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작전사령관' 공석…유사시 누가 '결심'하나 [한반도 GPS]

지작사령관 없는 첫 한미 연합연습…어색한 '태비태세 강화'
해군총장 교체로 해작사령관도 공석…정세 급변 시 대응에 지장 우려

편집자주 ...한반도 외교안보의 오늘을 설명하고, 내일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한 발 더 들어가야 할 이야기를 쉽고 재밌게 짚어보겠습니다.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국방부 깃발. 2021.6.4 ⓒ 뉴스1 이승배 기자

(서울=뉴스1) 김기성 기자 = 지난 3월 진행된 상반기 정례 한미 연합연습 '자유의 방패'(Freedom Shield·FS)는 지상작전사령관(지작사령관) 없이 진행된 최초의 연합연습이었습니다. '12·3 내란'의 여파입니다.

지난 2월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주성운 육군 지작사령관(육군 대장)이 비상계엄에 연루된 의혹이 있다며 그를 직무에서 배제하고 수사 의뢰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주 사령관은 비상계엄 당시 예하 부대장인 구삼회 당시 육군 제2기갑여단장(준장)의 복귀를 지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구 준장은 계엄사령부에서 부정선거 의혹 수사를 맡을 '제2수사단'의 단장으로 내정됐던 인물입니다. 군은 주 사령관이 구 준장의 계엄 연루 사실을 인지하고도 이를 적극적으로 제지하지 않은 책임이 있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작사령관의 '사실상' 유고 상태는 우리 국방과 안보에 있어 무시하지 못할 우려사항이라는 게 군 내부의 시각입니다. 지작사령관이 관할하는 부대와 병력 규모, 한미 간의 공조에서 지작사령부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보면 군 내부의 우려를 이해할 만합니다.

지작사령관이 지휘·감독하는 관할지역은 수도권과 강원도 일대입니다. 수도군단, 1군단, 2군단, 3군단, 5군단, 7기동군단 등 총 6개 전방군단과 그 예하 사단이 지작사령관의 지휘를 받습니다. 수도 서울을 포함한 전방 지역이 지작사령관 영향 아래 있는 셈입니다.

최전방을 관할하는 만큼 지작사령관의 지휘에 따라 움직이는 병력도 막대합니다. 2025년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작사령관이 지휘하는 총병력은 약 24만 5000여 명입니다. 지난해 육군 전체 병력이 약 32만 명으로 집계된 것을 기준 삼으면, 육군 병력 75%가 지작사령관의 명으로 움직이는 것입니다.

이에 더해 한미 간의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이 이뤄지면 지작사령관은 한국군과 주한미군의 지상군 병력을 통합·지휘·통제하는 연합지상군구성군사령부의 사령관 임무도 맡습니다. 전작권 전환을 위한 환경 조성에 중요한 기점이 될 것으로 예상됐던 이번 FS연습에서 지작사령관의 부재가 뼈 아픈 이유이기도 합니다.

평시작전통제권을 가진 합동참모본부(합참)와 4성 장군인 육군참모총장이 문제없이 임무를 수행 중이고, 지작사령관 임무를 대행할 부사령관이 있으니 충분하지 않냐는 반론도 타당한 측면은 있습니다.

"합참의장은 군령에 관해 국방부 장관을 보좌하며, 장관의 명을 받아 전투를 주 임무로 하는 각 군의 작전부대를 작전지휘·감독하고, 합동작전 수행을 위해 설치된 합동부대를 지휘·감독한다. 이에 따른 전투를 주 임무로 하는 각 군의 작전부대 및 합동부대의 범위와 작전지휘·감독권의 범위는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국군조직법 제9조 제2항 및 제3항)"각 군 참모총장은 국방부 장관의 명을 받아 각각 해당 군을 지휘·감독한다. 다만 전투를 주 임무로 하는 작전부대에 대한 작전지휘·감독은 제외한다."(국군조직법 제10조 제2항)

국군조직법과 관계 법령은 '군정권'과 '군령권'을 각각 나눠 이를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을 구분하고 있습니다.

각 군의 참모총장은 군 편제와 인사, 정책 분야를 관장하는 군정권을 가집니다. 반면 각 군의 작전사령관은 합참의장을 통해 실질적으로 병력을 움직이고 지휘하는 군령권을 가집니다. 육군참모총장과 지작사령관의 역할은 유사시에 두드러지게 차이가 난다는 의미입니다.

지작사령관의 부재는 '권한 없는 책임의 딜레마'로도 이어집니다.

군 내부 관계자는 "누군가 직무를 대신하면 일은 어떻게든 굴러간다"면서도 "새로운 상황을 돌파할 때,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이를 추진할 수 있도록 책임지고 결정할, 즉 '결심'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지작사령관 직무대리로서의 부사령관은, 사령관도 아니면서 사령관의 권한은 발휘해야 하고 그에 따른 책임도 져야 하는 모호한 지위입니다. 전례와 관행에 의존하고 보수적으로 결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100%의 권한을 확보하지 못한 책임자는 급박한 상황에서 유연하고 긴급한 책임을 행사하기 어렵습니다. 북한은 지난달 초부터 군사분계선(Military Demarcation Line·MDL) 인근에서 철조망을 설치하고 남북을 연결하는 철도와 도로를 단절하는 등 '국경화 작업'을 재개했습니다. 북한군은 지난해 3월부터 12월까지 10여 차례에 걸쳐 MDL을 넘어오기도 했습니다. 수시로 급박하게 발생하는 북한의 이상 징후에 마냥 합참의 입만 바라볼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국방부조사본부가 주 사령관에 대한 수사 의뢰를 받은 지도 벌써 두 달째이지만 이렇다 할 결과는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계엄 연루'라는 이유로 단호하게 직무를 배제할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입니다.

작전사령관의 부재는 육군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정부는 지난달 김경률 해군작전사령관을 대장으로 진급하고 해군참모총장에 임명했습니다. 전임자인 강동길 전 총장이 비상계엄 연루 혐의로 징계를 받고 사임한 지 약 3주 만의 일이었습니다.

지난 2월 말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과 이에 따른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미국이 동맹들에게 군함 파견을 요청하면서 해작사령관의 부재가 유의미하게 다가왔습니다.

아직까지 미국 정부의 공식적인 파병 요청은 없으나, 만에 하나 그러한 요청이 있을 경우 1순위 파병 대상은 해군의 '청해부대'(소말리아 해역 호송전대)가 거론되고 있습니다. 청해부대의 투입은 합참의 지휘로 결정되겠지만, 이들에 대한 실무적인 지휘와 운용은 해작사령관이 관리합니다.

군 장성 인사는 국방부 장관의 제청과 대통령의 임명으로 이뤄집니다. 급변하는 대북, 중동 정세 속에서 능동적이고 유연한 야전의 작전 지휘 및 대응을 위해 안 장관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goldenseagul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