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대북 확성기 철거 개시…'9·19 군사합의 복원' 이미 시작?

대북 확성기·대북 방송 중단 이어 확성기 철거까지…'접경지 긴장 완화' 지속
전문가 "北 호응 가능성 적어, 속도조절도 필요"

국방부는 4일 남북 접경지역에 설치된 대북확성기 철거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대북확성기 철거 모습. (국방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8.4/뉴스1

(서울=뉴스1) 임여익 기자 = 정부가 전날인 4일 접경지역에 설치된 대북 확성기를 철거하기로 결정했다. 정부가 북한을 상대로 한 긴장 완화 조치들에 계속 속도를 내면서, 조만간 9·19 군사합의 복원도 '선언'할 수 있다는 관측이 5일 나온다.

이경호 국방부 부대변인은 전날 정례브리핑에서 "우리 군은 오늘부터 대북 확성기 철거를 시작했다"며 "이는 군의 대비태세에 영향이 없는 범위 내에서 남북 간 긴장 완화에 도움이 되는 실질적인 조치를 시행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부대변인은 확성기 전체가 모두 철거 대상이며 수일 내로 작업을 완료하게 될 것이라면서 "(이번 조치 관련) 북한과의 사전 협의는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재명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북한을 상대로 한 선제적 긴장 완화 조치들을 연이어 선보이고 있다. 지난 6월 9일 통일부 주도로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 금지를 요청하고, 같은 달 11일에는 국방부가 1년여간 이어왔던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했다. 지난달에는 국가정보원이 그간 대북 심리전 차원에서 송출하던 대북 라디오 및 TV 방송을 52년 만에 처음으로 멈추기도 했다.

정부가 전반적으로 접경지 일대에서의 긴장 완화 조치에 집중하면서, 다음 대북 유화책은 9·19 남북 군사합의 복원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후보였던 지난 5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군사적 긴장 완화와 남북 간 신뢰 복원이 시급하다"며 "9·19 군사합의를 복원하고, 대북전단과 오물풍선, 대북·대남 방송을 상호 중단해 접경지역의 평화와 안전을 지키겠다"라고 말한 바 있다. 현재까지 군사합의 복원을 제외한 다른 공약들은 모두 현실화된 상태다.

단계적 복원 수순에 들어간다면 우선은 북방한계선(NLL) 인근에서의 포사격 훈련 중단과 백령도 등의 서북도서 일대에서의 실사격 훈련 중단, 군사분계선(MDL) 인근 대북정찰의 감축 등이 검토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경기 파주시 접경지역 우리 측 초소에 설치된 대북 확성기. 2025.6.12/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북한도 그간 한국 정부의 대북 유화 제스처에 일정 부분 호응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우리 군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지한 다음 날 북한 역시 대남 소음 방송을 중지했고, 국정원이 대북 라디오 방송을 중단하자 북한도 방해 주파수 발신을 중지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현재까지 진행된 조치들과 9·19 군사합의 복원은 본질적인 성격 자체가 다르다며, 북한이 이번에는 우리의 선제적 조치에 반응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예상하고 있다.

대북전단 및 방송은 북한이 가장 민감하게 생각하는 외부 정보 유입 문제와 맞닿아 있기 때문에 한국이 먼저 중단을 선언했을 때 북한도 환영할 수 있는 조치지만, 남북 간 철저한 '상호주의' 혹은 '비례성'에 기반해야 하는 군사합의에 있어서는 북한이 호응할 유인이 뚜렷하지 않다는 것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현재 분위기에서는 정부가 조만간 9·19 군사합의 복원 수순에 들어갈 가능성이 꽤 높아 보인다"면서도 "다만 복원을 서둘렀다가 북한이 무응답할 때의 리스크는 매우 크기 때문에 다른 조치보다 훨씬 신중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대북전단·대북 방송 중단과 대북 확성기 철거가 이미 '한반도에서의 남북 간 적대 행위를 하지 않음으로써 평화를 추구한다'는 9·19군사합의 정신을 반영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이재명 정부가 출범 이후 보인 대북 조치들과 9·19 군사합의 복원은 별개의 것이 아니다"라고 짚었다.

이어 "현재까지는 북한의 호응을 이끌어냈다는 성과가 있지만, 만약 포사격 중단 등의 추가 조치를 북한이 무시할 경우 우리 정부의 대북 정책이 한순간 동력을 잃을 수 있다"며 속도 조절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plusyou@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