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통일부 갈등에…용산, '자제하라' 장관에 동시 주의
대통령실, 두 부처 모두에 '자제' 메시지 전달…갈등 봉합 시도
대미 협의 과정에서 '자주파 vs 동맹파' 갈등 반복 소지는 여전
- 임여익 기자, 한재준 기자
(서울=뉴스1) 임여익 한재준 기자 = 대북정책의 주도권을 놓고 외교부와 통일부, '동맹파'와 '자주파'의 갈등이 부각되자 대통령실이 직접 나서 두 부처 장관에 경고성 '주의'를 한 것으로 17일 확인됐다. 북미, 남북 대화 촉진을 위한 이재명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 구상 본격화를 앞두고 정부 내 갈등의 심화를 막아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대통령실은 최근 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조현 외교부 장관에게 '자제하라'는 취지의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 부처의 갈등, 동맹파와 자주파의 '진영 갈등'이 연일 언론을 통해 부각되고, 이 문제가 미국과의 대북정책 협의에도 영향을 주는 듯한 상황이 발생하자 사실상 대통령이 직접 개입한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와 관련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양측 간 갈등 국면이) 임계점에 도달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며 "적정한 시점에 적정한 조치가 예상된다"라고 말해 '추가 조치'가 있을 가능성도 시사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역시 전날인 16일 미국으로 출국하는 길에 취재진과 만나 "개별적인 부처 의견이 나오는 건 맞지만 항상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많은 조율을 한다. 정부가 '원 보이스'(One voice)로 대외 문제에 대처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해 가겠다"면서 부처 간 갈등을 진화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외교부와 통일부는 외교부 주도로 진행되는 한미 대북정책 조율 협의를 두고 충돌했다. 통일부에서 외교부 주도의 대미 협의에 불참하겠다고 선언하면서다. 통일부는 해당 협의가 지난 2018년 문재인 정부 때 한미가 가동한 '워킹그룹'의 재현이기 때문에 참여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7년 전 미국이 남북 교류협력사업의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이유로 한미 워킹그룹을 통해 각종 교류협력사업에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과거 진보성향 정부에서 통일부 장관을 지낸 임동원·정세현·이재정·조명균·김연철·이인영 등 6명의 전직 장관도 외교부 주도의 한미 협의는 '워킹그룹'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며 반대 의사를 밝히는 공동성명을 냈다. 그 때문에 이번 사안은 대북정책 추진에 있어 한미 간 동맹을 중시하는 '동맹파'와 양자 주도의 남북관계를 중시하는 '자주파' 간 대립으로 비쳤다.
통일부는 막판까지도 외교부에 조율을 진행했으나 결국 지난 15일 "외교부가 진행하는 미국 측과의 협의는 한미 정상회담의 결과가 담긴 공동 설명자료(조인트 팩트시트)의 후속 협의"라며 해당 협의에 참여하지 않고 미국과 별도로 대북정책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양측 간 갈등은 한미 협의 당일인 지난 16일엔 다소 봉합된 듯한 분위기였다. 외교부는 당초 언론에 협의의 명칭을 '대북정책 조율을 위한 한미 정례협의(공조회의)'로 안내하다가, 당일엔 '한미 정상회담 조인트 팩트시트 후속 협의'라고 밝히며 통일부가 주무부처임을 주장하는 남북 교류협력사업 등을 회의 안건에서 제외했음을 시사했다.
이 회의에 불참한 통일부는 같은 날 주한 외교단과 국제기구 관계자를 대상으로 별도의 대북정책 설명회를 개최하면서도 "한미 협의와는 무관하게 매년 연말에 진행하는 행사"라며 외교부를 의식한 행보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대통령실의 '주의'가 전달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한 정부 관계자는 "단순한 부처 간 갈등이나 감정싸움이라기보다는 2018년 한미 워킹그룹이라는 뼈아픈 과거도 있고, 대북정책에 대한 외교부와 통일부 간 인식 차이도 있기 때문에 언젠가 한 번 정리가 필요했던 문제"라면서 "다만 이런 문제가 언론을 통해 국민들께 너무 부정적으로 비치면 좋지 않기 때문에 대통령실 차원에서 컨트롤타워 역할을 자처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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