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한반도 평화 출발점은 '두 국가' 인정…北 체제 존중"

'2025 국제 한반도 포럼' 독일 세미나 연설
"갑작스런 통일 원치 않아…평화·통일의 길 개척할 용기 가져야"

정동영 통일부 장관. (통일부 제공)

(서울=뉴스1) 유민주 기자 =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30일(현지시간) 독일에서 열린 '2025 국제 한반도 포럼'(GKF) 세미나에서 "한반도 평화의 새로운 출발점은 남북이 오랜 기간 한반도에 사실상의 '두 국가' 형태로 존재해 온 현실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라고 밝혔다.

정 장관은 "동서독이 걸었던 화해와 협력의 길을 기억하면서 정부는 한반도 평화 공존, 공동 성장의 미래를 위한 노력을 경주해 갈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새로운 출발점은 "관계의 초점을 '적대성'에서 '평화'로 바꾸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평화적인 사실상의 두 국가 형태는 전례가 없는 제안이 아니다"라며 "우리 정부가 국제 규범, 남북 간 합의, 공식 통일 방안에서 30년 이상 일관되게 유지하고 지향해 온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남북은 1991년 유엔에 동시에 가입한 독립된 두 유엔 회원국"이라며 "국제법적으로 주권을 존중받는 두 국가로 인식돼 왔고, 회원국의 주권 평등, 영토 보전을 명시한 유엔 헌장을 함께 준수할 의무를 갖고 있다"라고 말했다.

정 장관은 '남북기본합의서'의 '상호 체제를 서로 인정하고 존중한다'라는 조항과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의 2단계인 '남북연합' 단계를 언급했다. 정 장관은 "이는 사실상의 '평화적 두 국가'를 의미한다"며 "통일을 지향하면서 평화적으로 공존하는 과도기적인 단계"라고 설명했다.

이어 "통일 지향의 특수관계에 기반한 '평화적 두 국가'는 평화 공존의 시대를 열기 위한 대한민국 정부의 주도적인 결단"이라며 "남북 간 합의와 국제 규범을 함께 지켜 나가자는 원칙의 표명"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평화적 두 국가'는 대한민국 정부가 먼저 남북 간 합의 준수, 그리고 국제규범 준수를 통해서 북한의 체제를 존중하고 인정한다는 의지의 표현이자 약속"이라고 강조했다.

정 장관은 아울러 "우리는 한반도의 갑작스런 통일을 기대하거나 원하지 않는다"며 "통일은 점진적이고, 단계적이고, 평화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라고도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의심하는 독일식 흡수통일은 우리가 원하는 통일의 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은 정치적 실체가 있는 국가이며 동독과 북한은 조건과 성격이 다르다. 동독은 사실상 소련의 위성국가였으며 냉전 해체기에 스스로 무너져 내렸다"며 "현실적으로 한반도에서 베를린 장벽의 붕괴는 상상하기 어렵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남북 간 불신과 긴장의 벽은 아직 높다"며 "이제 한반도는 과거 강대국들의 임시적이고 편의적인 결정에 따라서 정해진 적대적 분단의 운명을 거부하고, 스스로 평화공존과 평화 통일의 길을 개척할 용기를 가져야 할 때"라고 말했다.

지난 28일부터 내달 4일까지 독일과 벨기에를 방문할 예정인 정 장관은 제35회 독일 통일의 날 기념행사와 베를린 기자간담회 등의 일정에 이어 이날 GKF행사에 참석했다.

youm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