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날 숫자 틀리던 트럼프…"北 핵무기 57개" 주장은 사실일까?

美 의회조사국 "50기 조립 가능"…스웨덴 싱크탱크 "60기 보유"
안규백 국방 "北, 핵무기 80~120개 보유 추정"…한미 간 차이

(평양 노동신문=뉴스1)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미사일 생산과 연관이 있는 '중요 군수공장'을 시찰하는 모습.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서울=뉴스1) 김기성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와 연내 만날 것이라는 의지를 재차 피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북한이 보유한 핵무기 수를 '57개'라고 구체적으로 밝혔는데, 북한의 핵무기 수는 향후 북미 협상의 최대 안건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디테일한' 발언의 사실 여부가 주목을 받고 있다.

AFP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기자들과 마주친 자리에서 올해 하반기에 김정은 총비서를 만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 만날 거다"라며 "그는 매우 강력한 핵무기 57개를 보유하고 있다. 절대 이런 일이 일어나도록 내버려둬서는 안 됐다. 하지만 그는 그걸 가지고 있고, 나는 그런 그와 아주 잘 지낸다"라고 말했다.

미국의 대통령이 '기밀 중 기밀'인 북한이 보유한 핵무기의 수를 정확하게 말하는 것은 금기시돼 왔다. 미국의 정보력을 그대로 노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미국의 행정부도 그간 북한의 핵무기 수량을 모호하게 밝혀 왔다. 앞서 미 국방부(전쟁부) 산하 육군부는 2020년 '북한 전술'이란 보고서에서 북한의 핵무기 보유량을 '20~60개'로 추산한다면서 구체적 언급을 피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57개'의 출처를 언급하진 않았지만, 만일 이 숫자가 현재 북한이 보유한 핵무기의 수와 정확하게 일치한다면 미국의 대통령이 기밀 사항을 필요 이상으로 언급한 것이라는 비판적 시각도 있다.

반면 미국의 대북 정보 활동이 매우 정확하고 은밀하게 진행됐음을 보여 준다는 점에서 오히려 협상력을 높일 수도 있다는 관측도 있다. 북한에게 '우리는 다 들여다보고 있다'는 메시지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2026.08.17 ⓒ 로이터=뉴스1
숫자 틀리는 트럼프의 습관…"큰 의미 부여 불필요" 시각도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안보 현안에 있어 유독 '숫자'를 틀리게 말하는 사례가 잦았다는 점에서, '57개'라는 구체적 숫자에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하면 안 된다는 시각도 있다. 중요한 것은 북한의 핵무기 생산 능력이지 숫자는 중요하지 않다는 취지에서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백악관 기자회견에선 북한이 '45개'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45개'와 '57개' 모두 사실이라면 북한이 넉달여 만에 12개의 핵무기를 추가 생산한 것으로, 통상적으로 핵물질 보유 단계에서 핵무기(탄두) 생산에 최대 두 달가량 걸린다는 점에 비춰봤을 때 상상 이상으로 빠른 속도이기 때문에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 숫자일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중동전쟁에서 동맹국들의 지원이 저조한 상황을 두고 "우리는 북한으로부터 일본을 보호하기 위해 5만 명, 김정은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하기 위해 한국에 4만 5000명의 미군 병사를 그곳에 두고 있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지난 17일(현지시간)엔 주한미군이 3만 9000명이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실제 주한미군 병력은 2만 8500명 규모다.

그는 집권 1기 때인 2020년 6월엔 주독미군을 감축하겠다고 발언하며 독일에 5만 2000명이 주둔하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당시 독일에는 약 3만 4000명이 주둔하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수사는 그가 상황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끌어가고 싶을 때 나오는 습관으로 해석되고 있다. 사실보다 '큰 숫자'를 언급하면서 자신의 주장에 명분과 논리를 더하려는 것이라는 뜻이다.

다만 국내외 싱크탱크와 연구기관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45개', '57개'라는 발언은 어느 정도 정보 분석에 근거를 둔 숫자로 볼 수 있는 측면도 있다.

스웨덴 싱크탱크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는 지난 6월 '2026년 SIPRI 연감'에서 올해 1월 기준으로 북한이 60기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고 즉각 발사체에 조립 후 발사가 가능한 '보관' 상태라고 추정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57개라는 숫자와 매우 근접한 수치다.

SIPRI는 "북한의 핵무기 상태와 역량 관련 정보는 상당한 불확실성이 따른다"면서도 "북한은 최대 90기의 핵탄두를 더 생산할 수 있을 만큼 핵분열 물질을 생산했을 가능성도 있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또 지난해 5월 미국 의회조사국(CRS)은 '북한의 핵무기 및 미사일 프로그램' 평가를 업데이트하면서 북한이 최대 90기의 핵탄두를 제작할 수 있는 분량의 핵분열 물질을 확보했고 이 가운데 약 50기는 이미 조립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2026.8.20 ⓒ 뉴스1 황기선 기자
안규백 "北, 핵무기 80~120개 보유 추정"…미국보다 추정치 커

우리 정부 역시 정보 사항인 북한의 핵무기 개수를 정확하게 밝히지는 않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23년 2월 발간한 '2022 국방백서'에서 "북한은 최근까지도 핵 재처리를 통해 플루토늄 70여㎏,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을 통해 고농축 우라늄(HEU) 상당량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라고 공식 기술한 바 있다. 플루토늄 70여kg는 핵무기 9∼18기를 제조할 수 있는 분량에 해당한다.

그런데 북한은 2024년부터 핵능력 고도화를 위해 '핵물질의 대량 생산'을 추진해 왔기 때문에 최근 들어 보유한 핵무기가 많이 늘었을 가능성도 있다.

이상규 한국국방연구원(KIDA) 핵안보연구실장은 지난해 11월 북한이 2023년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핵탄 보유량 기하급수적 증가'를 결정한 이후 우라늄탄 115~131발, 플루토늄탄 15~19발 등 총 127~150발의 핵무기(탄두)를 갖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추정치는 김 총비서가 그간 알려지지 않았던 '핵물질 생산 기지'를 찾아 우라늄 농축시설 등을 공개하는 등 북한의 우라늄 농축시설이 늘어난 현황을 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 실장은 우라늄탄의 경우 2040년까지 최대 386발, 플루토늄탄은 2040년까지 최대 43발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는 등 2040년까지 북한의 핵무기가 400발 이상이 될 수도 있다고 봤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도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북한이 보유한 핵무기가 '80개에서 120개 사이'로 추정하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전반적으로 미국보다 우리 정부의 추정치가 더 큰 것으로, 일각에선 '핵무기'를 보는 기준을 '조립된 탄두'로 보느냐, '무기급 핵물질 보유 수'로 보느냐에 따라 숫자가 크게 차이가 날 수 있다고 보기도 한다.

goldenseagul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