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산불 1년]"재가 하늘 뒤덮고 시뻘겠어"…울산 산불 잿빛 상흔

1년 후 화마가 덮친 언양·온양 3곳 다시 가보니…주민들 "생지옥이었다"
축구장 수백 배 면적 잿더미로…지자체, 생육 환경 고려한 맞춤형 조림 돌입

이윤연 씨(77·여)가 지난 17일 울산시 울주군 신화마을에 위치한 자신의 집터에서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이곳은 지난해 발생한 대형 산불로 인해 전소됐다. 2026.3.20 ⓒ 뉴스1 박정현 기자

(울산=뉴스1) 박정현 기자 = "집이 폭삭 내려앉아뿟지. 산불 당시 재가 하늘을 뒤덮고 시뻘겠어. 소방관들이 바닥에 호스를 깔고 물을 막 뿌려대는데…너무 무서웠지."

지난해 3월 울산 울주군 언양읍을 덮친 산불로 하루아침에 보금자리를 잃은 이윤연 씨(77·여)는 잡초만 무성한 집터를 가리키며 눈시울을 붉혔다.

뉴스1은 대형 산불이 발생했던 2025년 울주군 언양읍과 온양읍의 피해 지역 3곳을 다시 찾았다. 약 1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화마가 할퀴고 간 생채기는 여전히 곳곳에 선명하게 남아있었다.

지난 17일 찾은 언양읍 신화마을 뒷산은 푸름을 잃고 휑한 민둥산으로 변해 있었다. 간신히 살아남은 몇 그루의 나무들과 새하얗게 타버린 채 마을 어귀에 쌓여있는 나뭇더미들의 대비는 그날의 참혹함을 짐작게 했다. 불길이 핥고 지나간 마을 담벼락엔 여전히 검게 그을린 자국이 남아있었고 전소된 주택 2채가 있던 자리는 휑했다.

이 씨는 "작년 산불로 집과 아끼던 반려견 3마리를 잃고, 지금은 마을 경로당 옆 낡은 집을 수리해 간신히 지내고 있다"며 "지원금으로 8000만 원을 받았지만, 이 돈으로 다시 집을 짓기엔 턱없이 부족해 일상으로 돌아가기가 너무 벅차다"고 토로했다.

울주군에 따르면 당시 언양읍 산불로 축구장 면적의 100배가 넘는 산림 73㏊가 소실됐다.

피해가 컸던 지역 중 하나인 온양읍 양달마을의 상황도 다르지 않았다.

이 마을 뒷산엔 까맣게 탄 나무들이 앙상한 뼈대만 남긴 채 서 있었다. 산에 올라 불에 탄 나무를 직접 만져보니, 생기를 잃은 껍질이 손끝에서 바스러졌다. 밑동이 거무스름하게 타버린 나무들은 푸른빛을 띠는 생목들과 뚜렷하게 구분됐다.

주민들은 당시를 '생지옥'으로 기억했다. 노영탁 씨(78)는 "그날 저녁 경찰과 소방관들이 집마다 문을 두드리며 대피하라고 고함을 쳤다"며 "불이 강풍을 타고 옆 산으로 순식간에 옮겨붙는 데 아주 난리였다.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다"고 회상했다.

그는 앙상한 산기슭을 바라보며 "저 나무들을 다 베어내고 다시 심어 산을 살리려면 몇 년이나 더 걸릴지 짐작조차 안 간다"고 한숨을 쉬었다.

지난 17일 울산 울주군 언양읍 신화마을 뒷산에 산불의 흔적이 남아있다. 울주군은 불에 탄 나무 일부를 베어냈다.2026.3.20ⓒ 뉴스1 박정현 기자

다른 피해 지역인 온양읍 귀지마을 뒷산은 벌채 작업이 일부 끝난 상태였다. 마을 건물 외벽엔 그을린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있었지만, 불길이 번졌던 텃밭과 논밭, 정류장 등은 다행히 복구돼 있었다.

김용민 씨(70)는 "내 집 바로 뒤까지 불이 번져 내려오는데, 마을 입구에서 발만 동동 구르며 '이제 집이 다 타겠구나' 싶었다"며 "당시 바람이 워낙 강해 불길이 계속 내려왔는데, 동네 안까지 번졌다면 상상도 하기 싫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권병어 씨(84·여)는 "불이 마을로 번졌으면 가스통이 터지는 등 '난장판'이 됐을 것"이라며 "큰 재산 피해와 인명피해가 없는 것이 참 다행이었다"고 했다.

당시 온양읍에서 불에 탄 산림 면적만 무려 1117㏊에 달한다.

군은 잿더미가 된 산림을 되살리기 위해 지난해 응급 복구와 사방사업, 긴급벌채사업을 실시했다. 또 지난달부터 2개년 조림 복원(인공 복원) 사업에 돌입했다.

군은 정부의 산불특별법에 맞춰 '온양·언양 지역 산불피해지 복원·복구 기본계획' 로드맵을 확정했다. 온양읍 사유림 피해지 373㏊에 대해선 자연 복원(290㏊), 계획복원(47㏊), 조림 복원(36㏊)으로 나눠 진행한다. 언양읍도 총피해 면적 73㏊를 자연·계획·조림복원과 내화수림대 조성 구역으로 나눠 복구한다.

군은 조림 복원 수종으로 생육적합성, 산림기능회복, 내화성 등을 고려해 백합나무, 동백나무 등을 심을 예정이다.

지난 17일 울산 울주군 온양읍 귀지마을 뒷산에 산불의 흔적이 남아있다. 울주군은 불에 탄 나무 일부를 베어냈다.2026.3.20ⓒ 뉴스1 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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