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보다 평화 공존" 67%…北 무관심도 70% '역대 최고'

통일 필요성 48.2%로 2년 연속 과반 밑돌아…20·30대서 공존 선호 뚜렷
北 '하나의 국가' 71.6% 동의…북핵 관심 줄었지만 독자 핵무장 찬성 68%

29일 경기 파주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남과 북의 초소에서 양측 병사가 경계 근무를 서고 있다.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에서 우리 군 장병들이 다친 지뢰 폭발 사고 원인이 북한군이 매설한 지뢰일 가능성이 크다는 군의 판단이 나온 가운데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등 상응 조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26.9.29 ⓒ 뉴스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우리 국민 3명 중 2명은 남북한이 전쟁 없이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다면 통일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에 관심이 없다는 응답도 조사 시작 이후 처음으로 70%를 넘어섰다. 국민 인식이 '민족을 기반으로 한 단일국가 통일'에서 별개의 체제를 인정하는 평화 공존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30일 통일연구원이 발표한 'KINU 통일의식조사 2026'에 따르면 '남북한이 전쟁 없이 평화적으로 공존할 수 있다면 통일은 필요 없다'는 데 동의한 응답자는 66.9%로 집계됐다. 2016년 43.1%에서 10년 만에 23.8%포인트(p) 상승한 수치다. 반대로 통일을 선호한다는 응답은 같은 기간 37.3%에서 17.9%로 낮아졌다.

이 같은 흐름은 남북관계나 정권 변화와 관계없이 장기간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원은 남북관계가 호전됐던 2018년 전후에도 평화 공존 선호가 증가했으며,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와 이재명 정부 집권 이후에도 추세에 큰 변화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올해 처음 도입한 양자택일형 문항에서도 같은 경향이 확인됐다. '남북한이 각자의 체제를 유지하면서 평화롭게 공존하는 것 자체를 목표로 삼아야 한다'는 '평화 공존 우선' 응답은 57.6%였다. '점진적으로라도 하나의 국가로 합쳐지는 것을 최종 목표로 추진해야 한다'는 '통일 우선'은 16.4%에 그쳤다. 특히 20대의 평화 공존 우선 응답은 68.5%로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았다.

기존의 '통일 필요성'에 대한 인식 역시 낮은 수준을 이어갔다. 통일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지난해 49.0%에 이어 올해 48.2%로 2년 연속 절반을 밑돌았다. 2014년의 69.3%와 비교하면 21.1%p 떨어졌다.

세대별 격차도 뚜렷했다. 통일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전쟁세대와 산업화세대에서 각각 61.6%, 61.3%였지만 밀레니얼세대는 33.4%, Z세대는 36.3%에 그쳤다. 다만 연구원은 노장년층에서도 통일 필요성에 동의하는 비율이 장기적으로 감소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민족이기 때문에 하나의 국가를 이뤄야 한다'는 전통적인 통일관도 약해졌다. '남북이 한민족이라고 해서 반드시 하나의 국가를 이룰 필요는 없다'는 탈민족주의적 통일관은 2017년 35.7%에서 올해 57.5%로 늘었다. 반면 민족주의적 통일관은 같은 기간 32.8%에서 18.8%로 줄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22일 제3차 선전부문일꾼강습회가 지난 21일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는 폐강 연설에서 "우리는 자신들, 공산주의자들이 어떤 사람들인가 하는 것을 항시 자각할 필요가 있다"라고 전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北 관심은 식었지만…독자 핵무장 찬성은 68%

북한 자체에 대한 국민의 관심도 빠르게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에 관심이 없다는 응답은 70.3%로, 조사를 시작한 2015년 이후 처음으로 70%를 넘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2015년 50.8%와 비교하면 19.5%p 상승했다.

연구원은 북한에 대한 무관심이 남북관계의 호전이나 악화와 무관하게 꾸준히 증가했다는 점에서 "통일 필요성에 대한 지지 여론이 지속해서 하락세를 나타내는 것과 같은 맥락에서 분석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동시에 북한을 남한과 별개의 국가로 바라보는 인식은 보편화되는 모습이다. '북한도 하나의 국가다'라는 데 71.6%가 동의했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에서는 76.8%, 국민의힘 지지층은 68.1%, 지지 정당이 없는 응답자는 66.0%였다.

북핵 위협에 대한 관심과 불안감 역시 장기적으로 낮아졌다. 북핵에 관심이 있다는 응답은 2016년 45.6%에서 올해 27.9%로, 걱정한다는 응답은 같은 기간 58.5%에서 44.3%로 감소했다.

그러나 실제 안보 수단에 대해서는 강한 억제력을 요구하는 여론이 유지됐다. 독자 핵무장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68.0%, 미국 핵무기의 한국 재배치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59.6%였다. 통일연구원은 북핵 위협에 대한 정서적 관심은 줄어드는 동시에 실질적인 억제력 확보 요구는 강하게 유지되는 "역설적 구조"라고 분석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뉴욕 한 호텔에서 유엔(UN) 총회를 계기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6.9.23 ⓒ 뉴스1 허경 기자
한미동맹 필요 87%지만…美 정책 신뢰는 47.7%

한미동맹 자체에 대한 지지는 높게 유지됐지만 미국에 대한 신뢰는 약화된 것으로 조사됐다.

한미동맹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87.3%, 현재 주한미군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82.0%에 달했다. 반면 미국의 한반도 정책을 신뢰한다는 응답은 47.7%로 전년보다 15.2%p 낮아졌다.

지난 1년간 한미관계가 악화됐다는 응답은 37.5%였고, 이들 중 66.2%는 악화의 책임이 미국에 있다고 봤다. 전년보다 13.2%p 상승한 수치다. 통일연구원은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와 거래적 동맹관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통일연구원은 이번 조사 결과를 종합해 국민의 통일 인식이 '민족을 기반으로 한 단일국가 통일'에서 '별개의 체제를 인정하는 평화 공존과 유연한 통합'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북한에 대한 관심과 감정적 반응은 약화하는 반면 북한을 현실적으로 별개의 국가로 인정하고, 안보 측면에서는 독자 핵무장 등 강한 억제수단을 선호하는 인식도 함께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 조사는 지난 4월 2~24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대면면접 방식으로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다.

yeseu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