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납·비소 오염 옛 예비군 사격장 방치…주민들 쑥·나물 캐갔다

납 8.7배·비소 9.4배 검출에도 통제선·경고판 없어
산책로 인접 부지서 식용식물 채취 계속…2차 피해 우려

지난 21일 울산 북구 염포동 현대자동차 사격장에서 인근 주민이 쑥을 캐고 있다.2026.4.21 ⓒ 뉴스1 김재식 기자

(울산=뉴스1) 김재식 기자 = 중금속에 오염된 울산 북구 염포동 현대자동차 옛 예비군 사격장 부지가 별다른 통제 없이 방치되면서 인근 주민들이 쑥과 돌나물 등 식용식물을 캐서 섭취하는 일이 이어지고 있다.

23일 북구청이 공개한 '토양오염 정밀조사 및 정화명령' 자료에 따르면 이 부지는 현대차가 사격장 용도로 30년간 사용한 곳으로, 납(Pb) 3483.0㎎/㎏, 비소(As) 470.2㎎/㎏이 검출됐다. 이는 각각 기준치의 8.7배, 9.4배 수준이다.

오염 범위는 지하 4m까지 확인됐고, 오염 면적은 2726.1㎡, 오염량은 8048.9㎥로 조사됐다. 북구청이 명령한 정화조치 기간은 2025년 4월 28일부터 2027년 4월 27일까지다. 납과 비소는 대표적인 중금속 오염물질로, 토양에 축적된 뒤 식물의 뿌리와 잎 등 식용 부위로 옮겨갈 수 있다.

지난 22일 울산 북구 염포동 현대자동차 사격장에서 인근 주민이 돈나물을 캐고 있다.2026.4.22 ⓒ 뉴스1 김재식 기자

이처럼 고농도 중금속 오염 사실이 확인됐는데도 현장에는 주민 출입을 막는 통제선이나 펜스, 오염지역임을 알리는 안내판조차 제대로 설치되지 않았다.

이 지역은 심청골저수지로 올라가는 산책길과 맞닿아 있어 주민 왕래가 잦은 곳이다. 사격장 바로 옆으로는 염포천이 흐르고, 반경 500m 안에는 대규모 주거단지도 있다. 봄철에는 주민들이 이 일대를 오래된 묵정밭 정도로 여기고 쑥과 돌나물, 참취나물 등을 캐 가는 모습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전날 현장에서 만난 주민들은 취재진으로부터 해당 부지가 중금속 오염지역이라는 설명을 듣고서야 놀란 반응을 보였다. 한 주민은 비닐봉지에 담아둔 쑥을 곧바로 버리며 "이런 곳이면 미리 알려줬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회사는 적법한 행정 절차를 거쳐 토양 정화 작업을 진행 중"이라면서도 "땅 소유자가 토양 정화에 필요한 개발 행위와 산지 전용 허가 절차 진행에 불가 입장을 유지해, 본격적인 토양정화 작업에 착수하지 못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뉴스1과 통화에서 "중금속 오염지역인 옛 사격장을 완전히 봉쇄해 외부인 진입을 막아야 했는데 그 부분은 저희가 놓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뉴스1 취재가 시작된 뒤 '현 사격장 부지는 토양정화 예정지역으로 관계자 외 출입 및 농작물 경작을 금지합니다'라는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지난 22일 울산 북구 염포동 현대자동차 사격장에서 인근 주민이 쑥과 나물 캐고 종이봉지에 담아가고 있다.2026.4.22 ⓒ 뉴스1 김재식 기자

jourlkim183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