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쌓이고 담장 기울고…울산 도심 속 빈집 수색 가보니

북부서, 양정동 주민과 빈집 29곳 일제 수색
수색 결과 토대로 '범죄예방 환경설계' 추진

7일 울산 북구 양정동의 빈집 밀집 구역에서 경찰이 범죄 예방 순찰을 하고 있다.2026.05.07.ⓒ 뉴스1 김세은 기자

(울산=뉴스1) 김세은 기자 = "문이 안 잠겨 있네요. 한번 들어가 보겠습니다."

지난 7일 울산 북구 양정동의 주택가. 면장갑을 낀 경찰관이 녹슨 철문을 열자, 뒤따라온 경찰과 주민들은 인기척이 없는 집 안 구석구석을 살폈다.

집 내부엔 부서진 나무판자와 기름통, 맥주병 등 각종 쓰레기가 뒤엉켜 발 디딜 틈조차 없었다. 또 다른 다세대 주택의 빈집에 들어서자 동물 사채와 생활용품이 널브러져 악취가 진동했다.

양정동 일대 주택가는 현대자동차 울산공장과 인접해 있지만, 골목길을 따라 주민들의 생활 터전과 빈집들이 혼재된 지역이다.

이곳은 한때 재개발사업 정비예정구역으로 묶였지만, 장기간 진척이 없어 지난 2018년 해제됐다. 양정동에 방치된 빈집만 29곳에 달한다.

골목에서 만난 한 주민은 "자동차 직원들은 외지에서 오가고, 양정동 주민들은 대부분 어르신"이라며 "나이 들어 요양병원을 가거나 사망해서 처분 못 하고 방치되는 집이 많다"고 전했다.

이날 북부경찰서는 형사·여성청소년과·광역예방순찰대 경력을 동원해 빈집 수색을 벌였다. 여기에 지역 주민자치단체도 자발적으로 동참했다.

7일 울산 북구 양정동의 빈집 밀집 구역에서 경찰과 주민이 범죄 예방 순찰을 하고 있다.2026.05.07.ⓒ 뉴스1 김세은 기자

수색에 참여한 구영록 양정동 주민자치회장은 "젊은 애들이 빈집에 들어가서 놀던 건 옛날얘기"라며 "요즘 애들은 지저분하다고 잘 안 들어간다"고 말했다.

실제 이날 수색에서도 청소년 비행 흔적은 찾아보기 어려웠지만, 붕괴와 화재 위험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었다.

가파른 언덕길을 올라가니 창문도, 지붕도 없이 뼈대만 남은 집이 보였다. 입구엔 누군가 모은 폐지와 버려진 가구 더미가 성인 남성의 가슴 높이까지 쌓여 있었다.

이 집은 위험도 분석 결과 가장 높은 '3등급'을 받아 소유주 동의를 얻고 철거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무너질 듯 기울어진 담벼락엔 아무런 안전 조치가 없었다.

경찰은 이날 수색에서 확인한 위험 요인을 바탕으로 '범죄 예방 환경 설계 사업(CPTED)'을 추진해 위험 시설물을 정비하고, 가로등 조도를 개선할 계획이다.

김병준 북부서 범죄예방계장은 "빈집을 범죄 장소로 악용하지 않게끔 수시로 순찰하고 있다"며 "대부분 당장 철거가 어렵기 때문에 개선 사업을 통해 위험을 예방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syk000120@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