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용표 전 통일 "트럼프, 중간선거 도움 안 되면 北과 대화 미룰 수도"

[뉴스1 초대석] "선거 영향 위해 11월 APEC 전 양자 회담 추진 가능성"
"정부 대북정책에 '목표' 안 보여…국민 지지 받아야 협상력도 생겨"

박근혜 정부 때 통일부 장관을 지낸 홍용표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뉴스1 초대석' 인터뷰에서 오는 11월 미국의 중간선거(상·하원 선거)가 북미 대화의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 뉴스1 이종덕 기자

(서울=뉴스1) 대담=서재준 외교안보부장 한상희 기자 = 홍용표 전 통일부 장관은 오는 11월 미국의 중간선거(상·하원 선거)가 북미 대화의 성사뿐 아니라 지속 여부까지 가를 중요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선거 전 외교적 성과를 위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와의 회담을 전격 추진할 수 있지만, 대화를 추동하는 과정이 지지율로 이어지지 않으면 예상보다 빨리 북한 문제를 접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홍용표 전 장관은 지난 21일 서울 성동구 한양대학교 집무실에서 진행한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당면한 중간선거를 위해 김 총비서와 합을 맞춰 '뭔가 한번 보여줘야 한다'는 계산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빨리 김 총비서와의 대화를 성사하려 할 것"이라며 중간선거(11월 3일)를 겨냥한다면 11월 18~19일에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보다 훨씬 먼저 김 총비서와의 만남을 연출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대화를 추진해도 지지율 상승 등 '분위기'가 살지 않는다면, 혹은 중간선거 결과가 좋지 않으면 북한 문제를 다시 뒤로 미뤄둘 수도 있다"며 "사실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에선 북한이나 한국이 어떤 영향을 받을지, 남북의 입장이 무엇인지는 중요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홍 전 장관은 아울러 정부가 북한과의 '대화 성사'만 바랄 것이 아니라 총괄적으로 대북정책을 통해 무엇을 얻을지 '목표'를 명확하게 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홍 전 장관은 "이재명 정부의 대북정책 목표가 선명하지 않아 보인다"라며 "사실상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는 것 자체가 목표가 되어버린 느낌"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남북 간 대화도 평화의 중요한 장면이자 축이지만 그것만으로 평화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결국 대화는 하나의 수단으로 기능해야 한다"라며 "어떤 평화인지, 누구를 위한 평화인지, 어떻게 해야 국민이 실제로 편안하고 평화롭다고 느낄 것인지에 대한 고려와 설명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특히 대북정책이 국민의 지지를 얻어야 실제 대북 협상력도 높아질 수 있다고 홍 전 장관은 강조했다.

그는 통일부 장관 재직 때인 2015년 북한의 목함지뢰 살포 도발에 따라 열린 남북 협상의 결과물인 '8·25 남북 합의'를 거론했다. 목함지뢰 살포 사건은 당시 북한군이 비무장지대(DMZ) 우리 측 철책 근처에 설치한 지뢰가 폭발하며 우리 장병이 중상을 입은 사건이다.

당시 한국 사회에선 '재입대' 혹은 '복무 연장'을 희망하는 여론이 제기되는 등 북한에 대한 강경 대응을 촉구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정부는 11년 만에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기도 했다. 그러자 북한은 먼저 고위급 협상을 제안해 '유감'을 표하는 등 이례적으로 자신들의 도발을 인정하고 이에 대한 '조치'를 취하는 모습을 보인 바 있다.

홍 전 장관은 "중요한 것은 우리가 북한을 압박했음에도 북한이 대화에 나왔다는 것"이라며 "대북정책이 국민의 지지를 받는지 못 받는지 북한도 뻔히 안다. 지지를 못 받으면 협상력이 확 떨어진다"라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제시한 정부의 북미 대화 '페이스메이커' 역할에 대해서는 "문재인 정부 때의 '중재자론'보다는 낫다고 평가한다"라며 "중재자는 제3자이지만, 페이스메이커는 함께 뛰며 속도를 맞추는 역할인 만큼 '나도 같은 행위자'라는 의미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잘하려면 우리의 목표가 분명해야 하고 미국과의 협의도 원활해야 한다"며 "그러지 않으면 자칫 한국이 완전히 배제된 채 북미 간 합의를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라고 우려했다.

2023년 12월 북한의 '남북 두 국가론' 선언에 따라 최근 한국 사회에서 '평화적 두 국가론'이 제기되는 것에 대해서는 '두 국가'라는 개념을 공식화하는 것을 서두를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남북이 공식적으로 두 국가 관계가 되면 우리 법을 크게 손봐야 하고, 남북 협력·교류 방식도 완전히 달라져야 하는데 그에 대한 계획이나 담론은 매우 설익은 상태라는 점을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홍용표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부의 대북정책의 목표를 보다 선명하게 설정하고, 이에 대한 국민의 지지를 받아야 향후 협상력도 높아질 것"이라고 제언했다. ⓒ 뉴스1 이종덕 기자

다음은 홍 전 장관과의 일문일답.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총비서와의 회담을 재추진하려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

▶중간선거가 꽤 중요한 변수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지금 트럼프 대통령에게 당면한 과제는 중간선거다. 결국 중요한 것은 자기 이미지와 업적이라는 점에서다. '나는 뛰어난 협상가'라는 것을 증명하고 싶은데 현재까지 증명한 것이 없다. 그래서 북한과 뭔가 만들어내는 것을 세상에 한번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 이런 계산을 했을 것 같다. 우크라이나전 종전도 지지부진하고 이란 문제도 끝맺지 못하고 있다. 뭔가 새로운 카드가 필요하니 북한을 전격적으로 끌고 들어온 것 같다.

-북미 정상회담은 언제쯤 성사될 것으로 예상하나. 11월 APEC 정상회의 계기 회담이 가능할까.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전에 정상회담을 성사하고 싶을 수도 있다. 중간선거(11월 3일) 전 외교적 성과를 내고 싶을 가능성이 크다는 측면에서다. 또 굳이 모두가 바쁜 APEC이라는 다자회담 때 잠깐 김 총비서를 만나기보다는 따로 양자회담을 여는 방안을 더 선호하지 않을까 싶다.

다만 대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중간선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이 서면 북한 문제를 다시 미룰 수도 있다. 사실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이 잘 되느냐 그렇지 않으냐, 또 이 사안에 있어 한국의 입장이 무엇이냐는 그렇게 중요한 고려사항이 아닐 수도 있다.

-지난 19일~20일에 나온 김여정 북한 노동당 총무부장의 담화는 어떻게 평가하나.

▶북한은 일단 미국하고만 상대하겠다는 것이다. 김 부장의 담화의 함의는 '우리의 상대는 미국이다. 한국은 빠져라'라는 메시지다. 한국은 완전히 무시하고 조롱하는 말투를 썼고, 미국에는 외교적 수사로 대화 의사가 있음을 내비쳤다. 미국에게 줄다리기를 시도하면서 협상 카드를 더 내놓으라는 의도로도 볼 수 있다.

북한의 최종 목표는 핵보유국으로 인정받는 것이다. 북한이 미국에게 요구하는 '적대시 정책 철회'는 자신들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해 이제 '핵보유국 대 핵보유국'으로 거래하자는 의미다.

홍용표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현재 북한의 외교 기조에 대해 "한국을 빼고 미국과만 대화하겠다는 것"이라며 북한의 최종 목표는 '핵보유국 인정'이라고 진단했다. ⓒ 뉴스1 이종덕 기자

-현재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추구해야 할 방향, 정책은 무엇일까.

▶우리의 목표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 필요하다. 지금 정부의 대북정책은 그 목표가 확실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일단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는 것 자체가 목표가 돼버린 느낌이다. 남북 간 대화가 이뤄지는 것도 평화의 중요한 요소이자 한 축이지만 그것만으로 평화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결국 대화는 수단이다.

북미 대화가 열리면 남북 대화의 기회요인이 될 수는 있다. 하지만 그게 과연 진짜 평화일까? 남북 대화를 통해 우리가 무엇을 얻을 것인지, 무엇을 해야 국민들이 실제로 편안하고 평화롭다고 느낄 수 있는지 등에 대한 목표를 더 구체화해야 한다.

-한미 연합연습 축소·중단을 북한을 대화로 끌어내기 위한 카드로 사용하는 것은 어떻게 평가하나.

▶군사훈련 중단은 1970년대부터 이어진 일관된 북한의 요구사항이다. 궁극적인 목표는 주한미군의 철수다. 이런 맥락에서 훈련을 중단시키고 북미 평화 협정을 맺어 주한미군의 위상을 낮추는 과정의 첫 번째 출발점이 연합연습 중단이라고 볼 수 있다.

그 때문에 연합연습의 축소·중단은 협상 카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우리가 가진 몇 안 되는 중요한 협상 카드이기도 하다. 현재의 상황만으로만 보면, 북한의 입장은 전혀 변하지 않았는데 우리의 중요한 카드 중 하나를 먼저 내준 셈이 됐다.

미국으로서는 그 방법으로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 얻을 이익이 있겠지만 우리의 안보에는 굉장히 치명적일 수 있다. 이게 한미 간의 입장 차이기 때문에 우리가 중간에서 잘 조율해야 한다. 미국이 갑자기 연합연습이나 훈련을 중단한다고 해서 무조건 좋다고 받아들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북한의 핵능력을 우선 동결하자는, 비핵화를 위한 '단계적 접근'은 어떻게 평가하나.

▶'일단 중단부터 (비핵화를) 시작하자'는 것은 맞는 방향이라고 본다. 비핵화를 하려면 당연히 동결이 입구고, 이후 하나씩 단계를 밟아 나가야 한다. 시간이 걸리는 문제다. 중요한 것은 언제나 이를 '비핵화로 가는 과정에서의 중단'이라고 말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단이 중요하다고 해서 비핵화 자체를 뒤로 미뤄놓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대북정책에 대한 국민의 지지가 왜 그렇게 중요한가.

▶대북정책이 국민의 지지를 받는지 못 받는지 북한도 뻔히 안다. 그리고 그것을 정세 판단의 한 요소로 생각한다. 그 때문에 정책에 대한 국민적 지지가 없다면 우리의 협상력이 확 떨어진다.

2015년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 때 정부가 원칙을 지키며 사과를 요구하자 국민이 이에 호응했다. 그래서 대북 확성기 방송도 재개할 수 있었다. 그러자 북한이 먼저 대화를 제안했다. 우리에게 레버리지가 있는 상태에서 협상을 시작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반대로 우리가 조르듯이 계속 '한 번만 만나달라'고 해서 대화를 시작하면 협상력이 떨어진 상태로 출발선에 서는 셈이 된다. 대화를 위해서는 압박과 유화라는 전략이 모두 필요한 것이지, 한 가지 방안으로만 밀어붙여 협상력을 떨어뜨리면서 대화에 나서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

-이재명 대통령이 제시한 '피스메이커(미국)·페이스메이커(한국)'라는 역할 분담은 어떻게 평가하나.

▶문재인 정부 때의 '중재자'보다는 나은 것 같다. 중재자는 제3자다. 우리는 남북 관계의 당사자인데 어떻게 중재자가 될 수 있나. 페이스메이커는 같이 뛰면서 페이스를 맞춰주겠다는 것이기 때문에 '나도 같은 행위자'라는 의미가 있다. 뭔가 참여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는 측면에서는 나쁘지 않은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실제 대화가 이뤄질 때 우리가 당사자로서의 입장을 관철하면서 페이스메이커가 되려면 우리의 목표가 분명해야 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 미국과의 협의도 잘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칫 우리는 '패싱'되고 북미 간에 대화와 합의를 바라만 봐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정부 안팎에서 제기되는 '평화적 두 국가론'은 어떻게 평가하나.

▶남북은 국제적으로 이미 두 국가로 인정받아 왔다. 남북 정상회담 합의문 등에서 서로 국호를 사용하면서도 남북 관계는 남북 관계대로 흘러왔다. 북한이 과거의 방식을 거부하고 있는 만큼, 향후 실제 접촉 시 어떤 용어를 사용할지 미리 고민할 필요는 있다.

그런데 갑자기 '두 국가로 가자. 국호로 불러주자'고 하면 부담이 크다. 공식적으로 남북이 두 국가 관계가 되면 바꿔야 할 것이 굉장히 많다. 남북관계발전법과 남북교류협력법, 북한이탈주민 관련 법률도 바꿔야 하고 남북 협력과 접촉·교류의 방식도 180도 달라져야 한다. 그게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두 국가론을 공식화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홍용표 전 장관은 박근혜 정부에서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통일비서관과 통일부 장관을 지낸 통일·북한정책 전문가다.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을 거쳐 한양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로 재직하던 중 제18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대통령비서실에서 대북·통일정책 수립에 관여했다. 2015년 3월 제38대 통일부 장관에 취임해 2017년 7월까지 재임했으며, 이후 한양대학교로 돌아가 후학 양성에 매진하고 있다. 보수 진영 출신이지만 대북정책에서는 안보와 원칙을 견지하면서도 높은 협상력을 바탕으로 한 대화와 유연성을 함께 강조해 온 실용적 성향의 인사로 평가된다.

angela020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