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12년 만에 '425 사업' 완료…남북 정찰위성 경쟁서 南 '압승'

마지막 위성인 5호기 위성 발사 성공…2023년 첫 발사 후 2년 만에 완료
北, '만리경 1호' 발사 후 진척 없어…사실상 중단 상태

2일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우주군 기지에서 우리 군의 군사정찰위성 5호기가 발사됐다. (스페이스X 제공)

(서울=뉴스1) 김예슬 김예원 기자 = 우리 군이 추진해 온 위성 감시망 구축 사업의 최종 단계인 정찰위성 5호기가 2일 발사에 성공했다. 지난 2013년부터 추진된 '425 사업'이 완료된 것으로, 남북 간 정찰위성 경쟁에서 남한이 완벽한 '승리'를 거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방부는 이날 오후 2시 9분(현지시간 2일 오전 1시 9분) 군사정찰위성 5호기가 미국 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발사체 팰컨 9에 실려 플로리다주 케이프 커내버럴 우주군 기지에서 성공적으로 발사됐다고 밝혔다.

5호기는 한국 시간으로 2시 23분쯤 발사체와 성공적으로 분리, 목표 궤도에 정상 진입했다. 이후 오후 3시 9분에 지상국과 첫 교신을 진행하며 정상적으로 기능하는 것이 확인됐다.

위성 5호기는 앞서 발사된 1~4호기와 마찬가지로 미국 스페이스X의 재사용 로켓 '팰컨9'에 탑재됐으며, 우리 군의 독자적인 감시·정찰 능력 강화를 위한 위성 획득 사업인 '425 사업'의 마지막 위성이다.

우리 군은 북핵 미사일 도발 징후를 사전 탐지하고 전략표적을 감시하기 위해 2013년 '425 사업'의 추진을 결정했다. 사업 추진 과정에서 예산이 깎이거나, 사업 계획 확정이 미뤄지는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고도화되며 정찰위성의 필요성이 커지면서 지난 2017년 추진 기본 전략을 의결했다.

'425'라는 사업 명칭은 5개 위성 중 4개의 합성개구레이더(SAR) 위성의 영어 발음 '사'와 1개의 전자광학(EO)·적외선(IR) 위성의 영어 발음 '이오'를 합친 이름이다. 총 1조 3000억 원가량의 예산이 투입됐으며 지난 2023년 12월 1호기인 EO·IR 위성 1호기 발사에 성공했다. 지난해 4월부터 SAR 위성 2~5기가 단 한 번의 실패 없이 모두 성공적으로 발사됐다.

1~3호기는 전력화 작업이 마무리됐으며, 4호기는 운용 시험 평가를 마치고 전력화 여부를 판정 중이다. 위성 5기가 모두 전력화되면 군집 운용을 통해 북한의 도발 징후를 2시간 단위로 감시·정찰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특히 SAR 위성은 지상에 있는 30cm 크기의 물체까지 정확하게 식별할 수 있는 촬영 장비를 탑재하고 있어 북한에 대한 촘촘한 감시가 가능하다.

지난해 5월28일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발사 실패 뉴스를 지켜보고 있다. 2024.5.28/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북한도 정찰위성 개발 및 발사를 통한 정찰 능력의 '업그레이드'를 추진 중이다. 지난 2021년 관련 사업 추진을 결정하고 2022년부터 이를 공개적으로 이행해 왔으나, 현재 북한의 정찰위성 사업은 사실상 중단된 상태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 2023년 5월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정찰위성 '만리경 1호'를 발사체인 '천리마 1형'에 실어 발사했으나 발사체의 기능 고장으로 인해 중간에 추락하면서 발사에 실패했다. 같은 해 8월에 2차 발사를 시도했지만 이번엔 발사체가 공중에서 폭발하면서 실패했다.

3개월여 뒤인 같은 해 11월에 단행된 세 번째 발사 때는 발사체가 정상적으로 기능해 위성이 본궤도에 오른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북한이 보유한 위성용 촬영 장치의 해상도는 '구글 어스' 수준인 것으로 전해지는 등 '만리경 1호'가 북한군 전력에 보탬이 되는 정찰위성의 역할을 하긴 무리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정확한 정찰 활동을 위해서는 여러 개의 위성이 군집을 이뤄 특정 지역을 적은 시간차를 두고 촬영하는 것이 핵심인데, 북한은 지난해 5월에 '만리경 1-1호' 발사에 실패한 뒤 추가 발사 동향을 보이지 않고 있다.

북한은 2021년 1월 시작된 국방력 발전 5개년 계획을 통해 핵·미사일 역량 고도화와 함께 무인정찰기, 군사정찰위성 확보 등을 '5대 핵심 과업'으로 설정했다. 지난 2023년부터 이뤄진 러시아와의 밀착에 따라 정찰위성 관련 기술의 전수 가능성도 제기됐으나, 유독 이 분야와 관련해선 북러 간 밀착의 흔적이 선명하지 않은 상황이다.

정찰위성 사업의 핵심은 발사체 못지않게 고해상도의 촬영 장비를 갖추는 것인데, 전문가들은 정찰위성용 촬영 장비가 첨단 기술이 필요한 각국의 전략자산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북러 밀착이 심화해도 러시아가 이 기술이나 장비를 북한에 그대로 넘겨주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북한의 정찰위성 사업이 일정 수준에 오르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yeseu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