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센터→경찰 사칭 신종 보이스피싱에 800만원 잃어[사건의 재구성]

은행원도 '공범'이라며 가스라이팅

(울산=뉴스1) 박정현 기자 = 지난 1월 13일 울산에 거주하는 70대 여성 A 씨에게 한 통의 낯선 전화가 걸려 왔다. 발신자는 자신을 '동 행정복지센터 직원'이라고 밝힌 보이스피싱범이었다.

행정복지센터 직원 사칭범은 A 씨에게 "조카라고 하는 B 씨가 위임장을 가지고 주민등록등본을 발급받으러 왔다"며 "B 씨가 조카가 맞느냐"고 물었다.

A 씨가 "그런 조카도 없고, 위임장을 써준 적도 없다"고 당황해하자, 사칭범은 즉시 "명의가 도용된 것 같다"며 "경찰서 형사과장을 연결해 주겠다"고 상황을 몰아갔다.

잠시 후 A 씨는 경찰을 사칭하는 두 번째 보이스피싱범의 전화를 받았다. 경찰 사칭범은 "B 씨가 다수의 어르신을 상대로 범죄를 저질러 2억 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A 씨 계좌의 돈도 모두 출금될 수 있는 대단히 위험한 상황이다"며 A 씨를 속였다.

경찰 사칭범은 "현재 계좌에 자산이 얼마나 있느냐"며 A 씨의 재산 규모를 파악했다. 그는 이어 "우리가 안전하게 보관해 주겠다"며 "은행에서 출금 용도를 물어보면 '곗돈 찾으러 왔다'고 말하고 돈을 모두 뽑으라"고 A 씨의 행동을 통제했다.

겁에 질린 A 씨는 사칭범의 지시에 따라 은행으로 달려가 적금을 해지하고 800만 원 상당의 수표와 현금을 인출했다.

경찰 사칭범은 A 씨가 돈을 찾자 "은행 창구 직원이 남자였느냐. 그 은행원도 공범이다"라며 허위 사실을 꾸며냈다. 사칭범은 "현재 그 직원을 검거해서 조사 중인데, A 씨가 자신의 이모라고 주장하고 있다"며 A 씨가 주변 그 누구도 믿지 못하게 했다.

이렇게 판단력을 잃고 완벽하게 속아 넘어간 A 씨에게 사칭범은 "출금한 돈이 위조지폐일 수 있으니 모두 검수한 뒤 돌려주겠다"며 "주소지 우편함에 분실되지 않게 검은 비닐봉지로 싸두면 안전하게 보관하겠다"고 기만했다.

A 씨는 800만 원을 우편함에 넣어두었고, 보이스피싱범들은 이를 훔쳐 달아났다. A 씨는 이른바 '절취형 보이스피싱'에 당한 것이다.

울산경찰청은 이처럼 고연령층을 교묘하게 노린 '행정복지센터 미끼 전화' 등 잘 알려지지 않은 신종 수법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며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경찰은 "'전기통신금융사기 통합대응단' 누리집에서 최신 범행 수법을 확인하고, '경찰청 범인 목소리 제보 캠페인'을 통해 실제 범인의 음성을 미리 들어두는 것이 피해 예방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niw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