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먹으니 식구됐어요"…'외국인 1만' 울산 동구서 공동체 실험

[지방지킴] 현대해상 사회공헌사업 '리부트 울산'
요리하며 이주민 거리 좁혀…'안녕, 방어진' 공간도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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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동구 방어진문화센터에서 '함께 밥 짓는 마음' 프로그램이 열려 이주민과 주민이 함께 김장을 담그고 있다.(안녕 방어진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뉴스1

(울산=뉴스1) 김세은 기자

"다들 '식구'라는 말이 와닿는다고 그래요. 밥을 같이 먹으니까 가까워진다고."

외국인 주민이 1만명을 넘긴 울산 동구에 이주민과 선주민이 함께 하는 마을 공동체가 생겼다. 매 주말이면 결혼이주여성과 이주 노동자, 지역 어르신과 청년이 함께 따뜻한 한 끼를 지어 먹는다.

'김치찌개, 김밥, 반쎄오, 월남쌈, 마파두부.' 식사 메뉴는 참여자의 국적과 취향에 따라 매번 달라진다. 서로 말은 통하지 않아도 재료 손질부터 조리, 식사 준비까지 모든 과정을 함께 한다.

'함께 밥 짓는 마음' 프로그램은 현대해상이 후원하고 6개 단체가 참여하는 사회공헌사업 '리부트 울산'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시범 운영 기간인 지난해 11월부터 지난달까지 3달간 무려 1122명이 참여했다.

프로그램 공동 기획자인 코끼리공장 이채진 대표(42·남)는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처음엔 서로를 몰라서 무서워했는데 서서히 마음이 열렸다"며 "방어진항 어르신들은 '나중에 오면 챙겨주겠다'는 말도 꺼낼 정도였다. 마치 오랜 친척과 나누는 안부 인사처럼 따뜻하고 진심 어린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그는 "요리를 매개로 낯선 사람들이 만나 서로의 안부를 묻고, 다시 만나길 바라는 관계로 변하는 걸 보며 '마을 공동체'의 가능성을 목격했다"고 전했다.

이들이 처음부터 울산 동구를 주목한 건 '지역소멸' 때문이었다. 과거 조선업 불황을 계기로 많은 청년들이 동구를 빠져나갔고, 현재 그 자리를 외국인 노동자가 채우면서 지역 경제도 불황의 늪에 빠졌다.

울산 동구 방어진초등학교 앞에 위치한 '안녕 방어진' 전경.2026.2.13./뉴스1 ⓒ 뉴스1 김세은 기자

이 대표는 "지역사회가 겪고 있는 인구유출이나 이주민과 선주민간의 단절이라는 문제가 단순한 복지나 일회성 지원으로는 해결이 어렵다고 느꼈다"며 "제도보다도 생활 속에서 관계를 회복할 수 있는 접점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번 사업으로 울산 동구 방어진초등학교 앞에는 '안녕, 방어진'이라는 커뮤니티 공간도 마련됐다. 이주민과 선주민을 위해 열린 공간에서 출발해 현재 다양한 프로그램이 열리고 있다.

이곳에서 외국어 도서 대여 서비스를 하고 있는 '잇다 출판사'는 올해 300~500권을 채우는 걸 목표로 한다. 지난해는 이주민 활동가들과 함께 동화책 1권도 만들어 출간했다.

'사단법인 점프'는 다문화 가정 자녀를 대상으로 대학생 멘토링을 지원하고, '공익법센터 어필' 소속 변호사들은 외국인 전용 법률 자문앱 'ASKOVISA'를 출시했다.

이곳에서 만난 문양희 매니저는 플라스틱 페트병을 들고 찾아온 지역 어르신들에게 "4번째 방문이라 다음에 오면 세제 리필을 주겠다"고 안내하고 있었다.

주민들이 가져온 페트병은 '코끼리공장'에서 수거해 장난감으로 재탄생한다. 외국인 주민을 위해 다양한 언어로 번역된 안내문도 비치돼 있었다.

문 매니저는 "이전에는 이주민을 만나서 대화를 오래 해 본 적이 없었는데 여기에서 일을 하면서 이주민들과 가족 얘기까지 할 정도로 친근감이 많이 생겼다"며 "이 공간을 계기로 이주민도 같은 사람으로 존중했으면 하는 마음이 크다"고 전했다.

울산 동구 방어진초등학교 앞에 위치한 '안녕 방어진'에서 한 시민이 폐페트병을 전달하고 있다.2026.2.13./뉴스1 ⓒ 뉴스1 김세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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