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연합훈련 '조정'에도 北은 도발 예고…대북 유화책 분기점
北, 국방성 담화로 '강경 대응' 확인…비난 톤은 조절
고강도 도발 나설 경우 대북 유화 기조에 차질 예상
- 유민주 기자
(서울=뉴스1) 유민주 기자 = 북한이 이재명 정부의 첫 한미연합훈련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연합훈련에 대비한 도발을 시사하는 언급이 나오면서 연합훈련 기간 동안 남북의 갈등이 표면화될 가능성도 11일 제기된다.
노광철 북한 국방상은 이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우리 무장력은 철저하고 단호한 대응 태세로 미한의 전쟁 연습 소동에 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향한 무력시위는 분명코 미한의 안보를 보다 덜 안전한 상황에 빠뜨리는 역효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며 "군사적 도발에 대응하고 국가의 안전과 지역의 평화를 수호하는 것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무력의 절대적 사명"이라고 주장했다.
한미연합훈련이 '북침 전쟁 연습'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북한의 이같은 언급을 두고, 북한이 이번 훈련 기간 동안 '맞대응' 차원의 군사 행동을 준비하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미는 지난 7일 올해 하반기 '을지 자유의 방패'(UFS) 연합훈련이 오는 18∼28일 진행한다면서 이번 연습 기간 계획됐던 40여 건의 FTX 중 20여 건이 9월로 연기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정부가 대북 유화책으로 추진했던 연합훈련의 톤 조정을 위한 것으로 풀이됐다.
노광철 국방상은 이날 담화에서 이같은 한미의 '조정'에 대해서는 평가나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북한이 아직은 한미의 동향을 신중하게 바라보고 있음을 시사한다.
북한은 그간 남북관계가 좋지 않을 때는 한미연합훈련 기간을 고강도 도발의 계기로 삼아 왔다.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탄도미사일, 순항미사일 발사를 통해 군사력을 과시하면서다.
다만 '남북 두 국가'를 선언하며 대남 전략을 '무시와 무관심'으로 설정한 뒤엔 오히려 연합훈련을 신경 쓰지 않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북한은 지난해 하반기 UFS 시작 하루 전날(8월 18일) 외무성 미국연구소 공보문을 통해 훈련을 비난하고, 훈련 마지막 날을 하루 앞두고(8월 28일)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신형 240㎜ 방사포(다연장로켓포)의 검수시험 사격을 참관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240㎜ 방사포 사격은 저강도 도발로 분류된다.
올해는 훈련 일주일여를 앞두고 첫 반응을 내놓으면서 작년에 비해 '관심도'가 높아진 모습을 보였다. 정부는 노 국방상의 담화 톤이 비난이나 조롱, 고강도 위협을 빼고 자신들의 입장을 설명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으로 평가했다. 북한의 비난 및 위협 강도가 높지 않은 것으로 본다는 뜻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북한이 한미를 시험대에 올려 연합훈련의 수위를 더 낮추기 위해 빠른 반응을 보였을 가능성도 제기한다. 연합훈련이 시작되는 18일까지 한미가 추가적인 '조정' 동향을 보이지 않으면 군사 도발로 대응하며 분위기를 악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북한은 올해 이재명 정부의 대북 유화책에 일정 수준의 반응을 꾸준히 보여 왔다. 사안별로 '선택적 반응'을 보이긴 했으나, 접경지 일대에서 상호 확성기 방송이 사라지는 등 긴장 완화에는 분명한 효과가 있었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이재명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 및 복원 의지의 진정성을 보여 주기 위해서는 연합훈련 기간에도 대북 유화 조치를 지속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미군의 첨단 전력이 실제 전개되고, 북한의 핵 위협 시뮬레이션이 부각되면 러시아와의 군사 협력을 활용한 고강도 반발이나 신형 무기가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며 또 "국방력 강화 5개년 계획 달성 마무리 차원에서 신형 전략전술 무기의 시험 발사 가능성도 열어 놓고 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양무진 북한대학대학원 총장은 "한미의 야외 기동훈련 조정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은 것은 한미의 조치를 나름대로 평가한다는 간접 메시지가 내포된 것"이라며 "선제적 조치가 지속적으로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최근 전국적으로 병력을 경제 분야에 동원하는 등 2021년에 수립한 경제발전 5개년 계획을 마무리해야 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으로 인해 고려해야 할 대외적 사안이 많아져 고강도 도발 수요가 낮을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노동신문은 지난달 특집기사를 통해 5개년 계획의 성공적 완수를 주문하면서 "이제 남은 이 기간은 지나온 4년 6개월에 못지않게 중요하다"라고 강조하는 등 전국적으로 올해 연말까지 경제 성과를 짜내는 데 집중하고 있다.
youm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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