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3개의 MDL'…합의된 새 MDL 없다면 지뢰 폭발 사고 반복 우려

남·북·유엔사의 MDL 인식 서로 달라…경고사격 후 위치 재확인도 빈번
MDL 단일화 시급하지만 北 호응 가능성 낮아…"韓·유엔사 일치 우선해야"

합동참모본부와 유엔군사령부가 지난달 29일 최근 서부전선에서 발생한 지뢰 폭발 사건 추가 현장 조사를 진행하며 발견한 북한 수지(플라스틱) 반보병 지뢰. (합동참모본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9.29 ⓒ 뉴스1 김명섭 기자

(서울=뉴스1) 김예원 기자 = 북한군이 군사분계선(MDL) 이남에 지뢰를 매설했다는 한국 측의 판단에 북한이 "우리는 단 한 번도 국경선을 넘어선 적이 없다"라고 반박했다. 이 같은 북한의 주장은 남북과 유엔사가 서로 다른 MDL을 주장하는 데 따른 것으로, 3자가 '하나의 MDL'을 새로 합의하지 않으면 이번 지뢰 폭발 사고가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1일 나오고 있다.

남·북·유엔사, MDL 인식 상이…경고사격 후 위치 재확인도 빈번

군 당국과 군사 전문가 등에 따르면 유엔사와 남·북한이 인지하는 MDL은 조금씩 차이가 있다.

MDL은 1953년 7월 27일 유엔군과 중국·북한군 간 정전협정 체결 때 결정된 것이다. 당시 3자는 200~300m 간격으로 설치한 표지판 1292개를 통해 MDL을 설정했다. 철책 등 연결된 구분선은 없는 셈이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표지판 상당수가 유실돼 200여 개 정도만 남아있어, 사실상 전방 현장에서 눈으로 MDL을 인지하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전인범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도 지난 29일 뉴스1TV '팩트앤뷰'에 출연해 "(현장에선) 남북이 이해하는 MDL이 다른 지점이 몇 곳이 있다"라며 "결국 비무장지대(DMZ)엔 '원래 정해놓은 선'과 '남북이 각각 알고 있는 선' 등 총 3개의 선이 존재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전 전 사령관은 "지뢰 폭발 사고 지점이 군사분계선 남쪽 10m라고 하는데, 10m는 그렇게 먼 거리가 아니다. 서너 걸음 정도"라며 이번 사고가 남북의 MDL 인식차에 따라 발생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 그는 "이걸 하나로 통일하려고 한 10년 전부터 노력하고 있는데, 이 문제를 빨리 정해야 우리 장병들이 위험한 상황에 처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군은 2004년 기준 남아 있던 표지판들과 군사지도상 MDL 좌표선을 활용한 MDL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있으며, 2011년에 마지막으로 이를 재정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유엔사는 2016년부터 2만여 개의 좌표를 활용해 MDL을 식별하고 있는데, 우리 군사지도상 표기와 비교하면 약 60% 지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한다. 이렇게 서로 차이가 나는 구체적인 이유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미국의 위성항법장치(GPS) 체계를 이용하는 한국군·유엔사와 달리 북한군은 러시아 위성항법체계(GLONASS·글로나스)를 이용해 MDL을 판별한다고 한다. 최근 북한이 최전방 지역에서 이른바 '국경선화' 작업을 지속해 오면서 북한군의 MDL이 한국 및 유엔사와 차이가 있다는 정황이 지속해서 확인되고 있다.

합참 관계자는 "우리 지도 기준으로 MDL을 넘었다고 보고 경고사격을 하면 북한군 고위급들이 직접 나와 지도와 쌍안경으로 위치를 재확인한다"라며 "경고사격을 받으면 '여기가 아닌가 보다' 하고 작업 공간을 쉬운 곳으로 옮기기도 하고, 현장에서 MDL 표지판을 확인하면 이를 경계로 인식해 더 이상 내려오지 않기도 한다"라고 현장에서 북한군 역시 나름의 '혼란'을 겪고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심지어 과거 우리 군이 북한군의 MDL 침범 행위에 '경고사격'을 하자, 유엔사가 나서 해당 지역은 북한 측의 주장이 맞는다고 판단한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MDL 단일화 시급하지만 北 호응 가능성 낮아…"南·유엔사부터 일치 우선"

이상적인 해법은 남·북·유엔사가 한자리에 모여 하나의 MDL을 재획정하는 것이지만, 현재 정세에서 북한이 이에 응할 가능성은 낮은 상황이다. 이에 정부 내부에서는 현실적 대안으로 우리와 유엔사 간의 MDL 기준 일치화 작업부터 시행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그간 해당 문제에 미온적인 대처를 이어왔던 유엔사가 이번 폭발 사고를 계기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협의에 적극 나설지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지난 6월 국방부는 북한의 MDL 국경선 요새화 및 지뢰 매설을 명백한 정전 협정 위반으로 규정하고 유엔사가 현장 확인 등 역할을 해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당시 유엔사는 한국도 DMZ 측에서 도로 및 울타리 정리 등 활동을 하고 있고, 북한이 MDL 이북에 방어 목적으로 지뢰를 매설하는 건 정전협정 위반이 아니라며 우리 측의 요구를 거절한 바 있다.

그러나 유엔사가 '방어적 성격'으로 묵인했던 북한의 요새화 작업이 북한군 지뢰에 의한 한국군 부상이라는 결과로 되돌아오면서 유엔사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 역시 북한의 'MDL 무력화 전략'에 맞서 남북 간 직접 협의가 어려운 만큼, 유엔사와의 실질적인 기준 일치화 작업부터 속도를 내야 한다고 지적한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총장은 "현 상황에서 유엔사와의 일치화 작업을 우선 추진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라면서도 "다만 북한이 지뢰 폭발에 대한 유감 표명이나 조사에 응할 가능성이 작아 MDL을 둘러싼 논쟁과 정부의 부담은 이어질 수밖에 없다"라고 짚었다.

만약 회담이 성사될 경우 우리 군과 유엔사 대표단과 북한군 장성급 대표단이 머리를 맞댈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북한과 유엔사 간 연락 창구 역할은 유엔사 군사정전위원회(군정위)가 담당하지만, 정전협정 이행을 감독하고 위반 사실을 통보·협의할 수 있을 뿐 북한에 제재를 부과하거나 처벌할 권한은 없다.

kimyew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