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U-17 여자대표팀 연일 띄우기…'경제난' 가릴 성공 부각
'고난 속에서도 승리'…주민 등 내부 결속 수단 활용
대외 메시지 창구 스포츠…'정상 국가 프레임' 목적도
- 김예슬 기자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북한이 국제축구연맹(FIFA) U-17 여자월드컵 대표팀의 성과를 연일 대대적으로 선전하며 스포츠 성적을 '체제 우월성' 홍보의 핵심 소재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조선중앙TV 등은 경기 장면, 귀환 화면, 주민들의 응원 장면 등을 수일째 집중적으로 다루며 "인민들에게 고무적인 힘을 안겨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7일 1면에서 "우리의 미더운 여자축구 선수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17살 미만(U-17) 여자월드컵 경기대회에서 영예의 1위를 쟁취하고 네 번째로 되는 대회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며 "마로끄(모로코)에서 진행된 국제축구연맹 2025년 17살 미만 여자월드컵 경기대회에서 연전 쾌승한 우리 선수들이 15일 수도 평양으로 돌아왔다"고 보도했다.
북한 축구협회 위원장인 김일국 체육상과 관계 부문 일꾼들, 선수들의 가족이 평양 국제 비행장 정류장에서 선수단을 맞았다.
신문은 "세계의 하늘가에 또다시 우리의 공화국기를 긍지 높이 휘날리고 조국의 존엄과 영예를 금메달로 빛낸 여자축구 선수들의 자랑찬 승전소식은 온 나라 인민들에게 커다란 기쁨을 안겨주고 있다"고 언급했다. 또 신문은 선수들을 두고 "어머니당의 품속에서 꿈과 희망을 꽃피우며 전도양양한 체육인으로 성장한 딸들"이라고 표현했다.
앞서 노동신문은 지난 10일 1면에 U-17 여자월드컵에서 자국 대표단이 우승을 거머쥐었다는 소식을 보도했다. 조선중앙TV는 지난 11일 U-17 여자월드컵 결승 경기가 진행될 당시 거리 응원에 나선 평양 시민들의 모습을 조명하기도 했다.
북한이 국제 스포츠 성과를 이처럼 장기적으로 부각하는 것은 드문 일은 아니다. 2016년 리우올림픽 여자 역도·체조 메달리스트를 '국가적 영웅'으로 띄웠던 사례나, 2018년 AFC U-23 대회 선전 당시 "우리 당의 인재 육성 노선의 결실"이라고 포장한 흐름과 이어진다. 2022년 U-20 여자대표팀이 아시아 준우승을 했을 때도 매체들은 연속 사설을 내며 청소년·여성 선수단을 '미래 기둥'에 비유한 바 있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달 노르웨이에서 열린 '2025 세계역도선수권대회'와 마찬가지로 지난달 바레인에서 열린 '2025 아시아청소년경기대회'에서 북한 선수들이 선전한 사실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이번 U-17 보도 공세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읽힌다. 최근 북한 내부에서 식량난·전력난이 지속되는 가운데 주민 결속을 위한 구체적 성과가 사실상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평양 국제마라톤 개최나 2015년 국제유소년축구대회 우승처럼 국제 행사가 있을 때마다 체제를 과시했던 북한은, 이번에도 스포츠 성과를 '고난 속에서도 승리하는 체제'의 증거로 강조하고 있다.
국제 스포츠 무대가 사실상 북한의 몇 안 되는 대외 메시지 창구라는 점도 선전을 더욱 강화하는 배경이다. 제재와 외교 고립으로 북한이 정상 국가적인 활동을 외부에 보여줄 수 있는 공간은 제한적이다. 그러나 FIFA·AFC 체계는 제재와 무관하게 참여할 수 있어, 2014 인천 아시안게임·2018 여자 U-20·아시아 유소년대회 등에서 보여준 성적을 대외 이미지 개선에 활용해 왔다. 이번 U-17 선전 또한 '국가적 활력'과 '정상 국가 프레임'을 확보하려는 외교적 목적이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yeseu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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