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전력 3축' 내세워 '핵억제력 체제' 과시…'화성-20형' 시험발사는?

"당장은 고강도 도발로 美 자극할 가능성 작아"
북미 대화 지연·대북 압박 기조 강화가 '변수'

(평양 노동신문=뉴스1) = 지난 10월 10일 북한의 노동당 창건 80주년 경축 열병에 모습을 드러낸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20형'.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북한이 연말을 맞아 방공체계와 전략 순항미사일, 핵추진잠수함 건조를 잇달아 공개했다. '핵전력 3축'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나름의 '핵억제력 체제'를 과시한 것으로, 곧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20형'을 시험발사 할 가능성도 29일 제기된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김정은 당 총비서가 전날인 28일 서해에서 진행된 장거리 전략 순항미사일 발사 훈련을 참관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이번 훈련의 목적을 "반격 대응 태세 검열"과 "기동·화력 임무 수행 절차 숙달", "전략 무기체계의 신뢰성 점검"이라고 규정하며 이 미사일이 시험발사를 넘어 실전 운용 단계임을 시사했다.

앞서 김 총비서는 지난 24일 신형 반항공(대공) 미사일 시험발사를 참관해 공중 위협에 대한 요격 능력 강화를 부각한 바 있다. 이 미사일은 사거리 최대 200㎞인 한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와 유사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북한도 이 미사일이 '신형 고공장거리 반항공 미사일'이라며 시험발사에서 200㎞ 상공의 가상의 타깃을 맞췄다고 선전했다. 이는 핵·미사일 전력 자체의 공격 능력뿐 아니라 이를 보호하고 운용하기 위한 방공 체계까지 포함한 '입체적 억제력' 구상을 드러낸 행보로 해석된다.

여기에 최근 공개된 북한의 핵잠수함인 '핵동력전략유도탄잠수함'까지 덧붙이면, 김 총비서는 연말 군사 행보로 지상·공중·해상으로 이어지는 '핵전력 3축'을 순차적으로 드러내며 새로운 방식의 '국가 핵무력'이 '완성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과시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신형 반항공미사일 시험발사를 참관하는 모습.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실물 공개한 ICBM '화성-20형' 발사는 아직…"ICBM 발사 시 北의 외교 환경 악화"

북한은 연말에 진행한 핵무기 도발 행보를 통해 다양한 핵무기의 '실전 운용성'과 '신뢰성'을 검증한 것으로 보인다. 8차 당 대회 전후로는 파괴력에 초점을 맞춘 지상 발사 탄도미사일 개발에 초점을 맞췄다면, 내년 초에 열리는 9차 당 대회에 맞춰서는 기습공격이나 방어가 부각되는 핵무기체계 개발에 주력하는 것이 특징이다.

북한은 지난해 10월 말 '화성-19형' 시험발사를 진행한 데 이어 올해 10월 노동당 창건 8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는 신형 ICBM인 '화성-20형'을 선보이며 여전히 파괴력에 초점을 맞춘 핵미사일 개발에 관심이 있음을 보여 줬다. ICBM은 북한에서 미국 본토를 직격하기 위해 개발된 무기체계라는 점에서, 북한이 연말 또는 내년 초 '화성-20형' 시험발사를 통해 미사일 능력의 극대화를 과시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으나, 아직 이렇다 할 동향은 포착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최근 핵미사일의 종류와 전략을 다각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고, 아직 트럼프 2기 행정부와 이렇다 할 외교적 이벤트를 만들어내지 못했다는 점에서 아직은 화성-20형 발사를 전략적 카드로 아끼고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10월 방한 때 북한에 적극적인 '러브콜'을 보냈던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4월 중국을 방문하면서 북한에게 다시 손짓을 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북한이 외교적 환경을 악화할 행동을 취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점이다.

효용성 측면에서도 화성-20형을 서둘러 꺼낼 필요성은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북한은 이미 고체연료 기반 ICBM '화성-19형'을 '완결판'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화성-20형은 사거리가 문제가 아니라 러시아의 지원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신형 고체연료 엔진이나 다탄두 등 '진화된 기술력'에 초점을 맞춰 개발됐을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에 굳이 시험발사가 필요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북미 대화 재개가 계속 지연되면서 관계 개선이 이뤄지지 않고, 대북제재와 인권 문제를 대북 압박 카드로 삼는 미국의 강공 기조가 강화되는 등 외교 환경이 급변할 경우, 화성-20형 발사가 새 카드로 급부상할 가능성은 여전하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ICBM을 사용한다면 미국과 그나마 조금이라도 열어 둔 대화의 문조차도 완전히 좁아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정치적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사용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내년 정세가 북한에 불리하게 작용할 경우 화성-20형을 카드로 꺼낼 수 있겠지만 현 상황에서 이 카드를 사용하긴 쉽지 않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yeseu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