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없이 얼음값만 나가" 울산 전통시장 상인들 폭염 사투
얼음 든 비닐·젖은 수건으로 더위 피해…매출 감소 '이중고'
- 김세은 기자
(울산=뉴스1) 김세은 기자
더워서 손님은 안 오는데 얼음값은 계속 나가요.
폭염주의보가 발효 중인 13일 오후 1시께 울산 중구 구역전시장. 33도 안팎의 찜통더위에도 상인들은 선풍기 앞에서 오지 않는 손님을 기다렸다.
시장 내부엔 아케이드(비가림막)가 설치돼 있어 햇볕은 간신히 피할 수 있었지만 습도가 높아 잠시 서있어도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한 상인은 얼음을 가득 넣은 비닐을 머리에 올려 둔 채 멍하니 허공을 응시했다. 콩나물을 판다는 그는 무더위에 두부가 상할까 좌판 위에 꺼내두지도 못했다.
다른 상인들도 더운 바람에 연신 부채질하거나 젖은 수건을 목에 두르며 더위를 버텨냈다.
생선을 팔던 홍순 씨(70·여)는 "1자루에 8000원씩 하는 얼음을 꺼내두면 1시간도 안 돼서 다 녹는다"며 "요즘은 팔 생선도 없어서 얼음을 2자루씩만 내놓는다"고 말했다.
마늘을 파는 설배수 씨(75·남) 새벽 4시부터 오후 5시까지 좌판을 지키는 동안 어지러움 증세를 느낄 때도 있다고 전했다.
설 씨는 "쓸데없는 데 투자하지 말고 천장에 냉풍기를 설치하거나 물이라도 뿌려주면 좋겠다"며 "여름엔 손님들이 마트로 가버리니까 아침 시간대 말고는 사람 자체가 없다"고 했다.
전통시장은 개별적으로 전기를 쓰는 구조로 운영되고 있어 선풍기도 없이 열악한 환경에 놓인 고령층 상인들도 많았다.
신발 장사를 하던 김홍려 씨(80대·여)는 "가게 없이 좌판만 있다 보니 개인 전기를 끌어 쓸 수 없어서 선풍기도 못 돌리고 있다"며 "힘들어도 계속 앉아 있는데 오늘은 5000원밖에 못 팔았다"고 말했다.
파라솔 밑에서 더위를 피하던 김숙자 씨(70대·여)는 "손님이 없어도 이 나이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서 장사를 한다"며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춥지만 오래 하다 보니 버텨진다"고 했다.
이날 울산의 낮 최고기온은 33.4도를 기록해 폭염주의보와 열대야주의보가 동시에 발효 중이다.
syk000120@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