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째 펄펄 끓는 울산…밤낮 바뀐 태화강 국가정원의 두 얼굴
[르포] 러닝·맨발 걷기 등 일상, 폭염 피해 야간에 몰려
한 낮엔 '텅텅' 빈 낯선 국가정원 풍경이 당황스럽기도
- 박정현 기자
(울산=뉴스1) 박정현 기자 = "더위를 도저히 못 견뎌서, 밤에 산책하러 나왔어요."
지난 5일 오후 8시 30분께 울산 중구 태화강 국가정원에서 만난 김 모 씨(40대)는 반려견과 함께 걸으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울산은 폭염 특보와 열대야 주의보가 19일째로, 밤낮없이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었다.
김 씨는 "낮엔 아스팔트가 달아올라 강아지 발바닥이 화상을 입을까 봐 산책을 피하고 있다"며 "그나마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야간 시간대에 밖으로 나오는 편"이라고 말했다.
28도에 육박하는 열대야를 피해 공원을 찾은 시민들의 모습은 다양했다.
가족 단위 방문객들은 벤치에 모여 앉아 테이블 위에 얼음이 떠 있는 음료를 올려둔 채 담소를 나누며 더위를 식히고 있었다.
산책로엔 러닝 조끼를 입고 2~4명씩 무리를 짓거나 홀로 달리는 이들이 있었다. 또 황톳길에선 신발을 손에 쥐고 맨발로 걷는 시민들, 반려견과 함께 공원을 산책하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가족과 함께 산책을 나왔다는 김영준 씨(41)는 "집에 에어컨을 계속 틀어놓기엔 전기 요금이 부담돼서 온 가족이 밖으로 나왔다"며 "35도 더위를 겪다 보니, 지금은 약간 가을 날씨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홀로 걷고 있던 류 모 씨(20대)는 "밤에도 여전히 후텁지근하고 찝찝하지만, 낮보다는 훨씬 낫다"고 했다.
이튿날인 6일 오전 11시께 다시 찾은 태화강 국가정원은 전날 밤과 확연히 달랐다.
공원 안쪽은 사람을 찾기 어려울 만큼 한산했다. 특히 만남의 광장과 왕버들마당, 안내센터 등 평소 인파가 몰리는 주요 장소에도 오가는 이는 한손가락을 꼽을 정도에 불과했다.
울산 지역 주요 기업들의 여름휴가 기간과 평일임을 고려하더라도, 약 30분 동안 정원 곳곳을 둘러보는 동안 마주친 시민은 20명이 채 될까말까였다.
그나마 마주치는 사람들은 시설 관리를 위한 국가정원 관계자였고, 이따금 마주치는 방문객들도 그늘 벤치에 앉아 연신 부채질하기 바빴다. 사람보다 새가 더 많은 공원의 낯선 풍경이 당황스러울 정도다.
정원 외곽 행인들은 모자나 양산을 쓰고 인근 카페나 식당으로 발걸음을 재촉하는 모습이었다.
양산을 쓰고 걷던 이 모 씨(64)는 "잠깐 볼일이 있어 나왔는데 너무 덥다"며 "얼른 에어컨이 나오는 실내를 찾아 가는 길"이라고 했다.
이날 울산은 낮 최고 기온이 33도로, 20일째 폭염 특보와 열대야 주의보가 이어지고 있다.
niw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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