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폐쇄 10년…기업 124곳 중 40곳이 사라졌다
2004년 가동·2016년 폐쇄…2018년 '재가동' 모색했으나 무산
北의 '두 국가' 정책·축적된 대북제재로 사실상 재가동은 요원
- 정윤영 기자
(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 = 개성공단이 전면 중단·폐쇄된 지 10년이 지났다. 한때 남북 경제협력의 상징으로 불렸던 개성공단은 이제 재개 논의조차 어려운 과거사가 됐다.
2004년 준공돼 20개가 채 안 되는 기업들이 입주해 문을 연 개성공단은 2016년 2월 전면 중단 때는 124개의 입주기업이 모이는 등 활발한 남북 경협의 현장이었다. 금강산 관광 중단과 북한의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사건이라는 고비를 이겨내면서다.
그러나 가동 중단 및 폐쇄 10년이 지난 지금, 북한은 남북이 '두 국가'라며 '따로 살기'를 선언했고, 124개 입주 기업 가운데 40개(32%) 기업이 휴업 중이거나 폐업한 것으로 파악되는 등 공단의 재가동을 위한 여건은 점점 악화하고 있다.
개성공단은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도출한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의 후속 사업으로 추진됐다. 2000년 8월 현대아산과 북한의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평화위)가 공단 건립에 합의했고, 2003년 6월 착공, 2004년 12월 준공해 시범단지에서 첫 제품인 '통일냄비'(리빙아트)가 생산됐다.
2007년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의 10·4 선언을 계기로 공단의 2단계 개발 논의가 이뤄졌고, 2012년에는 북한 근로자 수가 5만 명을 넘어서며 생산 규모도 확대됐다. 그러나 2013년 2월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남북관계가 경색되고, 북한이 같은 해 4월 한미 연합훈련을 이유로 근로자를 전원 철수하면서 약 5개월간 공단 가동이 중단됐다.
북한은 2014년 말 북측 근로자의 임금 인상을 요구하면서 공단의 운영이 일시적으로 파행되기도 했다. 이 문제는 2015년 8월이 돼서야 북측 근로자의 최저임금을 5% 인상하기로 하면서 완전히 해소됐다.
하지만 북한은 2016년 1월 6일 4차 핵실험을 단행하며 다시 갈등의 불씨를 지폈다. 핵실험에 이어 2월 7일엔 '광명성' 위성 발사를 명분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같은 기술을 공유하는 장거리로케트를 발사했다.
정부는 결국 같은 해 2월 10일 개성공단을 통해 유입되는 자금이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전용되는 동향이 있다면서 공단의 전면 중단을 결정했다. 입주기업들은 상당수 기계 설비와 원자재, 완제품을 공단에 남겨둔 채 급히 철수했다.
지난 2018년, 문재인 정부 때 남·북·미가 비핵화 협상을 전개하면서 개성공단 재가동 가능성이 커졌다. 남북 정상은 그해 9월 평양 공동선언을 통해 '조건이 마련되는 대로'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을 정상화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개성공단 재가동은 북한에 대한 대량의 현금 유입을 제한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와 충돌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는 비핵화의 진전이 없는 제재 완화에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남북만의 합의로는 공단의 재가동이 불가능했다.
남북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2018년 남북 정상의 합의로 개성공단에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를 설치했다. 개성공단 지원센터로 운영된 건물을 활용해 남북이 같은 공간에 상시 체류하는 연락사무소를 개설한 것으로, 북한의 일방적 단절로 수시로 파행을 반복한 통신연락선의 한계를 넘기 위한 조치였다.
그러나 북한은 2019년 2월 비핵화 협상의 결렬과 이로 인한 경색 국면에서 2020년 6월 16일 공동연락사무소 건물을 폭파하는 '초강수'를 취했다. 북한은 당시 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문제 삼았지만, 근본적으로는 비핵화 협상의 결렬 후 '정세 대전환'을 위한 전략적 조치로 분석됐다.
이 사건 이후 남북·북미관계는 급격히 냉각됐고,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모든 교류와 소통이 끊겼다. 개성공단 재가동에 대한 기대감 역시 완전히 사라지는 계기가 됐다.
이후 남한에서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고, 정부의 대북 강경 노선과 이에 맞대응하는 북한의 대남 강경 노선이 충돌하면서 북한은 2023년 12월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하기에 이른다. 북한은 이를 통해 과거 남북의 모든 합의를 사실상 폐기하는 수순을 밟아오고 있다.
개성공단기업협회의 자료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개성공단 입주 기업 124개 중 40개가 휴업 또는 폐업 상태다.
공식적인 휴·폐업 신고 없이 1인 기업이나 최소 인력으로 회사를 유지하는 곳도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2016년 전면 중단 당시 입주 기업의 40%에 해당하는 49곳은 국내외에 별도 사업체 없이 개성공단에만 공장을 둔 기업이었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향후 재개 가능성이나 정부 지원금 반환 우려 등을 고려해 폐업 신고를 미루고 있는 상황으로 파악된다.
정부는 2016년 이후 현재까지 기업이 신고한 피해 금액 8173억 원 가운데 5787억 원을 지급했다. 그러나 기업들은 이는 공장 설비 중심의 보상으로, 원자재와 완제품 등 유동자산의 피해는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공단의 폐쇄 이후 북한이 우리 기업 설비를 이용해 40여개의 공장을 무단 가동하는 것으로 파악되면서, 재산권 침해 문제도 발생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남북 간 대화가 열리더라도 북한의 대남 기조 변화와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대북제재 문제로 개성공단의 재가동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만일 재가동을 위한 정치적 여건이 마련되더라고, 지난 10년이 보여 준 막대한 '리스크'와, 공단에 남겨진 설비의 노후화, 산업 구조의 변화로 인해 사실상 재개발에 가까운 변화가 필요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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