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인사이트] 쪼그려 앉아 힘쓰고 삽질…김정은의 건강 과시법

식수절 맞이 나무 심기 행사서 건강 이상설, 대역설 불식하는 행보

편집자주 ...2018년부터 북한을 중심으로 한 한반도, 동북아시아 정세는 급변했다. '평양 인사이트(insight)'는 따라가기조차 쉽지 않은 빠른 변화의 흐름을 진단하고 '생각할 거리'를 제안한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3일 김정은 당 총비서가 "식수절에 즈음해 3월2일 제2차 초급당비서대회 참가자들과 기념식수를 했다"면서 관련 사진을 보도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서울=뉴스1) 서재준 기자 = 북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건강 관련 문제는 항상 주목을 받는 이슈다. 그가 과거 체중 문제로 인해 발목 수술을 받거나, 한 달 이상의 잠행으로 '사망설'까지 제기된 것도 이 같은 부분을 보여 주는 것이다.

지난해 김 총비서는 20kg 이상을 감량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관련해서 최측근 간부들의 적극적인 의견 개진이 있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과도한 체중으로 인해 건강에 이상이 생긴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또 나왔다.

아예 '대역설'까지 제기됐는데, 그가 살을 뺀 것이 아니라 아예 사망했고, 생김새가 비슷한 다른 인물이 나온 것이라는 논리를 전개하는 '설'이었다. 동일인 여부를 구별할 수 있는 '스모킹 건'인 귀의 모양이 서로 다르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우리 정보 당국은 김 총비서가 정상회담을 위해 남한을 방문했을 때 그의 신체를 입체적으로 '스캔'해 생체 정보를 입수했다고 한다. 그가 '다른 사람'으로 바뀌었을 경우, 사실 여부를 육안으로만 판단하는 수준을 넘어설 수 있는 기본 정보를 확보한 셈이다.

잇따른 김 총비서의 사망설, 대역설에 대해 대북 정보를 다루는 한 당국자는 짧게 "그럴듯한, '그럴듯한 이야기'"라고 답했다.

건강 이상설에 대해서는 "누구나 살면서 아플 때가 있지 않은가"라고 답했다. 설령 건강에 이상이 있었더라도, 정세를 바꿀 상황을 대비해야 하는 수준은 아니라는 이야기로 이해했다.

취재하는 입장에서 북한 최고지도자의 사망, 대역설을 누구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확인할 방법은 사실 궁하다. 북한을 취재하는 기자들은 가끔 글로만 만나는 북한의 대변인과 전화는 언감생심, '톡 한 번'도 못하는 처지다.

그런데 적어도 건강 이상설에 대해서는 김 총비서 본인이 최근 직접 답을 내놨다. 앉았다 일어섰다, 맨땅에 삽질도 '팍' 하면서다. 북한이 어제 공개한 '나무 심기 행사' 얘기다.

김 총비서는 지난 2일 우리의 식목일인 식수절을 맞아 나무 심기 행사에 참석했다. 지난달 말 전국에서 평양으로 집결해 큰 대회에 참석했던 당 기층조직의 간부들도 싹 불렀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3일 김정은 당 총비서가 "식수절에 즈음해 3월2일 제2차 초급당비서대회 참가자들과 기념식수를 했다"면서 관련 사진을 보도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조선중앙TV는 김 총비서가 직접 묘목을 들고 나서는 모습부터 생생하게 영상으로 보도했다. 말이 묘목이지 장정 5~6명이 달라붙어 옮겨야 하는 무거운 소나무 묘목이었다.

묘목을 심을 자리에 도착하자 김 총비서는 자를 들고 바닥에 쪼그려 앉아 뿌리가 들어갈 만큼 파낼 땅의 위치를 잡았다. 그리고는 바로 삽을 들고 땅을 파내기 시작했다.

삽질이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다. 중년의 간부들과 김 총비서, 동생 김여정 부부장까지 죄다 허리를 90도로 폈다 접었다 한참을 삽에 매달렸다. 중간중간 삽을 발로도 밟으면서 능숙하게 하는 김 총비서 얼굴에는 땀이 아니라 미소가 가득했다. 옆에 한 간부는 거의 '섶을 풀어헤쳤'는데.

묘목 뿌리에 엉킨 밧줄을 풀어내고, 또 삽질하고, 다시 땅을 다지고…. TV는 그의 '앉았다 일어섰다'를 수 분여간 계속 방영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3일 김정은 당 총비서가 "식수절에 즈음해 3월2일 제2차 초급당비서대회 참가자들과 기념식수를 했다"면서 관련 사진을 보도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모든 일에 선명한 답을 주지는 않는 북한이지만 가끔 나름의 방식으로 답을 내놓곤 한다. 북한이 공개하는 각종 보도물을 자세히, 다각적으로 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래도 놓치는 것이 일상다반사이지만.

물론 북한의 매체가 편집해 공개한 내용을 다 믿느냐고 한다면, 할 말은 없다. 그렇지만 저런 것을 어떻게, 또 굳이 수고스럽게 각본까지 짜서 연출하겠느냐고 반문은 해보고 싶다.

seojiba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