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효과 분석 없이 4개 항만공사 통합 결정…해수부 "향후 검토"

기능 중복 해소·경쟁력 강화 내세웠지만 분석 '아직'
"로드맵 과정서 검토"…산은·수은·해진공 "정식 협의 없어"

해양수산부가 지난 3일 오전 10시 48분께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에 '항만공사 통합 관련 공식 입장이 없다'고 회신한 화면.(신장식 의원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뉴스1

(울산=뉴스1) 김세은 기자 = 정부가 소관 부처의 효과 분석 자료도 없는 상태에서 부산·인천·울산·여수광양 등 4개 항만공사 통합 방침을 발표한 것으로 확인됐다.

29일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실이 해양수산부와 한국산업은행·한국수출입은행·한국해양진흥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해수부는 항만공사 통합에 따른 효과 분석 자료를 별도로 마련하지 않았다.

해수부는 의원실에 "항만공사 통합으로 인한 효과 분석 자료는 없으며 향후 통합 로드맵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전반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라고 회신했다.

정부는 지난 3일 부산·인천·울산·여수광양 등 4개 항만공사를 가칭 '한국항만공사'로 통합하고 기존 공사를 4개 지역 지사로 재편하는 내용의 '공공기관 기능개혁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기능 중복 해소와 국제 항만 경쟁력 강화를 통합의 주요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소관 부처 차원의 구체적인 효과 분석은 통합 방침 발표 이후 이뤄지는 셈이다.

통합안 발표 당일 오전까지도 해수부는 항만공사 통합에 대한 공식 입장이 없다고 국회에 회신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수부는 당시 신 의원실에 "항만공사 통합과 관련한 해수부 공식 입장은 없으며 항만공사, 재경부 등과 주고받은 공문도 없다"고 밝혔다.

항만공사에 출자한 주요 공공기관들과의 정식 협의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산업은행은 의원실에 "항만공사 통합과 관련해 협의한 바 없다"고 답했다.

수출입은행도 "현재까지 별도의 의견 청취·협의 절차가 진행된 바 없다"고 밝혔고, 한국해양진흥공사는 "주주 대상 정식 협의 절차가 개시되지 않은 상태"라고 회신했다.

통합안 발표 전 정부 내부에서 어떤 논의가 이뤄졌는지도 제출 자료만으로는 구체적으로 확인하기 어려웠다.

해수부는 정부 간 협의 상황과 관련해 지난 3월 18일 열린 '공공기관 기능개혁 작업반 회의'에 기획조정실장이 참석했다고 의원실에 설명했다.

당시 해수부는 항만공사의 설립 취지와 각 항만의 특성 등을 설명한 것으로 파악됐다.

해수부는 이와 함께 "기능개혁 방향에 대해서는 수시로 협의했다"고 밝혔다.

다만 의원실에 제출된 자료에는 이 같은 협의가 언제, 어디서, 누구와 이뤄졌고 어떤 쟁점을 논의했는지 확인할 수 있는 구체적인 내역은 포함되지 않았다.

제출 자료를 기준으로 참석자와 시점 등 구체적인 내용이 확인되는 정부 회의는 지난 3월 18일 회의 한 차례다.

해수부의 구체적인 통합 추진 절차는 정부 발표 이후 본격화됐다.

해수부는 통합안 발표 나흘 뒤인 지난 7일 공공기관 기능개혁 태스크포스(TF) 발족을 발표했다.

이튿날인 8일에는 4개 항만공사 사장단과 첫 회의를 열어 통합법인 추진단 구성과 주요 검토 사항, 향후 일정 등을 논의했다.

4개 항만공사 노동조합 조합원 400명이 28일 서울 청와대 사랑채 동측에서 열린 공동투쟁 총궐기대회를 열고 있다.(신장식 의원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뉴스1
"과거 연구서 통합 효과 미미"…지역·노조 반발

정부의 항만공사 통합 방침을 둘러싼 지역사회와 노조의 반발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7일 4개 지역 시민사회단체 300개가 전국 동시 기자회견을 연 데 이어 28일에는 서울 청와대 사랑채 동측에서 4개 항만공사 노동조합 조합원 400명이 공동투쟁 총궐기대회를 열었다.

이들에 따르면 과거 정부가 발주한 연구에서도 4개 항만공사의 물리적 통합에 신중해야 한다는 취지의 분석이 나온 바 있다.

해양수산부 전신인 국토해양부가 2011년 진행한 '항만공사 운영 개선대책 마련을 위한 연구'에서 중앙대학교 동북아물류유통연구소는 4개 항만공사 통합에 따른 인력·행정·공간 비용 절감액을 연간 약 50억 4000만 원으로 추정했다.

그러면서도 통합 추진에 필요한 행정력과 제반 비용 등을 고려할 경우 효과가 "매우 미미"하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종합 건의에서도 "4개 항만공사만 물리적으로 통합한다는 것은 논리성에 비해 실효성이 낮음"이라고 평가했다.

단기적으로는 기존 항만공사 간 정보·교육훈련·마케팅 분야의 협력체계를 강화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신 의원은 "정부가 말하는 '수시 협의'는 구체적인 내역으로 확인되지 않고 출자기관에 대한 정식 협의와 소관 부처의 효과 분석도 갖춰지지 않았다"며 "국가 물류체계를 바꾸는 중대한 결정을 놓고 소관 부처인 해수부는 무엇을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효율성을 높이겠다면 무엇이 중복이고 얼마를 아끼며 지역 항만의 투자와 의사결정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부터 밝혀야 한다"며 "정부는 항만공사와 출자기관, 노동조합, 지역사회가 참여하는 공개 검증을 거쳐 항만별 전문성과 자율성을 살릴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syk000120@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