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집속탄이 러시아 드론 탄두로…불법 공급 정황 첫 포착
英 연구소 "폭탄에 '주체 89년' 표기…개조돼 드론에 장착"
"미군이 91년 걸프전에 사용한 탄약 모방한 듯"
- 김예슬 기자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북한이 러시아에 제공한 집속탄이 드론 탄두로 개조돼 우크라이나 전장에 사용된 정황이 20일 포착됐다. 그동안 북한의 러시아 군수 지원은 포탄·미사일 중심으로 확인돼 왔으나, 집속탄이 공급된 흔적이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영국의 무기 추적 전문기관인 분쟁군비연구소(Conflict Armament Research·CAR)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러시아군이 북한제 집속탄으로 무장한 소형 드론을 이용해 우크라이나 남부 지역을 공격했다"라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당국은 지난달 23일 러시아군이 사용한 무인기(FPV)에서 소형 폭탄을 회수했다. 이 폭탄에는 '주체 89년'(2000년)이라는 표기가 있었으며, 북한이 자체 생산한 구형 탄약으로 추정됐다. 폭탄에는 3D 프린팅으로 제작된 전자 기폭 장치가 추가 장착돼, 드론이 목표물에 충돌하면 폭발하도록 개조된 것으로 파악됐다.
CAR은 이 폭탄이 1991년 걸프전 때 미군이 사용한 탄약을 북한이 모방한 모델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또 "북한산 소형 폭탄이 FPV 무인 항공기에서 개조돼 발견된 것은 '즉흥적인 능력'으로 기존 보급품을 보완하는 최근 전장의 추세를 잘 보여준다"라고 평가했다.
이번 사례는 북한의 군수 지원이 단순한 포탄·미사일 공급을 넘어 러시아의 전술무기체계 운용 방식에 결합한 정황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북한의 집속탄 제공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이는 국제 인도법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 소지가 명백하다. 집속탄은 비군사 목표물에 광범위한 피해를 일으키는 특성 때문에 120여 개국이 금지 협약에 서명했으며, 북한과 러시아는 이에 가입하지 않았다.
yeseu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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