 3일 조선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박정천 당 비서, 김여정 당 부부장 명의의 대남 비난 담화를 게재했다. 박정천은 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에 오른 것으로 파악되는 북한 군부 서열 1위이며, 김여정은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동생이자 '대외 총괄'을 맡고 있는 인사다.

북한이 최고위급 간부들의 입을 통해 우리 측에 위협적인 발언을 내놓은 건 향후 물리적 행동으로도 이어질 수 있는 조치란 해석이 많다.

박 비서와 김 부부장의 담화는 표면적으론 서욱 국방부 장관의 '대북 선제타격' 시사 발언을 문제 삼고 있다.

박 비서와 김 부부장은 서 장관이 이달 1일 육군 미사일사령부 개편식에서 우리 군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징후가 명확할 경우엔 발사 원점과 지휘·지원시설을 정밀 타격할 수 있는 능력과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밝힌 사실을 문제 삼아 "미친X" "쓰레기" 등의 막말을 퍼부어댔다.

우리나라의 정권 교체기 이제 한 달여를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현 정부' 국방부 장관의 발언을 겨냥한 북한의 대대적인 담화 공세는 '효용성' 차원에서 봤을 때 그 진의가 불명확한 측면이 있다.

이 때문에 다수 전문가들은 이번 담화가 차기 정부를 겨냥한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힘을 통한 평화'를 대북정책 기조로 앞세우면서 대북 강경책을 구사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점을 북한도 의식했을 것이란 관측이다.

김 부부장이 이번 담화에서 "우리(북한)는 남조선(남한)에 대한 많은 것을 재고할 것"이라며 "참변을 피하려거든 자숙해야 한다"고 밝힌 사실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우리 차기 정부의 대북정책이 공식적으로 수립되기 전에 영향을 주려는 의도가 담겼을 수 있단 것이다.

북한은 이번 두 담화에서 윤 당선인을 직접 거명하진 않았다. 그러나 북한은 최근 대외 선전용 매체들을 통해 윤 당선인의 대북정책 구상이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와 다를 바 없다며 2주 넘게 비난전을 이어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날도 북한 선전매체들엔 윤 당선인의 대북정책이 "시대착오적이며 섣부르다"는 주장이 실렸다.

이런 가운데 북한이 박 비서와 김 부부장의 담화를 모든 주민이 읽을 수 있는 노동신문에 게재한 데는 내부적으로 '남측과의 대결전에 돌입하는 것'이란 메시지를 전파하는 효과가 있단 해석도 나온다. 북한은 이미 지난달 우리 대선 직후 주민들에게 관련 소식을 주민들에게 전했다.

그러나 북한의 이번 담화는 일단 '경고성' 메시지에 방점을 찍힌 모양새다. 북한이 이들 담화에서 이후 행동계획은 언급하지 않았단 점에서다.

다만 일각에선 북한이 올 들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라는 국제사회의 용인 기준을 넘어서는 도발까지 감행했다는 점에서 '핵실험을 포함한 추가 도발의 명분을 쌓기 위해' 이번 담화를 발표했을 수 있단 관측이 나온다.

아울러 북한의 '대남 조치'란 측면에서만 보면 미국 본토 타격이 주목적인 ICBM이나 핵개발과는 다른 형태의 대남 도발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북한은 앞서 2020년 6월 당시 남측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를 문제 삼아 '대남 대적사업' 개시를 선언한 뒤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고 군사분계선(MDL) 일대에서 군 병력의 재진출을 위협하는 등 강경한 대남 행보를 보인 사례가 있다.

따라서 북한이 우리 새 정부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미치기 위해 2년 전 '대적사업'을 부활시켜 각종 군사적 위협 조치를 감행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다만 현지로선 북한이 남북한 간의 무력충돌을 일으킬 수 있는 행위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 많다. 우크라니아 사태로 '전쟁'에 대한 극단적 반감이 자리 잡은 국제사회 여론까진 북한 또한 무시하지는 못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그러나 일각에선 북한이 우리 새 정부에 대해 '이명박·박근혜 정부'와 같다는 취지의 비난을 이어가고 있고, 새 정부 출범이 가까워질수록 그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명박 정부 당시 천안함 폭침·연평도 포격전이나 박근혜 정부 때 발생한 '목함지뢰' 도발을 상기해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남한과의 '관계 개선'에 관심이 없어 보이는 북한이 우선 '경고'를 던진 뒤 자신들이 원하는 방식의 변화가 없을 경우 '실제 행동'까지 단행할 가능성을 배제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seojiba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