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주민에 평양~청진 하늘길 열었지만…편도 20년치 월급
100달러·평양 통행증 필요해 돈주·간부 중심 전망
삼지연·어랑·선덕 이어 원산갈마 운항…관광 활성화·외화 확보
- 한상희 기자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북한 당국이 일반 주민에게도 평양과 청진을 오가는 항공편 이용을 허용한 것으로 17일 전해졌다. 열차로 길게는 닷새 걸리는 거리를 한 시간 안팎으로 줄일 수 있지만, 편도 운임만 생산직 노동자 공식 월급의 17~21년치인 100달러에 달해 실제 이용자는 간부와 신흥 부유층에 한정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복수의 함경북도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 당국이 최근 공장과 기업소, 인민반 회의에서 일반 주민도 평양~청진 항공편을 이용할 수 있다는 방침을 하달했다고 보도했다.
평양에서 청진까지 이동하려면 버스로 이틀, 열차로는 닷새가량 걸리는 만큼 주민들의 관심은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편도 운임은 100달러로, 생산직 노동자가 공식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17~21년간 모아야 마련할 수 있는 금액이라고 RFA는 전했다.
항공료를 북한 돈이나 중국 위안화가 아닌 미국 달러로만 내야 한다는 점도 높은 문턱이다. 평양을 오가려면 별도의 통행증도 받아야 한다. 통행증 발급에는 복잡한 승인 절차와 오랜 시간이 필요하고 이 과정에서 뇌물이 오가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항공편을 일반 주민에게 열었다는 방침과 달리 실제 이용자는 달러를 쥐고 있고 통행증도 비교적 쉽게 받을 수 있는 간부나 신흥 부유층 '돈주' 등에 한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평양~청진 항공편 운항 방침은 2015년에도 한 차례 하달됐지만, 당시에는 국가행사에 참가하는 단체가 주로 이용했다고 RFA는 전했다. 2024년 10월에도 고려항공 소속 투폴레프 Tu-134 여객기가 어랑공항과 순안공항 사이를 운항했으나 외국인 관광 프로그램에 포함된 항공편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과거 평양~삼지연, 평양~어랑, 평양~선덕 등 평양과 지방 도시·관광지를 잇는 국내 항공노선을 운영해 왔다. 삼지연공항은 백두산과 삼지연 관광지구를, 어랑공항은 청진을, 선덕공항은 함흥을 비롯한 함경남도 지역을 연결한다.
다만 북한 국내선은 우리나라 정기노선처럼 공개된 시간표에 따라 매일 또는 매주 꾸준히 운항되기보다 관광 수요와 계절, 국가행사 등에 맞춰 부정기적으로 여객기를 띄우는 경우가 많다. 현재 고려항공 홈페이지에도 베이징·선양·블라디보스토크 등 국제선만 안내돼 있을 뿐 국내선 일정과 예매 방법은 공개돼 있지 않다.
최근에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의 역점 사업인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를 잇는 국내 항공편도 운항하고 있다.
미국의소리(VOA)는 항공기 이동정보 사이트 '플라이트레이더24' 기록을 분석해 고려항공 여객기가 지난달 23·27·30일과 이달 3일 평양과 원산갈마 사이를 한 차례씩 왕복했다고 보도했다. 최근 월요일과 목요일에 주 2회꼴로 운항했으며 비행시간은 약 36분이었다.
이 노선에는 북한이 보유한 항공기 가운데 비교적 최신 기종인 안토노프 An-148이 투입됐다. 한 번에 약 70~80명을 태울 수 있다. 여름철 원산갈마를 찾는 관광객을 실어 나르는 계절성 항공편으로 보이지만, 피서철이 지난 뒤에도 운항을 이어갈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실제 이용자 역시 일반 주민보다는 간부와 돈주 등 신흥 부유층이 중심일 것으로 관측된다.
평양~청진 노선의 이용 대상을 넓힌 것은 청진의 물류·관광 거점화를 염두에 둔 조치라는 분석도 나온다. 청진은 대규모 종합시장과 항구를 갖춘 북한 동북부의 물류 중심지로, 중국과 러시아에서 들어온 물품이 북한 각지로 유통되는 집산지 역할을 한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뉴스1과의 통화에서 "철도와 도로를 통한 물동량과 이동이 제한된 상황에서 항공 접근성을 높이려는 의미가 있을 수 있다"며 "관광객 유치와 대외 경제협력을 위한 교통편이라는 측면도 있다"라고 말했다.
과거 중국인 관광객이 주로 찾았던 라선과 청진을 연계해 동해안 관광 접근성을 높이려는 구상일 가능성도 거론된다.
항공료를 달러로만 받는 것은 주민이 보유한 외화를 국가 부문으로 끌어들이려는 정책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북한 당국은 최근 고급주택 거래와 목욕탕 등 각종 상품·서비스 대금을 외화로 받는 정책을 확대하고 있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장롱 속 외화'를 끌어내기 위한 조치라는 비판도 나온다고 RFA는 전했다.
angela020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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