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브로프 러 외무 방북…ARF 맞춰 대러 밀착 과시하는 北

北, ARF 불참…'새 다극 체제' 강조하기 위한 행보

지난해 11월 최선희 북한 외무상이 모스크바를 방문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회담을 하는 모습. 2024.1.17 ⓒ 로이터=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최소망 기자 =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오늘부터 사흘간 북한을 방문한다. 북한이 25년 만에 처음으로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에 불참한 시점에 맞춰 이뤄진 북러 밀착 행보로, '새 국제 질서' 수립을 추구하는 외교 노선을 과시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라브로프 장관은 이날 평양을 방문해 13일까지 일정을 소화한다. 구체적인 일정이 발표되진 않았지만, 최선희 외무상과 회담을 갖고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를 예방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러시아 측은 이번 방문이 '외교장관 간 2차 전략대화'의 일환이라고 밝히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메시지를 북한 지도부에 전달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라브로프 장관은 미국, 중국, 일본의 외교장관이 모두 참석하는 ARF 일정을 마친 뒤 방북한다. 그는 전날엔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과 양자회담을 갖기도 했다.

북한은 말레이시아에서 열리는 이번 ARF에 25년 만에 불참했는데, 지난 2017년 '김정남 암살 사건'으로 말레이시아와 단교한 것이 결정적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은 북한의 비밀 요원들이 베트남, 인도네시아 여성들을 '방송 촬영'을 이유로 거짓 섭외해 김정은 총비서의 이복형인 김정남을 VX 가스로 암살한 사건으로 당시 큰 파장을 일으켰다.

아울러 한미에 대한 거리 두기 차원으로도 해석된다. 북러가 ARF에 맞춰 양자 외교를 펼치는 것은 미국을 견제하는 차원의 '새 다극 체제'를 국제 질서로 수립하겠다는 구상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번 북러 만남에서 김 총비서의 러시아 방문 일정이 구체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6월 평양을 찾아 김 총비서와 정상회담을 열고 그를 모스크바로 초청한 바 있다. 김 총비서는 집권 후 아직 모스크바를 방문한 적이 없어 방문이 성사될 경우 북러의 돈독한 사이를 과시하는 이벤트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ARF 불참과 러시아와의 회동은 북한이 아직 러시아 외에 다른 나라와의 접촉면을 넓히지 않겠다는 의도로도 볼 수 있다. 이재명 정부는 출범 후 대북전단 살포를 통제하고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는 등 유화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북한은 아직 전향적인 모습은 보이지 않고 있다. 미국에 대해서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 수령을 거부하는 등 거리를 두고 있다.

북한은 올해에는 러시아와의 고위급 교류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은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새 5개년 국정계획 수립을 위해 열릴 9차 노동당 대회를 기점으로 대외 기조에 변화를 줄 것으로 예상된다.

somangcho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