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탄도미사일 대대적 개량으로 한미에 혼선…정보 분석 어려워졌다

개량형 전진 배치·특수탄두부 도입·'섞어 쏘기' 등으로 정보 판단 혼선 의도
한미 "정보 공유 이상 없다"지만…대북 공조 약화 '우려' 지속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이 지난달 25일 '중요 무기시험'을 위해 단행한 개량형 240㎜ 방사포와 전술탄도미사일, 155㎜ 자행평곡사포(자주포)용 사거리 연장탄의 시험발사 장면.[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북한이 올해 전술·전략미사일 중 상당수를 개량해 사실상의 신형 미사일을 대거 도입함에 따라 이를 면밀히 분석해야 하는 한미 정보당국의 부담도 커지는 모양새다. 관련 정보 입수 및 분석에 걸리는 시간이 많이 늘어난 것은 물론, 최근엔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여부도 제대로 판단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1일 제기되고 있다.

한미는 북한이 지난달 25일 '섞어 쏘기' 방식으로 발사한 방사포와 자주포, 단거리 추정 탄도미사일 도발 때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는지 여부를 즉각적으로 판단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북한은 탄도미사일에 '특수임무 전투부'(특수임무탄두)를 장착했다고 주장하면서 이 미사일의 사거리를 짧게 조정해 발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은 통상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을 시험발사할 때 사거리를 300~600㎞가량으로 조정해 발사해 왔는데, 이번 탄도미사일의 사거리는 이에 크게 미치치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 한미가 사거리 300㎞ 이하의 근거리탄도미사일(CRBM)이나 사실상의 탄도미사일인 '초대형방사포' 발사 때도 즉각 이를 식별해 왔다는 점에서, 북한군이 이번 도발 때 탄도미사일 추정 발사체의 사거리를 대구경방사포(240mm)의 사거리 수준(약 70㎞ 내외)으로 조정했을 가능성도 있다.

정부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사실을 거의 실시간으로 언론에 알리는 방식으로 발표하고 있다. 이는 대북 모니터링 능력 과시도 있지만,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 위반에 해당하기 때문에 이를 공표 및 기록한다는 차원도 있다. 다만 제재 대상이 아닌 대구경방사포, 자주포 등 비(非) 탄도미사일의 발사 때는 이를 별도로 발표하진 않는다.

이런 맥락에서 북한이 지난달 25일 발사 사실을 주장한 탄도미사일의 제원에 대한 한미의 판단에 시간이 걸리는 이유가 '짧은 사거리'에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이다. 사거리가 짧아지면 발사 각도도 달라지지 때문에 방사포 등과 섞어 쏠 경우 한미의 초기 판단에 혼선을 줄 여지가 있다. 북한이 최근 수년 사이 다량, 다종의 미사일을 한 번에 발사하는 도발을 즐기는 이유도 한미의 혼선을 노린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미사일 개량해 '신무기' 개발 효과…한미의 분석엔 '부담'

북한의 이런 동향은 올해 좀 더 뚜렷해지고 있다. 북한은 지난 4월 6~8일에 '중요무기체계 시험'을 진행했다면서 단거리탄도미사일인 '화성-11가'에 '산포 전투부'를 장착했다고 주장했다. 산포 전투부는 하나의 탄두 안에 다수의 자탄(子彈·새끼탄)을 넣은 집속탄(분산탄)으로, 폭발 때 자탄이 사방으로 퍼지며 넓은 지역을 타격할 수 있게 만든 무기체계다. 기존 고폭탄보다 광범위한 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

북한은 산포 전투부 외에도 탄소섬유모의탄을 장착한 미사일도 발사했다고 주장했다. 탄소섬유탄은 상대방의 전력망을 파괴하는 비살상 무기체계로 일명 '정전폭탄'으로 불린다. 공중에서 탄두가 폭발하면 니켈·탄소섬유가 방출돼 송전선이나 변압기에 붙어 전력계통을 손상하는 방식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은 지난 4월 19일에도 CRBM에 집속탄을 장착해 시험발사를 단행했고, 지난 5월 26일에도 어떤 탄두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은 특수임무탄두 장착 탄도미사일 발사를 진행했다.

아울러 이때는 '초정밀 자율항법체계'와 '지형 대조 항법체계'를 결합해 비행의 효율성을 높이고 '인공지능(AI) 말기 유도 기능'을 도입해 명중률과 주요 타깃에 대한 적중률을 높인 순항미사일도 처음으로 발사하는 등 북한은 수시로, 꾸준히 개량형 미사일의 위력을 과시하고 있다.

북한이 도입한 기술들이 '세상에 없는' 기술은 아니지만, 그간 보유하지 않았던 기술들이 대거 공개되면서 한미 정보당국도 예민해지고 있다. 최근 북한 정보 분석 파트에서 북한의 움직임이 빨라 분석이 쉽지 않다는 이야기도 나온다고 한다.

새 핵시설도 등장하는데…한미 공조 '차질' 우려 여전

지난달 25일 북한의 도발 때 즉각적인 '탄도미사일 발사' 발표가 나지 않으면서 일각에선 한미 간 정보 공유 제한 문제가 북한의 미사일 관련 동향 파악에도 영향을 준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구성 핵시설' 발언에 따라 미국이 대북 정보 공유를 일부 통제하는 것이 영향을 준 것 아니냐는 뜻이다.

정부는 북한의 군사 동향 관련 한미의 공조는 대북 정보 공유 제한과 별개의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지난달 25일 발사의 경우, 북한이 탄도미사일이 아닌 발사체를 탄도미사일인 것처럼 속이는 '기만전술'을 펼쳤을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하지만 북한이 개량형 신무기들을 '대남용'으로 개발해 남북 접경지에 대거 실전배치하겠다고 공표한 데 이어,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새로 건설한 우라늄 농축 시설까지 시찰한 사실을 공개하는 등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이 계속 고도화하고 있어, 한미 역시 '새로운 차원의 공조'가 필요한 것 아니냐는 지적은 계속되고 있다.

특히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주한미군의 대북 억제 능력을 덜어 중국을 견제하는 데 사용할 것이라는 '전략적 유연성' 정책을 펼치면서 이러한 지적과 우려의 목소리는 더 커지고 있다.

앞으로도 북한은 군사 도발 등에 있어 '혼선 전략'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는 지난 25일 미사일 도발 때 "가급적 최단기간 내에 우리 무력의 장거리 타격수단들이 갱신형(개량형)으로 교체·장비(배치)된 것을 적들이 알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통상적으로 장거리 미사일은 미국 본토 타격 수단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괌 등을 노린 극초음속미사일을 포함한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등을 가리켜 왔다는 점에서, '대남용' 장거리 타격수단이 무엇일지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나오는 상황이다. 김 총비서의 발언 자체가 한미의 분석이 한 지점으로 모이는 것을 방해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이야기마저 나오고 있다.

yeseu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