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세계가 놀랄 정도의 '경제 성장'…우크라 전쟁 특수"
2024년 경제성장률 3.7%, 8년만에 최대 성장폭…"김정일 때보다 낫다"
러 무기 공급으로 100억 달러 이상 수익…北 경제 성장 美 핵 협상엔 악재
- 이창규 기자
(서울=뉴스1) 이창규 기자 = 7년 만에 북한을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정상회담에 전 세계의 관심이 쏠린 가운데 코로나19 이후 북한의 경제 발전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8일(현지시간) 조명했다.
WSJ는 이날 '세계에서 가장 놀라운 경제 성공 스토리는 북한'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북한 경제가 러시아에 대한 무기 판매와 병력 파견, 중국의 물자 및 자금 지원, 국제 제재를 무시한 에너지와 부품, 원자재 수입 등으로 수년 만에 가장 활황을 누리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은행이 추산한 자료에 따르면, 북한 경제는 지난 2024년 3.7% 성장해 8년 만에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한국 싱크탱크들은 북한의 성장세가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싱크탱크 보고서들에 따르면, 석유 저장시설에서는 선박 활동이 크게 늘었고, 주차장들은 이전보다 훨씬 붐비며, 야간 조명 밝기는 5년 전보다 약 3배 증가했다.
북한 경제 전문가인 스테판 해거드는 북한의 경제 상황이 김정은이 집권한 후 약 15년 동안 가장 좋으며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집권했을 때보다 나을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처럼 가난한 국가가 이 정도 성과를 거둔 것은 놀라운 일"이라며 김정은이 운도 어느 정도 따랐다고 말했다.
WSJ은 북한은 5년 전만 해도 코로나19에 대한 공포로 국경을 봉쇄한 후 중국과의 무역이 끊기면서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음에도 경제 성장을 이끌 수 있었던 배경으로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꼽았다.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에 탄약과 병사들을 지원하면서 경제에 숨통을 틔울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한국 국가안보전략연구원(INSS)에 따르면, 북한은 2023년 여름부터 지난해 말까지 러시아에 무기를 공급해 100억 달러가 넘는 수익을 올렸다. 또한 2024년 6월 러시아와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한 후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할 기반을 마련한 후로는 5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얻었다.
INSS는 러시아가 북한에 지급할 대가는 현금이 아니라 첨단 군사기술, 무기 부품, 기타 물자 형태로 지급될 것으로 예상했다.
바이든 전 행정부에서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를 지낸 정 박은 러시아와의 심화된 관계야말로 북한이 원하던 최대 성과라며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북한 무기와 병력이 실제로 사용되면서 얻는 무료 광고 효과가 크다. "북한 정권은 그 어느 때보다 부유해졌다"고 말했다.
북한의 경제 성장에는 중국의 역할도 컸다. 북한의 사이버 해커 조직원들 중 상당수가 체포될 위험이 적은 중국에 거주하면서 암호화폐 거래소 해킹만으로 수십억 달러를 벌어들였다.
또한 북중 간 월간 교역 규모는 최근 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북한에서 유통 중인 각종 전자기기는 중국산 부품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김정은 총비서는 건설 사업에도 열을 올려 지난 2월 화성지구 4단계 1만 세대 살림집을 준공하며 '평양 5만 세대 살림집 건설 사업'을 마무리했다. 1만 세대는 당시 로스앤젤레스나 시카고에 지어진 신규 주택보다도 많은 규모라고 WSJ는 설명했다.
데일리NK 산하 데이터 연구센터의 이상용 연구원은 북한 정권이 암시장 활동을 대체하기 위해 국영 상점과 약국을 확대하고 있으며 지방의 신규 공장들이 과거 밀수에 종사하던 사람들에게 국영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며 "무기 판매와 해킹으로 벌어들인 자금의 일부가 주민들에게도 흘러 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WSJ는 북한을 여행한 관광객들을 통해 북한의 변화상을 소개하기도 했다.
지난해 가을 평양국제영화축전에 참석했던 오스트리아 영화감독 브리기테 바이히는 전기차와 수입차가 눈에 띄게 많아졌고, 자동차를 소유한 주민들도 늘어난 것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영국인 관광 가이인 조이 스티븐스는 코로나19 이전에는 모든 결제가 현금으로 이뤄졌다며 그러나 지난해 평양을 방문했을 때는 더 많은 주민들이 스마트폰으로 결재하는 모습을 봤다고 말했다.
미국은 그동안 제재 완화와 경제적 보상을 지렛대로 북한의 핵 프로그램 동결·중단·포기를 유도해 왔다며 북한의 경제 발전은 미국과의 핵 협상 가능성을 약화시킨다고 WSJ는 분석했다.
다만 WSJ는 북한은 평양 외에 다른 도시는 여전히 가난하며 전체 인구 2,600만 명 가운데 거의 절반이 영양실조 상태라고 지적했다. 또한 연간 국내총생산(GDP)은 미국의 1%에도 미치지 못하며 한국 드라마를 유포하는 행위가 사형에 처해질 수 있을 정도로 인권 침해가 심각한 국가 중 하나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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