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상응 조치' 공언했지만 방안 마땅치 않다…대북 구상 추동력은 저하
군사 대응 수단 제한적…접경지 긴장 완화 구상에도 부담
확성기 재개도 부담 …"평화 공존 목소리 당분간 위축"
- 한상희 기자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군이 비무장지대(DMZ)에서 우리 군의 수색 중 폭발한 지뢰가 북한군이 '매설'한 것으로 최종 확인되면 '상응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지만, 상응 조치의 내용은 아직 구체적으로 수립하지 못한 것으로 29일 알려졌다. 북한의 책임을 물을 군사적 수단이 제한적인 데다, 2015년 목함지뢰 도발 사건 때처럼 대북 확성기를 재개하기도 곤혹스러운 상황이라는 점에서다.
국방부와 통일부는 이날 '상응 조치'가 무엇이냐는 질의에 대해 "앞으로 있을 최종 판단을 종합하면서 검토를 한 뒤 말씀드릴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로서는 자칫 이재명 정부의 대북정책의 상징인 '긴장 완화'와 '평화 공존'을 우리가 스스로 거두는 듯한 상황이 연출되는 것이 부담스러운 입장이다. 그렇다고 대북 경고와 항의로 상응 조치를 한다면 중상을 입은 우리 장병의 피해에 정부가 소극적으로 대응한다는 비판이 제기될 것이 자명한 상황이다.
합동참모본부는 전날 이번 사건의 1차 조사 결과 브리핑에서 "만약 최종 조사 결과 우리 군의 피해 원인이 북한군이 매설한 지뢰로 판명된다면 MDL 이남에서 정상적으로 DMZ 작전을 수행하던 우리 장병이 북한군 지뢰에 의해 부상을 입은 것"이라며 "이에 대한 모든 책임은 북한에 있다"라고 밝혔다.
합참이 밝힌 입장의 핵심 키워드는 '매설'이다. 매설은 의도를 가진 행위자에 의한 행동이기 때문에, 유실된 지뢰가 땅에 묻혀있던 것과는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
합참은 북한이 사고 지점과 불과 10m 정도 떨어진 곳에서 '남북 두 국가' 기조에 따른 전방 단절 조치를 시행하며 지뢰를 매설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북한이 해당 지점에 의도적으로 지뢰를 묻었을 가능성을 높이는 부분이다.
다만 직접 매설한 것으로 확인되더라도 오래전에 묻은 것인지, 최근 설치한 것인지에 따라 고의성 판단과 대응 수위가 달라질 수 있다. 사고 지점에서 목격된 비폭발 북한군 지뢰는 1969년부터 북한이 제작·활용해 온 것으로 파악된다는 점에서, '확실한 물증'이 없다면 매설 시점을 '약 57년 중 하루'로 광범위하게 상정할 수밖에 없다.
군은 이같은 다양한 상황을 상정해 시나리오를 세워 '상응 조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군이 최근 지뢰를 매설한 게 확인되면 군은 가장 고강도 대응 조치를 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오래전에 매설한 지뢰라면 북한군에게 도의적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을 요구하는 등의 조치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만일 북한이 사고 지점이 MDL 이남 지역임을 인지한 상황에서 지뢰를 매설했다면 정전협정 위반에 따른 책임 있는 조치를 요구할 수도 있다.
그런데 만일 지뢰가 유실돼 해당 지역에 유입됐다면, 북한군의 책임을 묻기 쉽지 않은 상황이 발생한다.
특히 우리 군이 사고 지역에 지난 50여년간 진입하지 않았다고 밝힌 만큼, 현장 상황에 대해 알지 못하는 정보가 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 지뢰의 매설 및 고의성 여부를 판단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이날 뉴스1과의 통화에서 "북한을 직접 대상으로 할 수 있는 상응 조치는 매우 제한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국제사회에 문제를 제기하고 북한에 사과와 책임 규명, 재발 방지를 요구할 수는 있지만, 북한이 책임을 인정하거나 요구에 응하도록 강제하기는 어렵다는 게 박 교수의 설명이다.
군사적 맞대응 역시 쉽지 않다. 포격과 달리 지뢰는 폭발 당시 공격을 가한 병력이나 대응 사격할 원점이 드러나지 않는다. 최근 매설로 확인되더라도 언제 누가 설치했는지까지 특정해 군사적 대응의 표적과 수위를 정하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MDL 이북에 지뢰를 매설하는 방식으로 맞받아치는 것은 정전협정 위반이라는 점에서 현실성이 떨어진다.
드론 등 무인 정찰 자산을 활용해 추가 지뢰 위험을 확인하고 장병 보호 조치를 강화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그러나 이는 유사한 피해를 막기 위한 조치로, 이미 발생한 사고에 대해 북한의 책임을 묻는 '상응 조치'와는 성격이 다르다.
그나마 북한을 직접 압박할 수 있는 카드로는 2015년 목함지뢰 사건 당시 재개했던 대북 확성기 방송이 꼽힌다. 그러나 이재명 정부는 긴장 완화를 위해 지난해 6월 선제적으로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고 8월에는 시설까지 철거했다. 다시 설치한다면 관계 개선을 위해 먼저 취한 조치를 스스로 거두는 셈이자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를 180도 뒤집는 조치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반대로 북한군의 매설이 확인됐는데도 물리적 조치 없이 경고와 항의에 그친다면 '상응 조치'를 예고한 군의 발표에 비해 대응이 미흡하다는 비판을 피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 장병이 북한군의 행위로 중상을 입은 사고의 책임을 묻고 추가 피해를 막을 방안을 제시하지 못한 채 정부가 실효성이 떨어지는 조치를 먼저 취한다는 점에서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번 사안에 전면적 부인이나 '모르쇠'로 일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번 사고는 북한과의 대화를 추구하고, 이를 위해 접경지부터 긴장을 낮추겠다는 정부의 대북 구상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통일부는 지난달 5일 하반기 업무보고에서 9·19 군사합의 복원과 DMZ의 평화적 이용을 통해 선제적인 긴장 완화 조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사고로 장병 안전 문제가 불거지면서 'DMZ의 평화적 이용'에 대한 국민의 호응도는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평화 공존 정책 자체가 수정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선제적 화해 조치를 추진하자는 목소리는 당분간 위축될 것으로 내다봤다. 대북정책의 방향이 바뀌기보다는 접경지에서 먼저 긴장을 낮추려던 조치의 추진 여건이 나빠질 수 있다는 취지다.
일각에선 이번 사고를 대북 구상의 방향을 바꾸는 계기보다, 평화 공존을 뒷받침할 안보 대응력을 점검하는 계기로 봐야 한다는 견해도 제기한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단기적으로 유엔사가 정전협정 준수 여부를 더 엄격히 감시하고 북측에 경고하는 역할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angela020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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