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길 기자의 개봉영화]브레이킹 던 part2 - 불멸의 액션, 순정만화로 끝을 맺다

<트와일라잇>시리즈는 '멜로물'이다. 그래서 남자주인공인 에드워드(로버트 패틴슨)보다는 벨라(그리스틴 스튜어트)의 시선으로 보면 더 즐길 수 있다.
뱀파이어와 늑대인간이 등장하고 2008년 시리즈 첫 편의 박진감에 반했다고 액션물로 생각하면 시리즈 2편인 <뉴문>에서부터는 쉽게 지쳐버릴 수 있다.
<트와일라잇>시리즈를 사랑영화로 봐야하는 이유는 원작자인 '스테파니 메이어'가 여자라는 점에서도 찾을 수 있다.
가끔 화려한 액션으로 볼거리를 제공하지만 40대 초반 여성 작가의 감성은 아무래도 액션보다 멜로 쪽으로 더 기울지 않겠나.
때문에 <트와일라잇>시리즈는 여자들이 좋아하는 순정만화를 읽는 기분으로 보는 게 차라리 낫다.
그렇다면 "왜 뱀파이어일까"라는 물음이 생길 수 있지만 바로 그 점에서 원작자의 아이디어가 빛난다.
영화상에서는 한 때 공포의 대상이기만 했던 뱀파이어는 그녀에 의해 사랑이 덧칠되면서 '불멸의 사랑'이란 아이콘으로 새로 태어나게 됐다.
물론 '닐 조던' 감독이 1994년 <뱀파이어와의 인터뷰>에서 정체성을 고민하는 뱀파이어의 색다른 모습을 통해 공포의 대상에서 벗어나게 했지만 <트와일라잇>시리즈는 뱀파이어가 가진 메타포(은유)를 사랑으로 확대시켰다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사실 '치명적인 매력'을 지녔다는 점에서 뱀파이어와 사랑은 닮았다.
인간인 벨라가 뱀파이어인 에드워드에게 처음 빠져들 때처럼 사랑도 언제나 상처라는 위험을 각오하고 빠져든다. 가끔은 치명적인 줄 알면서도 빠져드는 게 바로 사랑 아니던가.
이런 관점에서 보면 그 동안 에드워드와 제이콥(테일러 로트너) 사이에서 줏대 없는 행각을 벌이며 시리즈를 산으로 끌고 갔던 벨라의 만행(?)도 어느 정도 이해해줄 수 있다.
위험한 줄 알면서도 에드워드의 매력에 빠져드는 벨라의 떨림부터 시작해 잠시 헤어짐으로 인한 상처와 고뇌, 결심, 결혼, 잉태까지. 인간인 벨라를 중심으로 보면 <트와일라잇>시리즈는 사랑에 대한 일상적인 은유로 많은 것을 품고 있다.
하지만 시리즈 마지막 편으로 새로 개봉한 <브레이킹 던part2>는 마침내 뱀파이어가 된 벨라에서부터 시작된다는 점에서 그 동안 액션에 목말랐던 관객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주기에도 충분하다.
뱀파이어가 돼 놀라운 능력을 보여주는 벨라의 모습은 초반부터 시선을 휘어잡는다.
특히 엑스맨시리즈를 연상시키듯 각기 다른 능력의 수많은 뱀파이어들이 설원에서 집단 혈투를 벌이는 마지막 신은 단연 압권이다. 마지막 깜짝 반전도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하지만 대중적으로 보기에 <트와일라잇>시리즈의 가장 큰 약점은 바로 액션과 스릴러적인 요소가 강해 장르에 대한 오해를 심어줬던 시리즈 1편. 이번 마지막 편도 역시나 멜로적인 요소가 강해 보는 이들에 따라서는 자칫 지루함을 느낄 수 있다는 게 단점일 수 있다.
아무튼 시리즈 1편에서 "사랑을 위해서는 죽어도 좋다"고 했던 벨라는 뱀파이어가 되어 불멸과 함께 에드워드와의 영원한 사랑까지 얻게 된다.
알다시피 벨라역의 '크리스틴 스튜어트'와 에드워드역의 '로버트 패틴슨'은 실제로도 연인 관계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실제 벨라 역의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얼마 전 불륜설에 휩싸이며 세상을 놀래켰다.
영화와 현실이 다른 점은 영화에서는 사랑하기 때문에 '영원히' 사랑한다. 허나 현실에서는 사랑하기 때문에 사랑하지만 사랑 때문에 또 헤어지곤 한다. 때론 현실이 더 비현실적이다.
그래서 그런가. 어른이 되면 잊고 지내기 쉬운 '영원한 사랑'에 대한 향수를 자극한다는 점에서 <트와일라잇>시리즈의 해피엔딩은 더욱 빛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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