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천해성 "북한도 제재 '스냅백' 받아들일 것…'실용적' 접근이 중요"

이재명 캠프 평화협력위원장 "남북 경협 '패러다임' 변화도 구상"
"대북 대화 주요 계기에 우리의 '주도적인 전략' 구현할 것"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캠프에서 평화협력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천해성 전 통일부 차관이 22일 서울 종로구 뉴스1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2.2.22/뉴스1 ⓒ News1 이성철 기자

(서울=뉴스1) 서재준 김서연 기자 = 천해성 이재명 캠프 평화협력위원회 위원장은 "북한도 대북제재 완화에 있어 '스냅백' 조항을 넣는 것을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비핵화 협상이 재개될 경우, 북한이 대북제재의 '불가역적' 완화 혹은 해제만을 주장하고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문재인 정부의 대북 특사단, 통일부 차관으로 북한과 미국의 사상 첫 정상회담, 남북 정상회담 등 굵직한 비핵화 협상에 직접 관여했던 그는 퇴임 후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캠프에 합류했다.

그는 이재명 후보가 '국익 중심의 실용 외교안보'를 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난 정부에서 추진했던 대북정책에 있어 아쉬웠던 점을 보완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했던 대북정책의 '업그레이드' 버전이 될 것이라는 취지로 해석됐다.

또 '주도적인 전략'을 구사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북한과의 대화가 재개될 경우 주요 계기에 발생하는 분기점에서 한국 정부의 주도적 의지, 정책이 비핵화 협상 국면에 핵심적으로 반영될 수 있는 전략을 짜겠다는 의미다.

그는 특히 지난 비핵화 협상 국면에서 북한이 주장했던 내용들을 다시 의미 있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현재 북한이 보여 주고 있는 군사 도발로 인한 모습만으로 북한의 입장을 넘겨짚는 것은 위험하다는 취지다. 북한이 '비핵화' 약속을 어길 경우 완화했던 대북제재를 되돌릴 수 있는 조항인 '스냅백'이 가능하다는 주장도 이러한 맥락에서 특히 강조했다.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2주 앞둔 지난 22일 뉴스1 본사에서 그를 만났다.

-이재명 캠프의 대북정책을 '캐치프레이즈'로 표현하자면 무엇일까.

▶기본적으로 국익 중심의 실용 외교안보를 추구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콘셉트는 '실용적 접근'인데 이러한 접근법은 외교안보, 대북 정책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국정 전반과 관련된 정책 구상에 모두 반영되는 것이다.

실용적으로 접근해서 한반도에 비핵평화, 평화경제 체제를 만든다는 것, 여기에 '유능함'이라는 키워드가 더해지는 것이 이재명 캠프의 대북정책 구상의 핵심이다. 이념이나 진영 같은 것을 따지지 않고 실제로 국익에 도움이 되는 접근을 한다는 뜻이다. 비핵평화와 평화경제가 내용상 겹치는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고, 실제로도 평화와 경제가 선순환할 수 있는 정책을 구사하겠다는 것으로 이해하면 좋겠다.

-평화경제를 추진한다는 것은 북한이 경제발전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판단 때문인가.

▶그렇다. 평화경제라는 개념은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고 이를 통해 경제적 번영, 경제적 공동체를 만들어 간다는 것인데, 이는 현재의 북한 역시 경제발전에 큰 비중을 둔 국정을 운영하고 있다는 관점이 깔린 것이다. 북한이 비록 최근 군사적 도발을 많이 단행했지만, 지난 2018년 4월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소위 그들의 전략적 노선을 '핵, 경제 동시 발전'이라는 병진노선에서 경제건설 총력집중으로 변경했다는 점에서 현재 부각되는 북한의 모습과 별개로 큰 틀에서의 북한의 방향성을 판단할 수 있다고 본다.

-큰 틀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을 계승한다는 표현도 가능한 것인가.

▶기본적으로 계승한다. 이 같은 구상은 김대중 정부부터 이어지는 민주진보 정부의 오래된 생각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계승이라는 것이 반드시 똑같이 모든 것을 그대로 이어받는다는 것은 아니다. 지난 정부의 정책과 정책 이행 과정에서 아쉽고, 부족한 부분은 보완하고 수정해서 발전시킨다는 것으로 봐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에서 아쉽고, 부족한 것은 무엇이었나.

▶조심스럽게 말하자면 정책 추진 과정에서 있어서 우리 정부가 좀 더 주도적으로 추진력을 발휘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드는 지점들이 있다. 물론 이것은 2019년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뒤 이어진 후폭풍에 따른 결과론적 생각뿐일 수도 있다. 어쨌든 그런 점에서 보면 이재명 후보가 가지고 있는 특장점, 일단 결정이 내려지면 신속하고 강력하게 추진하는 추진력을 외교안보, 대북 분야에서도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 캠프에서 평화협력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천해성 전 통일부 차관이 22일 서울 종로구 뉴스1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2.2.22/뉴스1 ⓒ News1 이성철 기자

-현재 정세에서 대북정책 추진은 결국 미국과의 관계도 중요하다. 독자적 추진력만으로는 안 되는 영역도 있을 것 같은데.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접근도 실용적이어야 한다는 기조를 가지고 있다. 이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같다. 한미 간에 이러한 기조를 잘 조율하고 협의한다는 것은 당연히 우리도 가지고 있는 생각이기도 하다. 다만 하노이 때의 경험처럼 '한 순간'에 모든 것이 와르르 무너지는 방식으로 정책을 추진하지는 않겠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미국과 협의를 통해 대화와 협상을 추진하면서,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돌발적인 상황들에 우리가 주도적인 대안을 마련할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부연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북미 대화가 우선일까, 남북 대화가 우선일까.

▶무엇을 먼저 한다는 계획을 지금 세우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본다. 한미간 긴밀한 협의를 통해서 우리가 주도적으로 대안을 제시하고, 대화와 협상을 추진하는 방식이 잡힌다면, 어떤 대화가 먼저 이뤄져야 하느냐는 다가올 상황에 맞게 대응해야 하는 문제일 것이고, 그래야 한다고 본다.

-대북정책 추진에 있어서 '국민적 공감대' 달성도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다. 정책 구상에 어떻게 반영돼 있나.

▶캠프 내에서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대북정책 추진'에 대한 논의들이 상당히 진지하게 이뤄지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남북대화 과정 등에서 북한이 보여 주는 태도 중에 국민이 불편함을 느끼는 부분, 예를 들면 과도한 대남 비난이나 '잘못된 행동'들에 대해 분명히 지적하고 바로잡을 수 있는 단호한 대응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내용은 이미 후보가 천명한 것이기도 하다.

다만 궁극적으로는 남북이 상호 존중하는 자세를 가질 수 있게 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남과 북이 특히 '합의는 반드시 이행한다'라는 기본정신을 가질 수 있도록, 그래서 상호 신뢰를 쌓을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국민적 공감대'의 한 부분으로 국회와의 관계 설정도 중요한 부분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많은 애로를 겪었던 부분이라는 비판도 있다.

▶지난 비핵화 및 남북관계 협상을 돌이켜보면, 많은 성과도 있었지만 그 성과들이 정부여당의 성과로만 한정되는 부분도 있었다는 공감대가 캠프 내에 있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게 된다면 야당과의 협치의 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예를 들면 사전 정보공유는 물론 남북관계 관련 중요한 사안이 있으면 야당에 '사후 통보'를 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관련 대응에 있어 사전 협의를 야당과도 같이 할 수 있는 수준으로 끌어올려보자는 이야기도 캠프 내에서 제기되고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 이것 역시 차별화된 이재명식 대북정책이라고도 말할 수 있겠다.

-대북제재 완화를 추진해야 할 입장에서 현재 수립된 구상을 소개한다면.

▶일단 현황만 가지고 말한다면 현재의 제재 상황에서도 남북이 할 수 있는 영역이 있다. 이산가족 등 인도적 사업이 그렇고, 러시아와 연계된 나진하산 물류사업 같은 것은 유엔의 포괄적 면제를 이미 받은 사업들이다. 앞으로 꼭 필요한 남북 협력사업은 보다 적극적으로 포괄적 면제를 받아 추진하도록 노력하겠다.

우리가 원하는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있고 여기에 상응하는 '상응 조치'의 영역이 있다고 하자. 그렇다면 이 상응 조치의 영역에서 남북이 할 수 있는 일을 해내는 것이 현재의 상황에서의 대안 중 하나다. 구체적으로 어떤 사업을 예로 들기보다는 논리적으로 봤을 때 그렇다는 것이다. 이런 부분에서도 우리가 주도적인 자세로 대안을 만들어서 난관을 뚫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물론 미국과의 협의도 역시 중요하다. 특정한 남북 협력 사업을 진행하는 것은 남북 합의 이행뿐 아니라 비핵화 프로세스라는 큰 틀을 진전시키는데 도움이 된다는 논리를 잘 세워서 미국을 설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사업성 측면에서, 또 사회적 인식이나 정세의 변화 때문에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재개는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느냐는 의견도 있다.

▶이재명 캠프의 평화경제 구상에는 남북 간 합의했고 기존에 남북이 추진하던 사업은 기본적으로 합의를 이행하다는 것이 원칙이다. 따라서 여건이 조성되면 두 사업을 재개할 것이다. 그렇지만 두 사업이 중단된 이후 정세, 국내 경제적 상황, 남북 경협 영역에서의 여러 가지 변화들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이 사안과 관련해서는 남북경협에 있어서도 어떤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캠프 내에 있고, 구체적인 실천과 관련해서는 비핵화라는 외교의 영역도 감안해야 하기 때문에 전략적 사고와 판단이 앞으로 더 필요할 것 같다고 말씀드리겠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지난 2018년 6월12일 싱가포르 센토사 섬의 카펠라 호텔에서 역사적인 첫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제재 완화 혹은 해제 뒤, 북한이 비핵화 약속을 어길 경우 결국 돌이킬 수 없는 실수만 하게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늘 따라온다.

▶그래서 북한이 약속을 이행하지 않으면 제재 완화 조치를 되돌리는 '스냅백' 방식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이 스냅백 방식은 어렵지 않다. 여러 논란이 있지만, 북한의 행동이 잘못된다면 언제든지 제재 조치를 복원할 수 있다는 것이 팩트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북한도 이 스냅백 방식을 받아들일 용의가 있음을 시사한 적이 있다는 것이다. 북한의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지난 2019년 하노이 결렬 이후 외신들을 상대로 연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스냅백 조항이 있다면 합의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김정은 총비서에게 표명했음에도 다른 관료들의 반대로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언급을 한 적도 있다. 이것은 북한도 스냅백 조항을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이었음을 보여 주는 부분이다.

-종전선언 추진도 계속될 것인가. 완전 백지화될 가능성은 없나.

▶종전선언은 한반도 비핵화의 진전, 평화정착에 도움이 돼야 의미가 있는 것이다. 이재명 캠프에서는 우선 재재 문제를 풀어가면서 비핵화의 진전을 꾀하는 것을 더 실효적인 방안으로 보고 있다.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여러 가지 트랙이 돌아갈 수 있다. 그래서 종전선언은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대한 상응조치 차원에서, 종전선언으로 시작해 평화협정으로 이어지는 평화 프로세스의 트랙이라는 차원에서 다룰 수 있을 것 같다. 또 다른 트랙으로 북미 간 대표부 설치 등과 같은 신뢰구축 조치가 있을 것이고.

-통일부의 명칭을 변경하는 문제와 관련해 구체적인 구상이 있나.

▶적어도 제가 아는 선에서 현재 캠프에서 통일부의 이름을 바꾸는 문제는 추진하고 있지 않다. 물론 국민의 여론이 있다면 검토할 수 있는 문제지만 현재로서는 관련 계획은 없다.

seojiba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