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고위관계자 "北, 예민하게 南 주시 중…대화에 응할 가능성 있다"
대북 방송 중단에 北도 '방해 전파' 송출 중단…"예상치 못한 상응조치"
북미 대화 관련…"美가 '확실한 메시지' 발신해 주길 기다려"
- 최소망 기자
(서울=뉴스1) 최소망 기자 = 국가정보원이 최근 대북 라디오·TV 방송을 중단한 것에 대한 상응조치로 북한이 대북 방송을 차단하기 위해 내보냈던 방해용 전파 송출을 멈춘 것으로 24일 확인됐다. 정부는 북한이 당장 남북 소통에는 나서지 않고 있지만 우리 측의 대북 조치를 주시하며 소리 없는 호응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지난 23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난 22일 밤 10시를 기해 북한에서 내보냈던 10개의 방해 전파 주파수 송출이 중단됐다"면서 "이제 2~3개만 남았다"라고 밝혔다.
이 고위관계자는 우리 측이 대북 방송 중단 여부를 북측에 사전 통보하지 않았던 만큼 북한의 움직임이 '예상하지 못한 반응'이라며 "우리는 우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대북 방송 중단)을 했는데 북한이 상응 조치를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상대(북한)도 우리를 예민하게 주시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국정원은 이달부터 1970~80년대부터 북한 지역으로 내보냈던 대북 라디오 채널인 인민의 소리·희망의 메아리·자유FM·케이뉴스·자유코리아방송 등의 송출을 중단했다.
이 고위관계자는 이번 국정원의 조치가 지난해 초 북한의 대남 라디오 방송 중단에 대한 대응 차원이었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지난 2023년 12월 남북관계를 '남북 적대적 두 국가'로 새로 규정한다고 선언한 뒤 이듬해 1월부터 '통일의 메아리' 6개 주파수(FM 3개, 단파 3개), '평양방송' 7개 주파수(FM 3개, AM 2개, 단파 2개), '평양FM' 1개 주파수 등 대남 라디오 방송 송출을 중단했다. 이 방송들은 대남 심리전 차원에서 운영돼 왔다.
이 고위관계자는 "대남·대북 방송은 체제 대결의 상징"이라며 "우리는 한미 확장억제 체제에 있고 2차 세계대전 후 독립한 국가 중 민주주의·시장경제로 선진국에 진입한 유일한 국가로, 우리와 북한의 체제 역량은 비교가 안 된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옛날 방식의 체제 대결이 의미가 없는 소모전이라는 판단에 따라 방식을 바꾼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추후 대북 방송 재개 가능성에 대해 이 고위관계자는 "상대가 (대남 방송을) 재개하면 대응하겠지만, 우리가 먼저 재개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기존 대북 심리전 방송 담당 조직은 앞으로 안보 위협 탐지와 조기경보 및 우리 국익 현안에 대한 글로벌 공감대 확산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새롭게 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은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정부가 취한 대북 긴장 완화 조치에 호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우리 군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자 즉각 대남 소음 방송을 중단했으며, 해상에서 구조된 북한 주민 6명의 송환에도 사전 소통 없이 우리 측의 통보 일정에 맞게 대응했다. 또 지난해부터 남북 접경지에서 진행 중인 철책 및 방벽 작업(남북 단절 조치) 관련 '공식 통지'를 지난달 뒤늦게나마 유엔군사령부 측에 전달하기도 했다.
이 고위관계자는 "북한이 (남측과) 담은 쌓고 있지만 언젠가는 대화에 응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당장, 쉽게 대화에 나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정부도 급하게 안 할 것"이라면서 "고조된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는 게 중요하며 우발적 충돌을 막는 작업을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남북 간 물밑 접촉 등 물리적 소통이 없어도 정부가 '해야 할 일'을 지속하겠다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또 북미 대화와 관련해선 "북한은 미국이 확실한 메시지를 발신해 주길 바라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관측했다.
한편 이날 국가정보원 내부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감찰실장과 기획조정실장 자리에 모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출신 인사가 기용된 것과 관련해 이 고위관계자는 "우연의 일치"라고 언급했다.
감찰실장(1급)은 주로 국가정보원 내부 감찰 및 직원 징계 등을 담당한다. 최근 이 자리에 민변 광주·전남지부장을 지낸 이상갑 변호사가 내정됐다. 앞서 국정원의 인사·조직·예산을 담당하는 기조실장에는 민변 출신 김희수 변호사가 임명된 바 있다. 두 자리는 차관급인 1·2·3차장에 이어 국정원 내 '빅 5'에 해당하는 직책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인사를 두고 비상계엄·탄핵 국면에서 국정원 직원들의 정치적 중립 위반 여부 등을 들여다보려는 의도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 고위관계자는 "투명성 강화 차원에서 외부인사를 기용한 것"이라며 "특히 감찰실장 인사는 과거의 잘잘못을 밝히기 위한 것이 아니라 8월 말쯤 있을 2~3급 인사 일정에 맞춰 관련 업무 책임이 있는 자리를 채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과거에 정권이 바뀌면 국정원 1급을 전원 대기 발령하는 등 대대적 인사 조치를 낸 적이 있고, 지금도 이런 것을 바라는 사람도 많았지만, 이번에는 그런 고리를 끊으려는 것"이라면서 "국정원을 '일 잘하고 성과 내는 조직'으로 만들 것이고, 조직을 동요시키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이 지휘부의 의지"라고 덧붙였다.
somangcho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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