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아쉬운 소상공인 두 번 울린다…'노쇼 사기' 주의보[목소리의 덫]
울산 섀시 업체, 대리 구매 수법에 3000만원 피해
경찰 "공공기관은 비대면 대리 구매 절대 안 해"
- 박정현 기자
(울산=뉴스1) 박정현 기자 = 시청, 소방, 학교 등 공공기관 직원을 사칭해 지역 소상공인에게 접근한 뒤, 물품 대리 구매를 유도해 대금을 가로채는, 이른바 '노쇼(No-Show) 사기'가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이 범행은 공무원 등 신뢰를 주는 직함을 사칭해 예약을 잡고 고가의 물품 대리 구매를 유도한 뒤, 돈을 받으면 잠적하는 수법이다. 단 한 명의 고객이라도 아쉬운 소상공인들의 심리를 악용한다는 점에서 기존 보이스피싱 못지않게 교묘한 범죄로 꼽힌다.
10일 울산중부경찰서에 따르면 울산 중구의 한 섀시 업체 사장 A 씨는 지난 3월 24일 오전 9시께 자신을 '고등학교 행정실 박 주임'이라고 소개하는 사칭범의 전화를 받았다.
이 사칭범은 "거울 6장을 구매할 예정"이라며 A 씨와 문자로 견적서 등을 주고받았다.
과거 일부 학교와 거래를 해본 경험이 있던 A 씨는 공문서와 명함 등에 상대방을 실제 학교 직원이라고 믿게 됐다.
사칭범은 "학교에 발열기가 필요한데 세금 문제 때문에 직접 사기가 부담스럽다"며 "우리가 아는 업체에서 발열기 10대를 대신 사주면 나중에 대금을 한 번에 결제해 주겠다"고 A 씨에게 대리 구매를 부탁했다.
이어 사칭범은 가짜 업체의 명함을 건네주며 거래를 유도했다. A 씨가 명함에 적힌 번호로 연락하자, 발열기 업체 사칭범은 "10대 값인 3000만 원을 입금하면 물건을 보내주겠다"고 했다.
A 씨는 이날 오후 2시 50분께 해당 업체가 알려준 개인 명의 계좌(대포통장)로 3000만 원을 보냈다.
그러나 당일 오기로 한 발열기는 도착하지 않았고, A 씨가 해당 고등학교에 직접 문의한 결과 '박 주임'이라는 직원은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았다.
A 씨는 모든 것이 사기임을 뒤늦게 깨닫고, 같은 날 밤 경찰서를 찾았다.
이 같은 노쇼 사기는 지난해부터 기승을 부리며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 울산경찰청에 접수된 관련 피해 신고 건수는 약 200건, 피해 금액은 48억 원에 달했다. 올해도 지난해와 비슷한 발생 추이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사기 조직은 공공기관과의 대형 계약 체결이라는 미끼를 던진 뒤 대리 구매를 요청하는데, 매출이 아쉬운 소상공인들이 이를 차마 거절하지 못한다는 약점을 노린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공기관은 전화 등 비대면으로 물품 계약이나 대리 구매를 요청하며 송금을 유도하는 일이 절대 없다"며 "만약 이와 같은 전화를 받았다면 100% 사기이므로, 반드시 해당 기관의 대표번호로 직접 전화해 사실 여부를 확인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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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가장 익숙한 목소리가 가장 위험한 덫이 되는 순간이 있습니다. 보이스피싱 조직은 공공기관, 금융회사, 가족, 지인을 사칭하며 사람들의 불안과 조급함을 파고듭니다. 뉴스1은 울산중부경찰서와 함께 실제 피해 사례를 통해 범죄 수법의 변화상을 짚고, 시민들이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예방법을 격주로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