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적된 北 '대남 방송' 피해 …여야·국회의장 만났지만 해법 못찾아
우리 군 '대북 방송' 중단, 해법으로 제시되기도…합의점 못 찾아
주민들 불편 커졌지만 '결정' 주체 없어…권한대행 체제 한계
- 최소망 기자, 임여익 기자
(서울=뉴스1) 최소망 임여익 기자 = 북한이 남북 접경지에서 대남 확성기 방송을 통해 소음 공격을 시작한 지 8개월이 지나며 주민들의 고통도 누적되고 있다. 최근 정치권에서도 관련 대책 마련을 위한 논의가 있었지만, 현재의 권한대행 체제에서는 해결책 제시가 어렵다는 지적이다.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 4일 우원식 국회의장 주재로 권성동 국민의힘·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3자 회동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북한의 소음 공격에 대한 해법으로 '우리 군의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 문제가 논의됐다.
야당은 우리가 대북 방송을 먼저 중단하면 북한에도 대남 방송 중단을 요구할 수 있는 명분이 생긴다는 논리를 제기했다. 여당도 접경지 주민의 고통을 덜기 위해 북한의 소음 공격을 중지시켜야 한다는 데는 공감했지만, 우리 군의 대북 방송이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결정 사항인 만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판단만으로 이를 중지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결국 우리 군의 대북 방송 및 북한의 대남 방송 중단을 위한 뾰족한 해법이 도출되진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올 때까지는 주민들이 계속 피해를 감내해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높은 톤의 목소리를 가진 사람이 비명을 지르거나 흐느끼는 소리처럼 들리는 북한의 소음 공격은 최근 더욱 거세졌다고 한다.
파주시 문발동 주민 A 씨는 "최근 날씨가 따뜻해져 자주 창문을 여는데, 그럴 때마다 경악스러울 정도로 큰 소리가 들려 고통스럽다"라고 전했다. A 씨는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 취소 결정이 나온 날 유난히 소음이 컸다"라며 북한이 특정 정치 사안이 발생했을 때 더 강한 소음 공격을 가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파주시 탄현면에서 글램핑장을 운영하는 B 씨는 "봄을 맞아 손님맞이 준비를 하고 있지만 수시로 시끄러운 대남 방송 소리가 들리니 과연 손님이 찾아올지 모르겠다"라고 울상을 지었다.
최근 국회에서 민방위기본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이를 통해 민방위 사태에 이르지 않아도 적(敵)의 직접적 위해 행위로 인해 생명, 신체 또는 재산 피해를 본 이들에 대해 국가가 피해액 전부 또는 일부를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아직 시행령과 시행 규칙은 입법예고 단계다.
무엇보다 소음 피해를 본 주민들은 보상이 중요한 게 아니다. 국가가 피해를 보상한다고 해도, 대남 방송 중단의 키는 북한이 쥐고 있기 때문에 언제든 똑같은 문제가 재발할 수 있다는 불안함이 더 크다.
정부 부처 간 소통도 있었지만 뾰족한 수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통일부와 국방부는 최근 대북 방송 중단과 관련한 논의를 실무 차원에서 진행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군 내부에선 북한의 위협과 도발이 중단되지 않는 한 섣불리 대북 방송을 중단해선 안 된다는 기류가 우세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대남 방송이 지속되는 것은 우리 군의 대북 방송이 효과가 있다는 방증이기도 해, 기 싸움 차원에서도 먼저 방송을 중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비상계엄 및 탄핵 정국이라는 혼란 상황에서 정부의 판단도 달라질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가 대북 방송의 효용성을 꾸준히 검증하며 방송을 이어가는 것이 아니라, '결심'의 주체가 없어 방송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결정하지 못하는 상황에 가깝다는 관점에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정부의 대북 방송 목적이 안보인지, 평화인지, 국민들의 편안한 삶인지를 정확히 해야 할 것"이라면서 "대북 방송으로 인민군을 자극해 자유주의를 동경하게 하기 위한 것이라면 그 효율성이 얼마나 되는지를 밝혀야 하며, 효과가 있더라도 우리 국민의 피해가 필요 이상으로 커지고 있다면 정책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somangcho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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