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종전 협상 길어지면 북한은 웃는다…北美의 '韓 패싱' 우려도

트럼프, 푸틴 '알래스카 회담' 성과 아직…종전 여부 아직 안갯속
우크라전 계기로 '북러 밀착' 중인 北…푸틴 행보에 자신감 커질 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 2월 백악관에서 종전 협상 관련 회담을 진행하며 언성을 높이는 모습. ⓒ 로이터=뉴스1 ⓒ News1 류정민 특파원

(서울=뉴스1) 임여익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 타결을 위해 18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만날 예정이다. 협상안에는 그간 우크라이나가 줄곧 반발해 온 '영토 양보' 조건이 포함된 만큼 이번 만남에서 합의가 타결될지 여부는 미지수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크라전 종전 협상이 길어질수록 북한이 '최대 수혜자'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시간으로 19일 백악관에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 유럽 정상들과 함께 젤렌스키 대통령과 만나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5일 미국 알래스카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직접 만난 뒤 "큰 틀의 합의를 이뤘다"라고 밝혔지만 종전 협상과 관련된 결과를 발표하진 못했다.

이후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미·러 회담에서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동부의 돈바스 지역을 포기하면 그 대가로 러시아가 남부 헤르손과 자포리자 등 나머지 전선에서 공격을 중단하겠다"는 제안을 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기반으로 한 '평화 협정' 중재에 나설 것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가 돈바스 지역을 전부 포기하면 도네츠크의 우크라이나 군사 요충지와 방어선까지 러시아에 모두 귀속되기 때문에, 이대로 모든 협상이 타결된다면 사실상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과 점령을 용인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트럼프-푸틴의 협상이 끝난 뒤인 지난 16일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우크라이나에 중요한 모든 문제는 우크라이나의 참여하에 논의돼야 하고, 특히 영토 문제는 우크라이나 없이 결정될 수 없다"며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의 모습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취임 전부터 '빠른 종전'을 공언했던 트럼프 대통령이지만 종전 협상이 예상보다 오랫동안 난항을 겪으면서 우크라전 참전을 결심하며 러시아로부터 각종 반대급부를 받아내는 북한이 가장 큰 이익을 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러시아와 전례 없는 수준의 밀착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6월 북한과 러시아는 한쪽이 전쟁 상태에 처하면 지체 없이 군사적 원조를 제공한다는 내용을 담은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을 체결하면서 밀착의 강도는 최고조에 이르렀다.

북한은 이를 명분으로 같은 해 10월 1만 1000여 명 규모의 전투병력을 러시아에 처음 파병했고, 올해 초에는 약 3000명 이상을 추가 파병했다. 지난 6월에는 공병 1000명과 건설병 5000명 등 전후 복구사업에 투입될 인력 총 6000명을 3차 파견하기로 합의했다.

북한은 러시아에 병력과 무기를 지원하는 대가로 드론과 전투기, 새로운 공중 방어 시스템과 장거리 발사체 및 초음속 순항미사일 기술 등 군사력 증강을 위해 절실했던 자원을 지원받는 것으로 파악된다. 아울러 각종 경제적 원조도 병행되면서, 북한은 제재로 인해 부족했던 각종 물자를 러시아를 통해 충족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미러 알래스카 정상회담에서 푸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로 쉽게 타협하지 않으면서 미국과 '동등한 강국'이라는 이미지를 발신하는 데 주력했다. 이 역시 러시아를 든든한 뒷배로 삼고 있는 북한 입장에서는 국제사회에서 더욱 자신감을 갖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만약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이 푸틴 대통령의 의지대로 관철된다면 향후 북미 대화에서도 러시아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한다. 러시아가 북한의 우군을 자처하며 북미 간 '중재자' 역할을 자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같은 상황이 전개한다면 북미 대화에서 한국이 낄 공간이 작아진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대화의 '빠른 타결'을 위해 러시아의 개입을 인정하고, 우크라전 종전과 연계해 러시아의 이익도 보장되는 방식의 협상을 진행한다면, 한국이 이렇다 할 역할을 맡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김진하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미 대화 전개 시 한국의 입장을 제대로 피력할 수 있도록 미국을 비롯한 여러 서방 국가들과 미리 대화 환경을 조성해 놓아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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