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두 국가 헌법화'·'DMZ 국경선화'…국제법상 효력 없어"
"헌법 개정만으로 정전협정·DMZ 법적 지위 변경 못 해"
국경선화 대응 논리 제시…"정부 대북 법리 대응 방향 가늠자"
- 김예슬 기자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북한이 헌법에서 통일 조항을 삭제하고 한국을 '남쪽 접경'을 맞댄 '국가'로 규정했더라도 군사분계선(MDL)과 비무장지대(DMZ)를 국제법상 국경으로 만들 수는 없다는 국책연구기관의 분석이 1일 나왔다.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 노선과 DMZ 국경선화 움직임에 대해 국제법적 대응 논리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것으로, 향후 정부가 관련 분쟁과 국제사회 논쟁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법리적 근거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태원 통일연구원 인권연구실 부연구위원은 지난달 30일 발간한 '북한의 두 국가 헌법화와 DMZ 국경선화의 국제법적 함의' 보고서에서 북한이 올해 3월 '영토조항'을 신설한 헌법 개정은 남북관계를 통일지향적 특수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별개 국가 관계로 공식화한 정치적 선언이지만, 정전협정과 DMZ의 국제법상 지위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김 부연구위원은 한국전쟁의 정전협정은 평화조약이 아니라 적대행위를 중단하기 위한 군사적 합의이지만, 새로운 평화체제가 마련되기 전까지 한반도의 군사질서를 규율하는 기본 규범으로 기능하기 때문에 이같이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정전협정 제62항은 협정의 수정·보완은 당사자 간 상호 동의를 통해서만 가능하며, 이를 대체할 새로운 평화협정 등이 체결되기 전까지 효력이 유지된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김 부연구위원은 짚었다. 따라서 북한이 헌법을 개정하거나 일방적으로 정치적 입장을 바꿨다고 해서 정전협정의 효력이 사라지거나 DMZ의 법적 성격이 변경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국제조약의 원칙도 근거로 제시했다. 김 부연구위원은 '조약법에 관한 비엔나협약(VCLT)' 제27조를 인용해 국가가 자국의 국내법을 국제조약 불이행의 근거로 삼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북한의 영토·국경 관련 헌법 개정은 국내법상 규정이나 정치적 주장에 불과하며, 이를 통해 정전협정이나 DMZ의 국제법적 지위를 일방적으로 변경하는 효력은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울러 북한이 2018년에 체결한 남북 9·19 군사합의를 사실상 폐기했더라도 이는 정전체제 운용 환경을 훼손하는 문제일 뿐 정전협정 자체가 종료되거나 내용이 자동으로 변경되는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김 부연구위원은 북한의 헌법 개정과 최근 DMZ 일대 철책·대전차 방벽·지뢰지대 조성 등을 하나의 맥락에 놓인 '국경선화 전략'으로 해석했다. 이를 통해 북한이 새로운 국제법상 국경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MDL과 DMZ에 사실상의 국경선 기능을 부여해 정전체제가 전제로 하는 완충지대의 성격을 약화하고, 국경 방위 공간으로 전환하려 한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이는 최근 정부가 북한의 DMZ 내 시설물 설치를 정전협정 위반으로 규정해 온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국방부는 지난 22일 북한의 철책·방벽 설치를 "적대적 두 국가론에 따른 MDL 국경선화 가속"이자 "명백한 정전협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유엔군사령부는 방어 목적의 공사나 진지 구축이 곧바로 정전협정 위반이 되는 것은 아니며 개별 사실관계를 따져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김 부연구위원은 정부와 유엔사의 시각차는 있지만, 궁극적으로 북한의 반복적인 요새화와 차단 시설 설치는 DMZ의 완충 기능을 훼손하고 국가책임 논의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도 예상했다.
김 부연구위원은 정부의 향후 대응 방향으로 북한의 국경선화 담론과 시설물 설치를 지속적으로 기록·축적해 국제사회에서 법적 불인정(non-recognition)을 누적하고, 유엔 총회와 안전보장이사회, 인권이사회 등에서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중장기적으로는 유엔 총회를 통한 국제사법재판소(ICJ) 권고적 의견(advisory opinion) 요청도 검토 가능한 방안으로 제시했다.
통일연구원이 정부의 대북·통일정책을 지원하는 국책연구기관이라는 점에서 이번 보고서는 단순한 학술적 검토를 넘어 북한의 '두 국가' 헌법화와 국경선화 조치에 대한 정부의 법리적 대응 방향을 제시한 성격으로도 해석된다.
최근 북한이 MDL 북측에 철책과 방벽을 잇달아 설치하고 한국 정부도 이를 정전협정 위반으로 규정하며 국제적 문제 제기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앞으로 정부가 관련 외교전과 국제법 논쟁에서 이번 보고서의 논리를 적극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yeseu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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