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해수욕장도 '바가지 요금'…파라솔·샤워에 주차료까지 받는다
청진 시설 이용료 쌀 10.7㎏ 값…2026년엔 평균 8배 올라
통일연구원 보고서…위성사진엔 신규 피서지 3곳
- 한상희 기자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북한에서도 해수욕장에 가려면 입장료부터 파라솔과 샤워시설 이용료, 주차비까지 내야 하는 것으로 14일 나타났다. 식당에서 음식을 사 먹거나 의자와 바비큐 시설, 수영복과 튜브 등을 빌리면 비용은 더 불어난다. 일부 식당에서는 '바가지 요금'을 경험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정은이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이 발표한 '파라솔 그늘 아래 북한 해변: 위성사진과 면담으로 읽는 내국인 관광과 지역경제' 보고서에 따르면 2018~2019년 청진 해수욕장에서는 입장료 1000원과 자전거 보관료 1000원, 자리·파라솔 이용료 3만원, 의자·바비큐 시설 이용료 2만 원, 샤워비 1500원 등이 부과됐다.
시설 이용료만 모두 북한 돈 5만 3500원으로 당시 쌀 10.7㎏을 살 수 있는 금액이다. 음식과 식당 이용료는 포함되지 않았다. 정 실장은 복수의 정보원을 통해 확인한 결과, 2026년에는 이용료가 당시보다 평균 약 8배 올랐으며 자동차 주차료 등 새로운 유료 항목도 생겼다고 설명했다.
피서객들은 불고깃감을 집에서 장만해 오거나 현장에서 해산물을 사 구워 먹었다. 이때 바비큐 시설을 빌리는 데도 돈이 들었다. 냉면같은 음식은 해수욕장 안의 식당을 이용했는데, 면담자들은 음식값이 적지 않고 '바가지 요금'을 경험하기도 했다고 증언했다.
주로 청진시 주민들이 찾는 청진 해수욕장과 달리 라선 해수욕장은 외지 관광객의 이용도 많았다. 라선에서도 입장료와 자동차 보관료, 자리·파라솔 및 샤워시설 이용료, 의자·바비큐 시설 대여료 등을 받았다.
시설 이용료 합계는 북한 돈 6만 6850원으로 당시 쌀 13.4㎏ 값에 해당했다. 일부 요금은 중국 위안화로 책정됐으며 수영복과 튜브 대여, 음식과 주류 소비에는 별도의 비용이 들었다.
이 같은 사례는 북한의 해수욕장이 단순한 물놀이 장소를 넘어 주민들이 돈을 쓰는 여가·소비 공간이자 지방정부의 수익사업으로 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위성사진에서도 해변의 확대·정비 정황이 포착됐다. 코로나19 기간 자취를 감췄던 청진 해변의 그늘시설은 2022년 8월 다시 등장했고, 올해는 시설 배치가 한층 체계화된 데다 일부 건물 형태의 시설도 확인됐다.
지난해 8월에는 청년공원 인근의 기존 해수욕장 외에 해수욕장으로 이용되는 것으로 추정되는 공간 3곳이 추가로 포착됐다. 일부 지역에서는 과거에 없던 넓은 해변 공간이 새로 형성되고 다수의 그늘시설과 관련 시설이 집중적으로 배치됐다.
이 같은 유료화는 지방정부가 해변을 지역의 수익원으로 활용하는 방식과 맞닿아 있다. 면담에 따르면 청진시는 개인에게 일정한 비용을 받고 특정 해변 구역의 사용권을 내줬고, 운영자는 다시 피서객에게 자리와 파라솔 이용료 등을 받았다. 요금을 낸 이용객만 들어갈 수 있도록 일부 구역에는 울타리도 설치됐다.
해변 자체도 확대·정비되고 있다. 시계열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8월 청년공원 인근의 기존 해수욕장 외에 해수욕장으로 이용되는 것으로 추정되는 공간 3곳이 추가로 포착됐다. 일부 지역에서는 이전에 없던 넓은 백사장이 조성되고 다수의 그늘시설과 관련 시설이 집중적으로 배치됐다.
해수욕장은 새로운 유행이 확산하는 공간으로도 자리 잡았다. 면담자들은 주민들이 평소 거리에서 보기 어려운 최신 옷을 입고 해변을 찾거나 증폭기로 최신 음악을 틀어놓고 노래하고 춤을 췄다고 증언했다. 사람과 휴대전화를 매개로 새로운 옷차림과 음악이 주변으로 전달되기도 했다.
이러한 변화는 북한이 최근 강조하는 시·군의 '자립적 발전'과도 맞닿아 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8일 시·군이 지역의 자연지리적 잠재력과 자원을 개발·활용해 자체 역량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 실장은 "북한 관광을 외화 획득뿐 아니라 내국인의 소비와 지역자원 활용, 지방경제의 자립이라는 관점에서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대규모 관광사업뿐 아니라 지방 관광공간의 운영 방식과 내국인 관광 수요, 지방정부의 수익 창출 구조까지 함께 살펴봐야 한다"라고 밝혔다.
angela020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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