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정부 첫 통일백서 발간…"통일 지향 평화적 두 국가로 전환 필요"(종합)
'북한인권' 291→39회, '평화' 115→613회…정책 기조 180도 전환
'北 비핵화'는 '한반도 비핵화'로…"두 국가 공식 인정" 비판도 제기
- 김예슬 기자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통일부가 이재명 정부의 첫 통일백서인 '2026 통일백서'를 발간했다. 윤석열 정부 때 백서가 북한인권과 대북 압박 기조를 전면에 내세웠다면, 이번 백서는 '한반도 평화 공존'을 핵심 키워드로 내세우며 남북 대화·긴장 완화·평화 공존 중심의 정부 정책을 담았다.
통일부는 18일 발간한 백서에서 그간의 대북 정책 추진 과정을 기술하며 "완전한 단절 상태였던 남북관계를 평화 공존으로 전환하기 위한 노력의 의미를 담았다"라고 밝혔다. 특히 이번 백서에는 처음으로 '2025 한반도 평화 공존의 기록들'이라는 부제를 달았다.
백서는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추진한 민간단체에 대한 대북 전단 살포 중단 요청, 대북 확성기 방송 중지 및 철거, 접경지역 긴장 완화 조치 등을 주요 성과로 소개했다. 정부는 "우리가 먼저 평화를 실천한" 선제적 긴장 완화 조치라고 평가했으며, 북한의 대남 소음방송 중단 등 일부 호응도 있었다고 기술했다.
특히 백서 전반에는 윤석열 정부 때 강조됐던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서술보다 남북관계 복원과 평화 공존 제도화에 방점을 찍은 정책 추진 과정 안내에 집중했다. 통일부에 대한 조직 개편을 통해 남북 대화·교류협력 기능을 복원하고, 북한주민접촉 신고제도 개선, 통일교육의 '평화·통일·민주시민교육' 전환 등을 주요 정책 변화로 담았다.
정책 기조의 전환은 단어 빈도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평화' 또는 '평화공존'이라는 표현은 지난해 백서의 115회에서 올해 613회로 5배 이상 늘었고, '회담' 또는 '대화'도 128회에서 249회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반면 '북한인권'은 291회에서 39회로, '인권'은 410회에서 101회로 급감했다. '자유'라는 표현도 118회에서 21회로 크게 줄었다. 평화 공존을 강조하면서도 '통일' 언급은 1638회에서 1034회로 오히려 감소했다.
구성 체계의 변화도 두드러진다. 지난해 백서에서 별도의 장(章)으로 다뤄졌던 '북한인권과 인도적 문제'는 올해는 '남북인권협력 추진'이라는 절(節)로 축소·재편됐다. 지난해 부록에 실렸던 '유엔 북한인권결의 채택 현황'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현황'도 삭제됐다. 부록에 게재된 남북관계 관련 주요 통계 중 가장 먼저 실렸던 '국군포로·납북자·억류자 현황'과 '이산가족 현황'은 순서가 뒤로 밀렸다. 지난해 백서에 371회 등장했던 '북한이탈주민'이라는 표현도 올해는 내용 비중이 감소하고 '북향민'이란 표현으로 대체되며 35회만 언급된 반면, '북향민'은 289회 사용됐다.
북한이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한 데 대한 정부의 대응 논리도 달라졌다. 지난해 백서는 북한의 '두 국가' 선언을 강하게 비판하는 데 방점을 뒀다면, 이번 백서는 이를 현실로 인정하면서도 "통일을 지향하는 평화적 두 국가 관계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정면에 내세웠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정부가 북한의 주장을 따라 '남북 두 국가'를 공식화했다는 비판도 제기한다.
백서는 이 개념에 대해 "남북 간 긴장 완화를 통해 북한이 느끼는 불신과 위협을 완화하고, '적대'를 '평화'로 전환함으로써 한반도 평화공존을 제도화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용어 변화도 눈에 띈다. 윤석열 정부 백서에서 사용됐던 '북한 비핵화' 표현 대신 이번 백서에서는 '핵 없는 한반도'와 '한반도 비핵화'라는 말이 다시 사용됐다. 백서는 "전쟁과 핵 없는 한반도 실현"을 3대 목표 가운데 하나로 제시하며, 핵무기 개발의 '중단-축소-폐기'로 이어지는 이 대통령의 E·N·D 구상에 따른 단계적·실용적 접근을 강조했다.
9·19 군사합의도 이전 백서가 '효력 정지'를 안보 성과로 기술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9·19 군사합의 정신 복원"과 "선제적·단계적 복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북미관계 표현 역시 윤석열 정부 때 사용했던 '미북관계' 대신 '북미대화', '북미관계 정상화' 등 문재인 정부 때 사용한 표현으로 돌아갔다.
이와 함께 백서는 북한 체제를 존중하고 흡수통일을 추구하지 않으며 적대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이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 공존 3원칙'도 주요 정책 기조로 제시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발간사에서 "2025년 우리는 오랫동안 멈추어 있던 한반도 평화의 시계를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며 "말이 아닌 행동으로 평화를 실천하고, 남북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이웃으로 다시 마주 앉기를 희망한다"라고 밝혔다.
yeseu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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