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향장기수 안학섭씨, 정부에 '제3국 통한 북송' 요구

"러시아·중국 경유해서 북한으로 돌아가겠다"

안학섭선생송환추진단은 16일 서울 종로구 종각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3국을 통한 북송'을 요청했다./ 뉴스1 ⓒ News1

(서울=뉴스1) 임여익 기자 = 비전향장기수 안학섭 씨가 정부를 상대로 "제3국을 통해 (자신을) 북한으로 보내달라"라고 요청했다. 지난 8월 판문점을 통한 북송이 불발되자, 이번에는 러시아·중국을 경유하는 방식을 새롭게 제안한 것이다.

안학섭선생송환추진단은 16일 서울 종로구 종각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이날 안 씨는 "공개적으로 정부에 송환을 요구한 지 벌써 세 달이 넘었는데 정부는 다양한 방안을 검토한다고 해놓고 여태껏 아무런 답변이 없다"면서 "나는 러시아와 중국을 통해서라도 조국으로 돌아갈 새로운 방법을 찾겠다"라고 말했다.

추진단은 인천공항에서 출발해 중국 베이징 또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경유해 고려항공 직항편으로 평양에 입국하는 방식을 고려하고 있다.

추진단은 이를 위해 지난 14일 통일부와 외교부에 협조 공문을 보냈다고 밝혔다. 이들은 통일부에 북한과의 공식 협의 창구를 개설하고 외교부·법무부·국가정보원 등 관계부처와의 합동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송환 관련 실무 합의를 추진할 것을 요구했다.

또한, 송환 과정에서 북측의 신변 안전 보장을 확보하고 송환 완료 시 '인도적 차원의 송환'임을 공식 정부 성명으로 발표해 줄 것도 요청했다.

외교부에는 러시아와 중국 당국과의 협의를 통해 입국 비자 발급·체류 허가·출국 보장 조치를 마련해줄 것을 요구했다.

아울러 같은 날 주한러시아대사관과 주한중국대사관에도 면담 요청 공문을 보내, 각국 비자 발급과 비행기 탑승을 위한 행정 절차 등을 논의하고 싶다는 의사도 전달했다.

추진단은 지난 7월 통일부 관계자와 만나 판문점을 통한 송환을 논의하던 과정에서, '판문점이 아닌 제3의 방법도 있다'는 이야기를 관계자로부터 먼저 들었다고도 주장했다.

이날 통일부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제3의 방법과) 관련해선 확인해 줄 내용이 없다"라며 인도적 차원에서 비전향 장기수의 송환을 추진해 나간다는 것이 정부의 기본 방침이며 북한과의 협의 문제 등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검토 중에 있다"라고 말했다.

1930년 인천 강화군 출생인 안학섭 씨는 6·25 전쟁 당시 북한군으로 참전했고, 1953년 4월 체포돼 국방경비법(이적죄)으로 유죄를 선고받아 42년간 복역한 후 1995년 광복절 특사로 출소한 인물이다.

지난 2000년 김대중 정부가 6·15 정상회담을 계기로 비전향장기수 63명을 판문점을 통해 송환했으나 안 씨는 "미군이 나갈 때까지 투쟁하겠다"며 잔류했다.

그러다 최근 건강이 악화하면서 마음을 바꿔 북한으로 갈 것을 결심하게 됐다며 자신의 북송을 정부에 공식 요청했다. 그는 지난 8월 판문점을 통해 북한으로 가겠다며 파주시 통일대교에 진입을 시도했다가 군 당국에 의해 제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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