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100℃] 우리 축구팀, 북한과 만나면…남북대결의 역사
60~70년대 지독한 북한 축구 콤플렉스
1976년 첫 만남…매번 치열했던 경기 결과
- 박상휘 기자
(서울=뉴스1) 박상휘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창궐로 모든 스포츠가 멈춰섰다. 그 중에서도 지난 2월 말 개막 예정이었던 K리그는 올 시즌을 시작하지도 못한채 개점휴업 상태다.
K리그 뿐만이 아니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으로 가는 길인 아시아지역 2차 예선도 언제 다시 재개될지 기약이 없는 상태다.
우리나라 남자 축구대표팀은 당초 지난 목요일인 26일에 홈에서 투르크매니스탄을, 다가오는 31일에는 스리랑카 원정 경기를 치러야했다. 북한과는 6월4일에 홈 경기가 예정돼 있었지만 현재로서는 모든 일정이 미정인 상태다.
오는 6월 북한과의 A매치는 올해 상반기 가장 기대되는 경기 중 하나였다. 지난 2009년 4월 이후 11년만에 북한과 갖는 홈 경기였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평양에서 어려운 경기를 펼쳤던 점을 상기하면 시원한 설욕전도 기대됐다. 하지만 이같은 경기가 기약없이 미뤄졌으니 축구팬의 한 사람으로서 허탈하기만 한 상황이다.
그래서 아쉬운 마음을 조금이나마 달래보고자 남북 축구 대결의 역사를 복기해보기로 했다. 원래 축구팬은 과거 경기를 곱씹는 것만으로 행복할 때가 있다.
현재 두 국가의 전력차는 상당한 수준이지만 북한이 세계무대에서 더 일찍 빛을 봤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1958년에 국제축구연맹(FIFA)에 가입한 북한은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에서 본선에 처음으로 진출했다. 당시 북한은 4조 최종전에서 이탈리아를 1대 0으로 누르고 8강에 진출하는 기염을 토했다.
당시 월드컵이 지금의 규모는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이탈리아를 꺾고 8강에 오른 것은 역사적인 사건이었다. 심지어 8강전에서 포르투갈을 상대로 3골을 먼저 넣었으니 기세가 어땠을지 짐작이 가는 대목이다.
북한의 선전으로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것은 바로 우리나라였다. 당시 축구는 '국기'나 다름없었다. 1954년 스위스 월드컵에 사살상 아시아 대표로 참가하고 초기 아시안컵까지 거머쥐며 아시아 맹주를 자처한 우리나라는 열등감이 들 수밖에 없었다.
북한 축구에 대한 우리의 두려움은 당시 여러 정황에서도 드러난다. 국가정보기관인 중앙정보부가 북한 축구를 앞서보겠다고 이회택, 김정남 등을 차출해 양지(陽地) 축구팀을 만들기도 했고 박정희 전 대통령은 '박대통령컵 쟁탈 아시아축구대회', 이른바 박스컵을 창설하기도 했다.
심지어 아시안게임에서는 북한 축구를 상대하지 않기 위해 소극적인 경기를 한적도 있었다. 1974년 9월 테헤란에서 열린 아시안게임에서는 최종전 말레이시아전을 이기면 3,4위전에 진출할 수 있었다. 문제는 3,4위전 상대가 북한이었다는 점이다.
잉글랜드 월드컵 후예들을 만나기 두려웠던 우리나라는 말레이시아전을 사실상 일부러 진다. 국기나 다름없었던 축구에서 북한에 진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였기 때문이다.
북한과의 대결을 피하던 우리나라가 처음으로 축구에서 북한을 만난 것은 조금 엉뚱하게도 1976년 방콕에서 열린 아시아 청소년선수권대회였다. 준결승 전에서 벼랑끝 승부를 벌였지만 한국은 이 경기에서 0대 1로 패한다.
두번째 경기는 2년뒤 1978년 방글라데시 다카에서 열린 역시나 아시아 청소년선수권 대회 준경승전이었는데 이 경기에서 우리나라는 승부차기까지 가서 6대 5로 승리한다. 참고로 이 팀의 주장이 현재 우리가 '쌀딩크'로 부르는 박항서 감독이였다.
이후 우리나라 축구는 북한에 대한 콤플렉스를 점차 깨기 시작한다. A매치에서는 1978년 아시안게임 결승에서 만나 비긴 것을 시작으로 총 17번을 만났다. 17번의 경기에서 단 한번 패했는데 1990년 평양에서 가진 친선경기였다. 당시 우리나라는 김주성의 골로 1대 1을 이어가다 후반 추가시간 심판의 다소 어이없는 판정으로 페널티킥을 내줘 1대 2로 진다.
가장 큰 점수차로 이긴 경기는 1993년 미국 월드컵 최종예선으로 당시 카타르 도하에서 고정운과 황선홍, 하석주의 연속골로 3대 0으로 이긴다. 월드컵 본선 자력 진출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3대 0으로 이기고도 침울한 표점을 지우지 못했던 우리 선수들이 이라크 대 일본전이 무승부로 끝났다는 도하의 기적을 들은 경기도 바로 이 경기였다.
이 경기를 제외하고는 남북간 축구경기는 모든 경기가 한 골차 승부였다. 심지어 앞선 3대 0 경기를 제외하고는 우리나라는 한 경기에서 북한을 상대로 2골 이상을 기록하지 못했다.
상대전적과는 다르게 언제나 치열한 접전을 벌였다는 의미다. 그래서 이번 월드컵 2차예선은 기대감을 들끓게 한다. 죽을 각오로 뛴다는 치열한 경기는 언제나 팬들을 즐겁게 한다.
코로나19 시국이 빨리 종료되고 서울에서 북한과의 경기를 관람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기왕이면 우리나라의 시원한 승리와 함께 말이다.
sanghw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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