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 설치로 내 전화 모두 가로챘다"…3300만원 뜯어낸 보이스피싱[목소리의 덫]

카드 배송원 사칭해 악성 앱 설치 유도…ATM서 3300만 원 빼내
"출처 불분명한 앱 설치하면 안 된다…수사기관 카드 요구 안 해"

편집자주 ...가장 익숙한 목소리가 가장 위험한 덫이 되는 순간이 있습니다. 보이스피싱 조직은 공공기관, 금융회사, 가족, 지인을 사칭하며 사람들의 불안과 조급함을 파고듭니다. 뉴스1은 울산중부경찰서와 함께 실제 피해 사례를 통해 범죄 수법의 변화상을 짚고, 시민들이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예방법을 격주로 전합니다.

(울산=뉴스1) 박정현 기자 = 최근 카드 배송원을 사칭해 접근한 뒤 악성 앱을 설치하게 하고, 수사기관으로 거는 전화까지 가로채는 보이스피싱 수법으로 약 3300만 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특히 이번 범행은 은행 창구에서 현금을 직접 인출하게 하던 기존 방식과 달리, 우편함에 체크카드를 두게 하는 수법을 써서 금융기관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간 것으로 드러났다.

29일 울산중부경찰서에 따르면 자영업자 A 씨(60대)는 지난 13일 카드 배송원을 사칭한 보이스피싱 조직원으로부터 'A 씨 명의의 카드가 배송될 예정'이라는 전화를 받았다. A 씨가 "카드를 신청한 적 없다"고 답하자, 사칭범은 자연스럽게 가짜 카드 고객센터 전화번호를 안내하며 연락을 유도했다.

A 씨가 해당 번호로 전화를 걸자, 고객센터 직원을 사칭한 조직원은 "명의가 도용돼 신규 계좌가 개설됐다. 피해 구제를 돕겠다"며 A 씨의 스마트폰에 원격제어 프로그램을 설치하게 했다. 이 조직원은 해당 프로그램을 통해 A 씨의 스마트폰에 '전화 가로채기 악성 앱'을 설치했다.

이후 사칭범들은 자산 보호를 명목으로 A 씨에게 금융감독원(1332)과 검찰청(1301) 대표번호로 차례로 전화하도록 지시했다. 그러나 이미 설치된 악성 앱 때문에 A 씨가 건 전화는 모두 보이스피싱 조직원들에게 연결됐다.

전화를 가로챈 검사 사칭범은 "명의 도용된 계좌가 범죄에 사용돼 수사 중이다. 구속 수사가 원칙이지만, 시키는 대로 보안을 잘 유지하면 집에서 약식 조사를 받게 해주겠다"고 A 씨를 협박했다.

검사 사칭범은 A 씨에게 '자산 검수'를 명목으로 돈이 들어있는 계좌와 연동된 체크카드 2개를 주거지 우편함에 넣어두고 비밀번호를 알려달라고 지시했다. 이후 수거책은 우편함에서 카드를 챙겼다. 그는 며칠 동안 지역을 옮겨 다니며 ATM에서 약 3300만 원을 인출했다.

A 씨는 자산 검수가 끝나길 기다리던 중 이상함을 느끼고 최초 통화했던 카드 배송원 번호로 다시 연락했으나 '이용 중지된 번호'라는 안내를 듣고서 사기임을 깨달았다. A 씨는 경찰서를 찾아 피해 사실을 신고했지만, 돈은 이미 빠져나간 뒤였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수법은 피해자가 직접 고액을 인출하지 않기 때문에, 범행 도중 은행 직원 등에 의해 피해를 인지하고 제지당할 기회조차 없다는 점에서 매우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 오면 상대방의 신분을 정확히 확인해야 한다. 출처가 불분명한 앱은 절대 설치해선 안 된다"며 "특히 수사기관은 어떤 상황에서도 전화로 현금이나 카드를 요구하지 않는다는 점을 명심해달라"고 당부했다.

niw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